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소입찰·SMR·LNG열병합…제11차 전기본 실무안 어떤 내용 담았나

강희종 2024. 5. 3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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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중앙대 교수가 31일 서울 KFI 컨퍼런스센터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강희종기자

그동안 관심이 집중됐던 제11차 전략수급가본계획(전기본)의 실무안이 31일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전기본 수립 자문기구인 총괄위원회는 이날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실무안을 공개했다. 이번 실무안을 기초로 정부는 환경부의 전략환경·기후변화영향평가를 거쳐 정부안을 마련하고 공청회와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11차 전기본을 최종 확정한다.

11차 전기본의 계획 기간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다. 실무안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과연 이 기간에 원자력발전소 몇 기를 더 지을 것인가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원전 외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 상당 부분 눈에 띄었다.

이번 전기본에서는 인공지능(AI)과 전기화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또 처음으로 무탄소 입찰 시장 제도 도입을 권고했으며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을 명문화했다. 앞으로 에너지 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굵직한 내용이다. 다만 LNG 열병합 발전소의 비중을 확대한 부분이나 석탄 화력 발전소의 폐기를 언급하지 않은 부분은 2050년 탄소중립에 역행할 수 있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첫 무탄소 입찰 시장 도입

우선 총괄위는 관심을 모았던 신규 원전에 대해서는 최대 3기의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2026년까지 재생에너지, LNG열병합, 수소 혼소 발전 등으로 채워지지 않는 전력 수요가 4.4GW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 부분은 재생에너지를 제외한 무탄소 전원 중 가장 경제적이라고 평가되는 대형 원전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1.4GW(APR1400 기준) 용량의 대형 원전 3기를 건설할 수 있는 용량이다.

통상 대형원전은 운용 효율성을 위해 2조씩 짝지어 지어진다. 원전은 그동안 고리3·4호기, 한빛3·4호기처럼 짝수로 계획되고 건설됐다. 기존과 달리 '3'이란 숫자가 나온 것에 대해 총괄위원장을 맡았던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밑에서부터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쌓다 보니 이러한 숫자가 나온 것"이라며 "4.4GW의 용량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는 정부와 사업자가 협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안은 2035년부터 2036년까지는 2.2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 0.7GW는 현재 연구개발(R&D) 중인 SMR의 상용화 실증을 위해 할당하기로 했다. 2034년 하반기에 첫 번째 모듈 설치를 시작으로 총 4개의 모듈을 순차적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개발이 끝나지 않은 SMR 기술을 11차 전기본 계획에 포함한 것이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SMR은 2018년에 표준 설계 인가를 받게 돼 있으며 경수로 기반으로 개발 중이어서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아 충분히 구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만약 기간 내 기술 개발을 완료하지 못하더라도 0.7GW로 소량이어서 수급 계획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무안은 또한 2035년부터 2036년까지 필요한 전력 중 1.5GW에 대해서는 다양한 무탄소 전원들이 경쟁을 통해 전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무탄소 입찰 시장을 도입하기로 했다. 가능한 무탄소 전원으로는 수소 전소 발전을 예로 들었다. 전기본에서 무탄소 입찰을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기본 실무안에서는 열병합 발전의 역활이 강조된 것도 주목된다. 실무단은 2028년까지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총 10.6GW의 신규 발전 설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문제는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무탄소 발전 기술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2031~2032년에 2.5GW, 2033~3034년에 1.5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하지만 SMR, 수소 전소 등 무탄소 기술은 2030년 중반에서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원전을 짓는 데도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실무안은 탄소를 배출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은 LNG 열병합 발전을 통해 필요 전력을 충당하기로 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열병합 발전은 설비 용량이 크지 않아 영향이 미미했으나 최근 사업자들의 대규모 신청으로 전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며 "열병합 발전의 필요 용량을 전기본에 보다 명확히 반영해 사업 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무안은 10차 전기본에서 제시한 1.1GW에 대해 시범 입찰을 실시하고 필요한 사항을 보완해 11차 전기본 확정 후에 추가 물량에 대해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또 2033~2034년에 필요한 1.5GW에 대해서는 '수소 혼소 조건부 열병합' 또는 '무탄소' 물량을 두고 차기 전기본에서 전원을 결정하기로 했다.

반도체 ·AI·전기화로 수요 급증

이번 11차 전기본 실무안에서는 2038년 129GW의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이번 전기본에서는 용인 반도체 국가 산단 조성 등으로 향후 투자 급증이 예상되는 반도체 부문의 전력 수요를 처음으로 반영했다. 반도체 제조 기업의 전력 사용 계획은 2028년까지 15.4GW로 조사됐다.

또한 AI의 급격한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2038년 기준 4.4GW로 평가됐다. 또 산업·수송·수소 등 분야별 전기화로 2038년에는 11GW의 전력 추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2038년 목표 설비 규모는 설비 예비율(22%)을 감안해 157.8GW로 산출했다.

이 중 태양광·풍력 설비는 2030년 72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격거리 규제 개선, 산단 태양광 활성화, 에너지저장장치(ESS) 조기 보강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비용량 72GW는 2022년 23GW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제28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이번 전기본의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6.6GW다. 지금까지 최대 실적이 2020년 4.6GW를 보급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도전적인 수치다. 태양광 풍력 설비 규모는 2038년 115GW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력, 바이오 등을 포함한 전체 신재생에너지 규모는 2038년 123. 5GW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현재 건설 중인 새울 3·4호기, 신한울 3·4호기 등의 준공과 운영 허가 만료 원전의 계속 운전을 반영해 현재 26기에서 2038년 총 30기, 31.6GW의 원전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계획대로라면 2030년 원전의 비중은 31.8%, 석탄 17.4%, LNG 25.1%, 신재생 21.6%, 수소·암모니아 2.4%, 기타 1.7%로 구성될 전망이다. 신재생 발전의 비중은 10차 계획과 동일하나 발전량은 4.3TW(테라와트) 증가했다. 2038년에는 35.8%, 석탄 10.3%, LNG 11.1%, 신재생 32.9%, 수소·암모니아 5.5%, 기타 4.6%로 바뀐다.

"전력망 뒷받침해야"

총괄위원회에서 활동한 학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전원 계획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전력망 확충"이라며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할 수 있도록 정부, 국회, 사업자 및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폐기된 해상풍력특별법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대한 특별법안이 22대 국회에서 통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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