'되찾은 미소' 민희진 "하이브와 타협점 찾고싶다"(종합)

김희윤 2024. 5. 3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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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도, 배신도 아냐…이길 줄 알았다"
"뉴진스와 꿈꾸는 미래? 행복하고 싶다"

모기업 하이브와 경영권 탈취 의혹을 두고 분쟁 중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미소를 머금고 기자들 앞에 섰다. 격앙된 반응과 분노로 점철된 지난 기자회견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의상부터 표정, 분위기까지 바뀐 그는 이날 카메라 앞에서 분노가 아닌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연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이날 자신의 경영 성과를 강조하며 하이브를 향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어도어의 대주주(지분 80% 보유)인 하이브의 주도로 해임 위기에 놓였던 민 대표는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가 앞서 민 대표 측이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당초 하이브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민 대표 해임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의결권 행사가 어려워지면서 민 대표는 어도어 대표이사직을 지키게 됐다. 하지만 당초 민 대표 측근이었던 사내이사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는 해임됐다.

이날 임시 주총에서는 하이브 측이 추천한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알린 민 대표는 이날 회견장에 모자와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난 지난 기자회견과 달리 노란 가디건과 청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굳은 표정이었던 한 달 전과는 달리 이번 회견에서는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등장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민 대표는 "다행히도 승소하고 인사하게 되어 가벼운 마음이다. 오늘 기자회견을 하게 된 이유는 우리의 상황이나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지난 기자회견 후에 한 달 조금 지난 것 같은데 그사이 내 인생에서 너무 힘든 일이었고 다시 없었으면 좋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지만 너무도 감사한 분들이 많아 그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를 모르는데 응원해주신 분들이 정말 많다. 한 분 한 분 인사드리고 싶을 정도로 그분들이 큰 힘이 됐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그분들 때문에 이상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눈물을 닦았다.

민 대표는 30일 재판부의 가처분 인용 판결문에 대해 "(가처분 인용 판결문 속) '배신'이라는 말에 대해 내가 먼저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싶다. 하이브가 먼저 신의를 깼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엇을 하든 하이브와의 타협과 협의가 필요하다. 난 (지분이) 18%밖에 없는데 무슨 힘이 있겠나. 이 괴롭힘을 벗어나려면 어떤 방법이 있어야 하이브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었던 것뿐, 우린(어도어는)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처분에 대해선 "이길 줄 알았다"며 "난 너무 자신 있었다. 잘못한 게 없기 때문이다. 희대의 촌극이다 싶었다. 나는 뒤끝이 없는 사람이다. 애인 사이에도 유치한데 회사에서 일하려고 만난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을 긋고 일을 할 땐 일을 해야 하고 논리와 이성으로 하다 보면 타협점이 찾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한, 민 대표는 “주식회사는 한 사람만의 회사가 아니다. 어도어를 위해서 열심히 일했고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법원에서도 어도어에 배임이 아니라고 했다. 이제는 감정적인 부분 내려놓고 대의적으로 어떤 게 더 실익인 건지 생각해서 모두가 다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개최 배경에 대해 '타협'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그 방식에 대해서는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대의를 위한 좋은 타협점을 찾고 싶다"고 여러 번 역설했다.

그는 "이 분쟁이 대체 누구를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다. 대의적으로 더 실익을 따져야 할 때다. 주식회사는 한 사람만의 회사가 아니다. 여러 주주로 구성돼있다. 하이브가 잘 생각하길 바란다"며 "자회사인 어도어 대표로서, 또 내 개인적인 확실한 목표는 뉴진스와 내가 계획했던 계획들을 성실하고 문제없이 이행하고 싶은 거다. 하이브도 내 얘기를 들을 텐데 (이를 계기로) 타협점을 잘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법원의 가처분 인용이 이번 사태에서 하나의 분수령이 된 만큼, 민 대표는 이를 기점으로 타협점을 찾고 사태를 일단락 짓자는 제안을 건넸다. 이날 임시 주총에서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서 당분간 민 대표와 하이브는 불편한 동행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이날 민희진 대표 측 법률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세종의 이수균 변호사는 "하이브 측 이사진 3인이 선임된 만큼 또 이사회가 열리고 (민 대표가) 해임될 수도 있다. 불안함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뉴진스 멤버들의 반응은 어떨까. 민 대표는 "어제 법원 결정이 나오고 멤버들도 난리 났었다. 스케줄이 없었다면 아마 다 만났을 것"이라면서도 이내 "이 얘기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며 멤버들에게 사건의 여파가 미칠까 발언을 자제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 전반에서 민 대표와 뉴진스 멤버들, 그리고 뉴진스 부모님과 튼튼한 유대관계는 연일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통상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회사와 아티스트 부모님들은) 대부분 선을 긋고 본다. 계약 때나 회계 처리 때나 본다. 이전 회사에 오래 있으면서 내가 결심한 게 나중에 조직을 만들고 회사를 하면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서로 오해가 너무 쌓이겠다는 거였다"며 "이번 사태 때도 혹여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어머님들이 매일 돌아가며 전화해서 밥은 잘 먹었는지, 잘 있는지 확인하셨다. 그만큼 이 산업에서 나와 뉴진스 부모님과 같은 사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시작점이 된 아일릿을 비롯해 지난 기자회견을 통해 언급된 르세라핌, BTS 등 하이브 소속 타 아티스트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도 상처받았고, 모두가 상처받은 일이라 생각한다. 특정해서 그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보다 모두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면 이 언급을 그만해야 한다. 자꾸 끄집어내 상처를 입었냐, 아니냐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처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 말미 뉴진스와 자신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의 비전은 '행복하게 살자'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다. 이 꼬맹이들이 어떻게 엔터테인먼트 산업 시스템을, 회사의 구조를 알고 왔겠나. 다만 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떤 인간으로 만드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어 "뉴진스 멤버들에게 늘 이야기 하는 게 7년이란 계약기간 동안 나와 공부하는 것이라고 한다. 누구 밑에 언제까지 있을 순 없다. 머리가 굵어지면 자기 것이 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좋은 부모라면 자녀가 나중에 자립할 수 있도록 그 길을 연습시키고 교육해야 한다. 지금은 그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나중에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을 뿐이다"라며 "누구 하나 성공하면 모두가 답습하는 획일적인 K팝 문화로부터 탈피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누명을 벗어 홀가분하고, 큰 짐을 내려놔 기쁘다는 그는 마지막 소감으로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다.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돈을 다 써서 지금 현금은 없지만, 나중에 사회에 100억 이상 쓰고 싶다. 짊어지고 갈 돈도 아닌데, 나중에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셨던 분들, 우리 집 앞에 줄 서시라 해서 100만원씩이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이상하게 들리실 수 있지만 지금 제 마음이 그렇다"며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민 대표는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유임됐으나,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는 민 대표 측 사내이사인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를 해임하고 자사 내부 임원인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새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날 해임된 민 대표 측근 인사 2명은 사내이사에서는 해임됐으나 어도어 부대표 등의 직책은 이어갈 전망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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