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일머리’가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2024. 5. 3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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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머리'가 있다는 것은 일하는 방법, 요령, 노하우가 있는 걸 말한다.

대통령 중에는 박정희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일머리'가 있었던 것 같다.

해내야 하는 일을 알고 '일머리'가 있기에 누구에게 일을 맡겨야 하는지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국사(國事)를 행함에 있어 '일머리'가 없으니 '방향은 옳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 풀어갈지를 모르고 나라는 혼란스럽기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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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혁신과제 실행력이 더 중요한데
치밀한 일머리 없어 ‘방향은 옳다’ 만 되풀이
박정희·정주영의 추진력 배워야

‘일머리’가 있다는 것은 일하는 방법, 요령, 노하우가 있는 걸 말한다. 요즈음 국정을 책임진 사람들을 보면 공부하는 머리들은 있는지 몰라도 ‘일머리’는 없어 보인다. 반계(磻溪) 유형원(柳馨遠)은 국가개혁서인 ‘반계수록’에서 도(道)가 세상에 행(行)해지기 위해서는 대체(大體)만으로는 부족하고 상세한 절목(節目)이 필요하다고 했다. 즉, 큰 것을 이루려면 작은 것이 치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당면한 여러 혁신과제를 해결함에 있어 좋은 뜻과 방향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다. 모든 혁신은 찬성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반대를 하거나 심지어는 그 혁신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훌륭한 혁신안을 마련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 안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더 큰 일이다. 도시의 재개발·재건축으로 견주어보면 멋진 설계도 중요하지만, 그 설계대로 진행하기 위한 계획과 시행의 과정이 훨씬 어려울 수 있다. 그 과정을 잘 풀어가는 사람을 ‘일머리’가 있다고 한다. 대통령 중에는 박정희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일머리’가 있었던 것 같다. 기업인 중에는 역시 정주영 회장을 들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를 다시 일으킨다는 뜻으로 재건(再建)을 기치로 내걸어 5·16 이후에 국가재건최고회의를 만들고 심지어 기차 이름을 ‘재건호’로 명명하고 공무원 복장을 ‘재건복’이라고 했다. 가진 것 없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개발 자금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최고의 경제학자를 발탁하고, 해외 과학자들을 유치하는 등 필요한 일을 정하고 추진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해 청계천을 복원하고 수십 년 동안 고착되어온 버스노선을 정비해 준공영제를 도입하는 일을 했다. 또 대통령이 되어서는 4대강 유역 종합개발 사업을 했다. 그 당시에는 비판도 많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일머리’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위험하고 흉물스러운 청계고가를 해체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었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청계천 상가의 상인들과 수천 번을 만났다는 후일담이 있다. 온갖 이권이 얽혀 있는 버스노선을 준공영제를 도입하며 정비한 일 역시 이해 당사자들과의 원만한 합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4대강 역시 일부 해체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후일에는 대역사(大役事)로 기록될 것이다.

현대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과정의 여러 비사(秘史)가 있지만 서산방조제 마지막 물막이공사에서 대형유조선을 활용한 공법은 정주영 회장을 가장 떠오르게 한다. 공학기술자도 아닌 그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마지막 난공사를 해결한 비화이다.

하나같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기에 그 일을 맡겨야 할 사람을 발탁하는 능력 또한 탁월한 지도자들이다. 해내야 하는 일을 알고 ‘일머리’가 있기에 누구에게 일을 맡겨야 하는지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공히 용인(用人)의 달인이라 할 수 있다.

국사(國事)를 행함에 있어 ‘일머리’가 없으니 ‘방향은 옳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 풀어갈지를 모르고 나라는 혼란스럽기만 한 것이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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