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찔끔찔끔, 대변실금 의료진과 상담 하면 해답 찾을 수 있어
치루 수술 시 의사와 괄약근 보존술에 대해 상담필요
대변실금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변이 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심지어 대변이 마렵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참지 못하며 속옷에 실수를 하게 되고, 기침을 하거나 방귀를 뀌어도 대변이 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한두번 그런다고 해서 대변실금이라고 진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고 3개월 이상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대변실금이라고 합니다.
대변실금은 불완전형과 완전형으로 나뉩니다. 불완전형 대변실금은 주로 방귀와 무른 변을 참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하고 완전형 대변실금은 부드러우면서도 형태를 갖춘 정상변을 참을 수 없은 심한 경우를 말합니다.
소변을 실수하는 요실금은 패드를 하고 있으면 냄새가 잘 나지 않지만 대변실금은 패드에 실수하게 되면 바로 대변 냄새가 나기 때문에 환자는 외출을 극도로 꺼리게 되어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 등 일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차츰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길 꺼리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심리적인 고립감에 빠지게 되고 나아가 환자를 절망하게 만들 수 있고 상실감과 우울증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변화는 환자 뿐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적지 않은 고통과 부담을 주게 됩니다. 생활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며, 또한 직업 유지를 어렵게 하여 상당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대변실금 환자가 몇 명이냐는 유병률은 익명성으로 인해 결과의 차이가 많이 날 수 있지만 대략 전체 인구의 2.5-25%까지로 보고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학조사를 보면 60세 이상1.000명의 성인에서 대변실금의 유병률은 15.5%로 매우 높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고령, 요실금, 당뇨, 뇌경색, 분만 중 괄약근 손상, 치매, 정신과 질환, 만성변비 그리고 직장탈출증 등의 환자들은 특히 대변실금에 걸릴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이라고 간주됩니다. 그리고 치핵 수술 보다는 치루(27%)과 치열(12%) 수술 후 대변실금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보고 되고 있습니다. 또한 항문을 보존하는 저위 직장암 수술 후에는 약 78%까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환자들은 직장암 수술을 받으신 후 항문이 보존되었다고 집도의가 말하면 상당히 기뻐하시지만 대변실금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 오히려 장루 수술을 받는 것이 나을 뻔 했다고 후회하시게 되기도 합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노인환자의 30% 가량은 일주일에 최소 1회 이상 대변실금을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살펴 본 바와 같이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되지만 대변실금은 사실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치질환 중의 하나입니다. 대변실금은 그 원인이 대부분 복합적이기 때문에 하나의 치료로 완치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여러 치료법이 제안되고 있으나 어떤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명백한 과학적 증거는 아쉽게도 없습니다.
그래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선 과체중의 태아를 분만할 경우 자연분만으로 인해 항문괄약근 손상이 예상되는 경우 제왕절개술을 해야 할지 산부인과 의사와 긴밀히 상의하여야 합니다. 항문 수술 특히 치루 수술을 받게 될 경우 항문괄약근을 보존하는 수술을 하는지 아니면 단순 절개 개방하는 수술을 하는지 대장항문외과 의사와 심도 깊게 상담하셔야 합니다. 치루 수술을 받으시고 대변을 참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도 알지 못하고, 나아가 괄약근 보존 치루 수술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항문괄약근은 한번 절개되면 다시 좁히기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치루 수술 시 꼭 의사와 괄약근 보존술에 대해 상담하셔야만 합니다.
설사를 동반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경우와 음주와 기름진 음식을 드신 후 설사를 하시는 경우에는 형태를 갖춘 대변에 비해 참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무른 대변을 보지 않도록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치료 받으시고 음주와 기름진 음식을 피하셔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른 변으로 실금하시는 경우에는 지사제 또는 팽창성하제를 복용하시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만성변비가 있는 경우 대부분 이 질환을 가볍게 생각하시지만 만성변비 환자들은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 힘을 주어야 하므로 직장과 회음부가 아래로 처지게 되어 직장탈출증와 직장류가 발생하게 되고 심지어 대변실금이 합병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만성변비 환자들은 수분과 식이섬유 섭취,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단지 가스를 방출했는데 또는 소변을 보다가 가스를 방출했는데 대변이 속옷에 묻는 경우는 초기 대변실금이므로 케겔운동만 하지 마시고 골반, 즉 엉덩이과 허벅지 그리고 허리 근육까지 발달시키는 발꿈치 들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셔야 합니다. 이 때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허리 그리고 등과 목까지도 활처럼 휘면서 5초간 발꿈치를 들어 주어야 하면 아침 점심 저녁 각각 10회씩은 해야 합니다. 혼자 하기 힘들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는 모니터를 보면서 항문 조으기 운동을 하는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치료를 권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운동도 하고 예방도 했지만 그래도 대변을 참지 못하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대변실금은 난치질환이고 어떤 치료가 효과적인지에 대한 과확적인 증거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항문괄약근을 조여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만 손상과 노화로 인해 항문 괄약근의 조으는 힘이 약해진 경우, 치루 수술로 인해 항문괄약근의 손상이 있는 경우, 중풍이나 치매, 또는 당뇨로 인해 항문의 신경이 손상된 경우, 직장탈출증으로 인해 대변이 잘 나오지도 않으면서 실금하는 경우 등 아주 다양한 원인들이 있습니다.
이런 여러 원인들로 인해 대변실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먼저 항문 수지 검사, 항문직장 내시경 검사, 항문초음파 검사, 배변 조영술, 항문 압력검사, 음부신경전도검사, 괄약근 근전도검사 등을 시행하여 감별 진단을 하게 됩니다. 의료진은 이 검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대변실금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떤 약, 치료 또는 수술이 적합한지를 환자에게 말씀드리고 치료의 방향을 제시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수술 방법으로는 분만과 노화로 인한 대변실금의 경우에는 항문 괄약근 주위를 감싸 주는 티어쉬(Thiersch) 수술과 항문괄약근을 조여 주는 괄약근 중첩술(sphincter plication), 부분적인 괄약근 손상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만 조여 주는 괄약근 성형술(sphincteroplasty), 직장탈출증으로 인한 대변실금의 경우에는 복강경 전방 인공막 직장 고정술(laparoscopic ventral mesh rectopexy) 등이 있습니다. 척수신경 손상 등으로 인한 대변실금의 경우 천수신경조절술(sacral nerve modulation)이 과거 국내에 도입되었으나 지금은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대변실금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부끄러워 질병을 숨기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혼자 고민하시지 마시고 용기를 내어 의료진과 상담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곽병익 기자 skyher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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