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과 가짜 뉴스의 폐해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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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고는 조작될 수 있다.' 사고와 살인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정 바오루이 감독의 홍콩영화 '엑시던트'를 리메이크한 영화가 개봉했다.
서울 한가운데서 발생한 영화 속 사고에는 다양한 정치적 이슈나 배후 혹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정보통신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다양한 뉴스를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수많은 정보와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의 구분도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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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고는 조작될 수 있다.’ 사고와 살인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정 바오루이 감독의 홍콩영화 ‘엑시던트’를 리메이크한 영화가 개봉했다. ‘범죄의 여왕’을 통해 독립영화계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요섭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살인을 사고로 조작하는 청부 살인업자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청부 살인을 사고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 분)은 검찰총장 후보자의 딸인 영선(정은채 분)으로부터 아버지 성직(김홍파 분)을 죽여 달라는 존속살해 의뢰를 받는다. 표적이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유명한 사람인 만큼 작은 실수 하나에도 자칫 정체가 발각되지는 않을까 부담되지만, 영일은 재키(이미숙 분), 월천 (이현욱 분), 점만(탕준상 분) 등의 팀원과 함께 살인 계획에 들어간다. 하지만 느닷없는 변수로 계획이 꼬이고 영일은 짝눈(이종석 분)처럼 자신 역시 누군가의 표적이 되었음을 직감하게 된다.
영화는 설계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시나리오 작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설계도를 완벽하게 작성하라는 것이다. 영상물의 가장 기본이자 기초가 되는 시나리오가 탄탄하지 못하면 건축물처럼 부실 공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리뷰를 쓰거나 논문을 작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영화 ‘설계자’ 역시 기존 작품을 리메이크 했지만,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요섭 감독만의 작품으로 거듭나야 한다. 여러 장치들이 정교하게 설계되어야만 관객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원작과 달리 주요 정치 이슈가 첨가돼 흥미는 제공하지만, 범죄극과 심리극 사이에서 방황해 전개가 복잡하고 상대적으로 밀도가 떨어진다. 영화는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확증편향의 심각성을 담는다. 서울 한가운데서 발생한 영화 속 사고에는 다양한 정치적 이슈나 배후 혹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유튜버 하우저(이동휘 분)는 이러한 사고의 배후에 대해 음모론을 펼치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확증편향적인 태도를 보인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이나 판단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일부 언론사나 유사언론의 확증편향적 경향은 더욱 심해졌으며 그 폐해 또한 심각하다, 영화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확증편향의 폐해를 강하게 지적한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정보통신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다양한 뉴스를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수많은 정보와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의 구분도 어려워졌다.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원작이 의심과 불신의 작동 원리를 개인의 문제로 좁혀 말했다면 영화 ‘설계자’는 이를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가짜 뉴스, 음모 등으로 진실을 가리는 사회문제로 확장했다. 영화는 주요 사건을 정치 스캔들과 맞물리게 하며 언론의 역할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SNS 시대, 뉴스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과거에는 언론사의 공공성을 믿어 보도되는 뉴스를 모두 진짜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비록 언론사라 해도 편향적인 혹은 가짜 뉴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언론사 또한 공공성보다 특정 이념이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의 폐해는 거시적으로는 선거에서 잘못된 정치적 선택을 하게 하는 것부터, 미시적으로는 개인의 사생활에 피해를 주는 등 심각하다. 영화 ‘설계자’는 영화 흥행의 성공 조건으로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SNS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가짜 뉴스 폐해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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