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시아 본토 타격 일부 허용"…서방 vs 러시아 '정면 충돌' 우려
[한국경제TV 김현경 기자]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제한을 풀자'는 목소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사이에서 커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본토 공격을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AP통신 등은 30일(현지시간)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를 방어하는 목적에 한해 미국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영토를 반격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전했다.
보도대로라면 제한적이긴 하지만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에서 중요한 전환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3월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 깊숙한 곳까지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300㎞의 신형 에이태큼스 지대지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데 이어 또 하나의 '빗장'을 푸는 셈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어떠한 도발에도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이 '3차 세계대전을 피해야 한다'는 자신의 정책 기조(mandate)에 위배된다며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로 자국 영토 밖을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던 바이든 대통령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입장을 뒤집었다며 "본인이 그은 레드라인을 분명히 넘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하르키우를 넘어 공세를 강화할 경우 미국 무기 사용 제한이 더 완화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의 이같은 정책 전환 기류는 우크라이나 전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이달 하르키우를 겨냥해 지상전을 개시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는 주요 전선에서 밀려나며 확연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에 무기 사용 제한을 풀어달라고 촉구해왔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에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우크라이나에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금기'였던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NYT는 "캐나다가 (러시아 본토 타격에) 자국이 제공한 무기의 사용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지 며칠 후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하르키우 공세를 약화하기 위해 러시아 내 군사 목표물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다"면서 "12개국 이상이 우크라이나에 유사한 허가를 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 군사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도록 지지를 표명한 국가는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체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폴란드다.
앞서 29일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 군사 목표물 타격에 자국 무기를 일부 또는 제한 없이 사용하는 것을 지지한 국가는 현재까지 10개국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 본토 타격과 관련해 조건을 내거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독일과 스웨덴은 국제법의 틀 안에서만 이를 승인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편 러시아는 연일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30일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의 민간 시설을 공격할 경우 러시아군이 '비례적인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28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뉴스 분석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앞서 23일 보도에서 서방 무기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될 경우 "무기를 공급하는 나토와 러시아 간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오판'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짚었다.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경우 강력하고 예측할 수 없는 러시아의 대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컨버세이션은 크렘린궁의 핵 위협은 종종 '엄포'로 간주되지만 특히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할 경우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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