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죄 평결'에도 출마 문제 없어…박빙 판세에 악재? 호재?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 판세에 변수가 생겼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과 관련한 모든 혐의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248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이 ‘중범죄(felony)’ 평결을 받은 이 상황이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초박빙 대결 구도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미국 안팎의 관심이 쏠려있다.
외신을 종합하면 30일(현지시간)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엔 문제가 없다. 트럼프 측은 7월 11일로 예고된 형량 선고 시점 직후 항소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 상소도 가능한 만큼 대선 전까지 최종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령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트럼프의 출마 자체엔 영향이 없다. 미 연방 헌법은 대통령 입후보 자격을 ‘미국에서 태어나 후보 등록 직전 14년을 미국에서 산 35세 이상 시민’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행여 트럼프가 교도소에 수감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선거에는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지지자 일부 이탈해도 경합주에선 큰 변수”
현지 매체들은 유죄 평결이 트럼프의 대선 가도에 악재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의 여론조사 분석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트럼프의 지지율은 바이든(44.3%)보다 1.2% 포인트밖에 앞서 있지 않는다. 트럼프 지지자 일부가 유죄 선고를 이유로 마음을 바꾸면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미 ABC방송 여론조사에서 4%,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6%의 트럼프 지지자가 그가 유죄일 경우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그에 대한 지지율이 2%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이라며 “1%포인트 이내 차이로 승패가 갈린 경합주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도 “트럼프를 지지하던 수천 명의 유권자가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같은 주요 주에서 투표에 나서지 않을 경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범죄자 프레임'으로 공세를 펼 것이란 점도 트럼프에겐 부담이다. 당장 유죄평결 직후 바이든은 X(옛 트위터)에 “트럼프는 항상 사익을 위해 법을 어겨도 처벌을 받지 않을 거란 그릇된 믿음을 가졌다”며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쫓아낼 방법은 투표뿐”이라고 공격했다. 항소심을 비롯한 각종 형사 재판에 발목을 잡히면서 선거 자금 모금 등에 타격을 입을 거란 전망도 있다. 트럼프는 성추문 입막음 사건 외에 대선 전복 시도, 기밀문건 유출 의혹 등으로 세 차례 더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한다.
“대선 5개월 남아…지지자 결집 호재”란 반론도
이번 평결 직후에도 그는 “재판은 조작됐다. 진짜 판결은 미국 국민에 의해 11월 5일(대선일)에 내려질 것”이라며 지지를 촉구했다. 트럼프 캠프도 트럼프 명의의 e메일을 지지자 등에 보내 “즉각적인 반격을 대규모로 해야 바이든을 후회하게 할 것”이라며 선거 자금 후원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캠프의 선거자금 모금 사이트가 마비됐다고 CNN 등이 전했다.
재임 중 하원에서 두 차례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 각종 구설에 휩싸인 적이 있는 트럼프가 도덕성에 기반한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번 유죄 평결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는 요소다.
이에 대해 ABC는 “지난 2016년에도 트럼프는 자신의 음담패설이 담긴 ‘액세스 할리우드’ 녹취록이 공개되며 지지율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대선 직전 빠르게 회복했다”며 “(대선까지) 5개월은 트럼프에겐 지지율 회복의 충분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미 공영방송 PBS도 “재판 결과가 이미 강하게 형성된 트럼프에 대한 여론을 다시 만들기보다는 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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