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잡은 검사는 '할렘의 아들'…악연의 시작은 언제?

임선영 2024. 5. 3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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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두려움이나 치우침이 없었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성추문 입막음' 관련 혐의로 기소한 앨빈 브래그(51) 뉴욕시 맨해튼지방검사장은 30일(현지시간)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내린 직후 현지 언론에 이런 입장을 밝혔다.

앨빈 브래그(51) 뉴욕시 맨해튼지방검사장이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은 후 언론에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래그는 미국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유죄 평결을 끌어낸 첫 번째 검사장이 됐다. 현지 매체들은 "브래그 검사장이 이끈 수사팀이 집요하게 이번 의혹을 파헤치고, 복잡한 사건을 배심원단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유죄 평결을 받아냈다"며 "완전한 승리"라고 평했다.

맨해튼지검 사상 최초의 흑인 지검장인 브래그 검사장은 1973년 뉴욕 빈민가인 할렘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보냈다. 자신에게 붙은 '할렘의 아들'이란 수식어를 자랑스러워한다. 그는 하버드대 학부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뉴욕시의회 소송·조사국장을 거쳐 뉴욕 남부연방지검 검사로 임용돼 수년간 화이트칼라 범죄와 공공부패 사건들을 수사했다.

그와 트럼프의 악연은 201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브래그 검사장은 자선 재단 '트럼프 파운데이션'에 대한 민사 소송을 지휘했다. 이 소송에서 트럼프 측은 재단 공금을 유용한 혐의를 인정하고 법원으로부터 200만 달러(약 27억원)를 재단에 납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앨빈 브래그 검사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배심원단이 투표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 AP=연합뉴스


브래그 검사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2021년 11월 공화당 후보를 누르며 맨해튼지검장의 첫 번째 흑인 지검장이 됐다. 미국에선 연방검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지방검사장은 대부분 선거로 선출된다. 때문에 지방검사장은 정계 입문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 주목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 공화당 일각에선 브래그 검사장이 '정치적 수사'를 한다고 비난해왔다. 그가 정치적 야심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브래그 검사장은 트럼프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유죄 평결을 받은 후 언론에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그의 전·현직 동료들은 브래그 검사장에 대해 "모든 사건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직접 관여하는 성격"이라며 "자신의 안위가 걸렸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한번 결정한 일은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데 대한 부담감을 거의 드러낸 적이 없으며 늘 침착함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브래그 검사장은 이번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에 대해선 "그들이 한 일은 문자 그대로 미국 사법 시스템의 초석(cornerstone)"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다가 '트럼프 저격수'로 변신한 마이클 코언은 이번 유죄 평결에 대해 "오늘은 (법적) 책임과 법치를 위해 중요한 날"이란 입장을 현지 언론을 통해 밝혔다. 코언은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돈' 성격의 합의금을 건넨 인물이다. 그는 이번 사건 형사 재판 과정에서 핵심 증인 역할을 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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