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막음 돈' 유죄... 미 역사상 첫 중범죄 전직 대통령

윤현 2024. 5. 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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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트럼프 34개 혐의 모두 유죄 평결... 7월 형량 선고

[윤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유죄 평결을 보도하는 AP통신
ⓒ AP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이 유죄로 평결됐다.

이 사건의 형사재판 배심원단 12명은 30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이틀째 심리를 마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제기된 34개 혐의가 모두 '중범죄(felony)'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범죄가 됐고, 재판 담당 판사인 후안 머천 판사가 오는 7월 11일 형량을 선고하기로 했다. 이는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공화당의 전당대회(7월 15~18일) 직전이다.

트럼프 "조작된 재판... 나는 무고한 남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2016년 대선 직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7천만 원)를 건넨 뒤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자기 회사의 회계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검찰은 회계장부를 조작해 배임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2016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법 행위를 감추려고 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가 중범죄라고 주장했고, 배심원단이 이를 받아들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량 선고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갈지, 실형이 확정되면 형기가 얼마가 될지 결정된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호관찰 내지 최대 징역 4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배심원단의 평결 이후 법원 앞에서 "이것은 부패한 판사에 의해 조작된 치욕스러운 재판"이라며 "나는 매우 무고한 남자"라고 반발했다. 이어 "진정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내려질 것"이라며 "나는 국가와 헌법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나는 잘못한 게 없다. 내가 한 일은 모두 옳은 일이었다"라며 "우리 정부가 이런 우스꽝스러운 재판을 위해 국민 세금 수천만 달러를 썼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재판은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백악관과 사법부의 비호 아래 이뤄졌다"라며 "그들은 이 나라를 파괴하려는 폭력배와 괴물들"이라고 조 바이든 행정부를 맹비난했다. 

반면에 대선 상대인 바이든 측 캠프는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상 사익을 위해 법을 어겨도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을 가졌었다"라고 유죄 평결을 환영했다. 

또한 "그를 백악관 집무실에서 쫓아낼 방법은 투표뿐"이라며 "유죄 평결을 받았든 아니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지층 오히려 결집... 트럼프에 기부금 쏟아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유죄 평결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 뉴욕타임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았고, 실형을 선고받아 감옥까지 가더라도 대선 출마는 가능하다. 

이번 유죄 평결이 아직 지지 후보를 확실히 결정하지 못한 중도층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트럼프 지지층이 오히려 결집하면서 대선 구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유죄 평결이 내려진 직후 트럼프 선거 캠프에는 기부금이 쏟아지면서 한때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AP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도 극도로 분열된 미국의 정치 지형에서 이번 평결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일반적으로 동의한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밖에도 기밀문서 유출,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등 3건의 형사 재판을 남겨두고 있으나, 이들은 오는 11월 대선 전에 결과가 나올지 불분명하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헌법에는 중범죄자의 대선 출마를 막는 조항이 없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가 유죄 평결을 받으면 정계에서 사라질 것으로 기대해 왔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더 존경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과 유죄 평결을 받은 범죄자 중 한 명을 선택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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