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든, 우리는 아름답다" '성소수자 아이돌' 라이오네시스
[박우식 기자]
▲ 라이오네시스 |
ⓒ 라이오네시스 |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부터 방탄소년단까지 아우른 희망의 헌정, 성소수자 아이돌 라이오네시스의 신곡 'Like Christina taught me'.
'K-POP 최초'를 넘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성 소수자 아이돌 그룹, 라이오네시스가 6월 1일 신곡 'Like Christina taught me'를 통해 컴백을 알렸다. 이들은 2022년, 2023년 각 한국과 일본의 최대 규모 퀴어 축제의 메인 스테이지 헤드라이너로 공하며 데뷔 2년여 만에 아시아 퀴어신의 대체 불가능한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신곡 'Like Christina taught me'는 서울퀴어퍼레이드2024 메인 스테이지에서의 라이브 공연과 동시에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되어, 현재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과 유튜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전 소속사 STO엔터테인먼트로부터 독립한 첫 컴백에 관한 소감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관해 30일 화상인터뷰를 진행했다. 일문일답 형식으로 그 내용을 전한다.
"이 노래 듣는 모든 사람이 용기 가질 수 있길"
-' PAPYUN' 이후 반 년 만의 컴백입니다. 신곡 'Like Christina taught me'와 각자 근황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담준 : "안녕하세요! 라이오네시스의 리더, 담준입니다. 작년 연말엔 첫 단독 콘서트도 무사히 마쳤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며 뮤지션으로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K-Pop아이돌이기 전 활동했던 장르의 무대로 돌아가, 한국 일본 양국의 LGBT 재즈뮤지션들의 연합 콘서트인 'CUMA2024' 라인업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일본의 재즈오케스트라 '블랙테디베어재즈관현악단'과 협연 무대를 가지기도 하고, 데뷔를 앞두고 있는 연습생 아이들의 트레이닝을 잠시 맡기도 했어요. 지금은 아직 엠바고지만 (웃음) 여러분께서 정말 좋아하실 영화에 이미지 카메오로 잠깐 출연하기도 했어요.
데뷔하고 지난 2년 반 정도 시간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의 호의와 사랑으로 좋은 기회를 얻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제는 그동안 받은 것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결국 음악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어릴 때 부터 지금까지 용기를 잃지 않도록 옆에서 응원해준 고마운 음악들과 뮤지션들에 대한 감사와 헌정의 의미를 담아 이번 곡을 만들었어요."
말랑 : "라이오네시스의 막내, 이말랑입니다. 저도 담준이형과 마찬가지로 작년 연말 단독 콘서트가 가장 큰 이벤트였고, 팟캐스트 '이쪽이야'를 통해 팬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아, 올해도 '서울퀴어퍼레이드2024'의 메인 스테이지 헤드라이너로 참가하게 되었어요! 모두 보셨으려나요. 신곡 발매를 위해 그동안 여러 새로운 시도를 해 보기도 하고… 그리고, 드디어 이번 곡 뮤직비디오를 통해 제가 가면 속 제 얼굴을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 라이오네시스 |
ⓒ 라이오네시스 |
- 신곡 'Like Christina taught me'에 아주 많은 뮤지션들의 음악이 인용되었다고 들었어요. 하나씩 설명해 주시겠어요?
담준 : "저는 가사를 만들 때 '이걸 듣는 사람도 모두 이 마스터피스는 알고 있겠지'라는 전제와 함께 인용구를 사용하는 걸 워낙에 좋아해요. 라이오네시스 데뷔 이전에 작업했던 곡들에서도 주로 사용했던 방식이고… 듣는 사람들과 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일까요.
먼저, 제목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 노래를 통해 팬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위대한 팝 디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의 'Beautiful'이 저에게 줬던 용기였어요. "We are beautiful, No matter what they say. Words can't bring us down"이라는 말을 왜 어릴 땐 누가 노래로 만들어 주고 나서야 알 수 있었을까요? 라이오네시스의 팬덤인 덴(DEN)은 유독 각자의 상처를 하나씩 짊어지고 한 곳에 모인 소중한 사람들이예요. 단순히 가수와 팬 사이의 관계보다, 우리는 서로 공유하는 어떤 토양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제 사랑하는 덴들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어요. '누가 뭐라든, 우리는 아름답다'고."
강한 : "뿐만 아니라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Man in the mirror',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Make it happen',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Greatest love of all' 등 저희가 자라오면서 힘을 얻었던 노래들, 그리고 그 뮤지션들이 저희에게 준 메시지를 한 곡으로 엮어 냈어요. 저에게는 2022년에 발매한 라이오네시스의 싱글 'It's OK to be me' 뮤직비디오에서 제 드랙퀸 모습을 공개하는 것이 정말 큰 용기를 요하는 일이였거든요. 왜 매번 커밍아웃을 하는 기분이 드는지…(웃음) 이제는 이 모습으로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팬들을 만나는 것이 익숙해 진 느낌이에요."
말랑 : "또, 윤복희 선배님의 '여러분'과 방탄소년단 선배님들의 'answer:love myself '의 구절도 인용되었어요. '여러분'의 가사가 랩으로 만들어져서 처음 들었을 때는… 아직도 전율이 흐르는 느낌이에요. 'Show me your pride '이후로 라이오네시스의 음악도 조금씩이나마 더 폭넓은 이야기를 전하려고 애썼어요. '커밍아웃' 이야기를 넘어, 이제는 이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이 삶의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라요."
"가면에 연대의 의미도... 퍼포먼스는 계속"
- 신곡 'Like Christina taught me' 뮤직비디오에서 말랑씨가 가면을 오픈하면서 드디어 라이오네시스의 모든 멤버의 얼굴이 공개 되었네요. 이제 계속 가면없이 활동하는 건가요?
강한 : "이 가면의 의미는 '누군가 당장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는 상황의 사람 역시 모두 함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라이오네시스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상징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상황에 따라 멤버들이 취사선택을 하겠지만 가면을 활용한 퍼포먼스는 계속 될 거예요."
말랑 : "어유, 후련하죠. 사실 그동안 팬들과의 연대의 의미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도 가족들이나 주변에 얼굴이 알려지는 것이 아직 무섭기도 했거든요. 마음의 준비가 3년이나 걸릴 줄은…(웃음) 한이형 말대로 가면은 앞으로 계속 활용될 예정이에요. 다만 이전처럼 '아직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으니까' 하며 모든 무대나 콘텐츠에서 가면을 착용하고 등장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동안 코 밑으로만 메이크업을 해도 돼서 편했는데… (웃음) 그래도,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더 커요."
담준 : "지난 2년 반 동안 저희를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힌 악플이 '저 놈들도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니까 가면 뒤에 숨는 거다'라며 멤버들이 가면 쓴 사진을 캡쳐해서 인터넷에 퍼나르던 사람들이였거든요. 웃기는 건, '떳떳하지 못해서 가면 속에 숨는'다는 말을 호도하려고, 정작 제 얼굴만 빼고 나머지 멤버들이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만 캡쳐해서 자기들끼리 돌려보고 있던 거 있죠. 진짜로 떳떳하지 못하게 말이예요.(웃음)
저는 라이오네시스 이전에도 한 번 매드(MAAD)라는 그룹으로 정식으로 데뷔를 했었고, 얼굴이 계속 알려져 왔기 때문에 괜찮았는데, 나머지 두 멤버들의 얼굴을 공개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저희끼리도 많이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쨌든 이 가면이 우리와 팬들을 이어주는 통로기도 하니까, 버릴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저런 이야기들을 계속 돌게 놔둘 순 없었으니까요. 이제 다만 메이크업 실장님들은 3배 더 바빠지시겠지만… 오히려 저도 가끔은 다시 가면을 쓰고 새로운 퍼포먼스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 담준씨와 말랑씨의 고등학생 연기가 팬들 사이에 화제더라구요. 교복입은 모습에 주변 반응은 어떻던가요?
말랑 : "다행히 주변은 물론 팬들 역시 정말 좋아해 주시더라구요. 사실 교복도 교복이지만, 가면을 벗을 때 입고 있던 화려한 외투를 자꾸 형들이 '은갈치'라고…(웃음) 가끔 사복으로도 '은갈치' 애용하고 있습니다."
강한 : "저는 처음부터 '루야'의 모습으로만 있어서… 다른 출연자들이 모두 교복을 입고 움직이는 걸 보니 괜히 저도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느낌이 들더라구요. 재미있었어요."
담준 : "사실 이 콘셉트는 지난 3월에 한국에서 가장 큰 게이클럽인 '킹(KING)'에서 하루 동안 교복파티 이벤트를 한 걸 보고 착안했어요. 이날 저도 고등학교 때 입던 교복을 찾아 입고 놀러 갔는데, 다들 성인인 걸 아는데도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킹'의 대표이자 제가 K-POP 아티스트로 뛰어 들 수 있게 가장 큰 용기가 되었던 트랜스젠더 디바, 가수 차세빈씨에게 넌지시 물어봤어요. '누나, 저 이 콘셉트 써도 돼요?'라고. 너무 흔쾌히 재밌겠다고 하면서 허락해주시더라구요.
다만 단역 배우 일손이 모자라서 실제 지금 고등학생인 제자들이 함께 출연했는데, 제자 앞에서 교복 입고 친구 역을 연기하자니…(웃음) 아직도 웃음이 나요. 극 중 제 남자친구로 출연한 배우 김권씨도 저와 거의 열 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 저 혼자 담임선생님처럼 보이진 않을까하고 걱정됐었어요."
-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말랑씨의 얼굴 공개만큼 담준씨의 키스신이 화제였어요. 멤버들 반응은 어땠나요?
말랑 : "전 '부럽다!!'였죠. 하지만 극 중에서 저는 게이인 것이 드러나서 괴롭힘을 당하지만 꿋꿋하게 버티다가 가면을 벗고 새 스텝을 밟아 나가는 역할이였지만, 극 중 담준이형의 역할은 오히려 그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계속 숨기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아무도 몰래 사랑하는 둘이서만 받아들이는 역할이였으니까요. 두 캐릭터가 대비되는 모습이 저는 재밌었어요."
강한 : "'저거, 저거, 사심 아니야?'라고 놀리긴 했는데... 사실 중간에 세트장이 정전이 돼서 원래 예정되어 있던 장소가 아닌 화장실신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그래서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아서 담준이가 속상해할 줄 알았는데, '근데 이게 더 야하지 않아?'라는 거 있죠.(웃음)"
▲ 라이오네시스 라이오네시스 |
ⓒ 라이오네시스 |
- 이후 활동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강한 : "저는 드랙퀸으로서의 제 모습을 좀 더 연구하고, 팬들께 더 완벽한 모습과 퍼포먼스를 보여드리려고 해요. 서울퀴어퍼레이드가 끝나고 나니 당장은 큰 이벤트는 모두 끝나서… 물론 앞으로 계속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말랑 : "현재는 'Like Christina taught me' 프로모션에 집중하면서, 다음 작품에 대해서도 더 논의하고 있어요. 하반기에는 꼭 제작하고 싶은 곡이 있긴 한데… 데뷔 3주년과 맞물려서 뭔가 하나 더 나오지 않을까요?(웃음)"
담준 : "음악 방송… 정말 나가보고 싶긴 한데… 이번 곡은 가사에 '인스타그램'이 언급돼서 아마 방송 심의에서 다 반려 당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심의에 맞추자고 누구나 아는 브랜드 이름을 '별다방', '너튜브'같은 말도 안되는 이름으로 바꿔 부르며 말장난을 하고 싶진 않아요. 심의 결과는 더 기다려 봐야겠지만… 올해는 더 팬들과 자주 소통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만들어 보려 해요."
- 컴백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말랑 : "사랑하는 덴!! 잠깐 쉰 것 같은데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어요. 그쵸? 모두 'Like Christina taught me' 즐겨 주시면서, 앞으로 활동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사랑해요!"
강한 : "덴 여러분의 라이오네시스가 된 지도 곧 있으면 3년이 되네요. 그동안 제 삶에도 정말 큰 변화가 있었고, 그만큼 라이오네시스의 음악이 여러분께도 좋은 변화를 만들어줄 수 있었길 바라요. 언제까지나 덴들의 기쁨, 덴들의 노래이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계셔주실 거죠?"
담준 : "오래 기다려 주신만큼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는데, 모두 'Like Christina taught me'가 입에 맞으셨을지 모르겠어요(웃음). 언제나 저희를 응원하려 기다려 주시는 고마운 마음들 하나, 하나 모두 절대 잊지 않고 앞으로도 더 좋은 음악으로, 활동으로 보답할게요. 사실 앞으로 들려드릴 재미있는 음악이 아직 많이 남았거든요. 기대해 주실거죠? 나의 사랑하는 덴, 제가 받은 값진 마음만큼 더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사랑해 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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