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재테크]가계자산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노후대비 자산관리 측면에서 50~60대 퇴직 전에 해야 할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가계자산의 구조조정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인생에서 재산이 가장 많을 때가 50대인데 2023년 3월 기준 50대 가구의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6억450만원이다. 여기에서 가구당 평균 부채 1억700만원을 빼면 평균 순자산은 4억9750만원. 50대 후반에 순자산이 4억9750만원 있으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중 86%에 해당하는 4억2700만원이 부동산, 그것도 사는 집 한 채가 대부분이다. 가용 순금융자산은 705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자산규모도 그렇지만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30%대에 있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가 더 큰 문제다.

결국 대부분의 가계가 노후를 부동산에 의지해야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하겠는가. 우리보다 20~30년 앞서 저성장·저출산·고령화 사회를 가고 있는 일본의 부동산버블 붕괴와 그 후의 가격추이를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걱정이 앞선다. 부동산 가격의 중요한 지표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일본 3대 도시(도쿄·오사카·나고야)의 택지 지가지수는 1982년에 100으로 출발해 부동산 버블의 피크인 1991년에는 290까지 상승했다가 2012년에는 102까지 떨어졌다.

현재의 일본인들은 우리처럼 집에 한이 맺혀 있지 않다. ‘집 없으면 어때? 빌려 살면 되는 거지’ 이런 인식이 강하다. 예를 들어, 몇억원의 금융자산이 있는데 집은 없다면, 은행에서 융자받아 내 집 마련을 할 것인가, 아니면 집은 빌려 살고 그 돈은 다른 곳에 활용할 것인가를 냉정하게 따져본다. 반면에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의 분위기는 어땠는가. 많은 사람이 가진 돈이 거의 없더라도 은행에서 융자받을 수만 있다면 무조건 집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10~20년 후 노후대비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는 노후생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택에 대한 장기 수요 전망 또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집을 사는 건 주로 젊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투자와 연금센터’에서 예측해본 바에 의하면, 지난 2000~2020년 사이에 20~30대는 100만가구가 줄었고 2020~2040년 사이에도 130만 가구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집을 늘려가는 세대는 주로 자녀가 많은 40~50대이다. 그런데 이 40~50대가 지난 20년 동안에는 260만 가구가 늘었는데 앞으로 20년 동안에는 190만 가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60대 이상 고령자 가구만 지난 20년 동안에 400만 가구가 늘었고 앞으로 20년 동안에도 530만 가구가 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고령 세대들은 이미 집이 있거나 없더라도 살 능력이 없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이상의 몇 가지 요인만을 근거로 집을 사거나 팔라는 단정적인 말을 할 수는 없다. 다만 노후대비 차원에서 자산관리의 원칙만은 지키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따라서 재산이 한 곳에 집중돼 있으면 안 된다. 가진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다면 부동산의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 퇴직 무렵에는 선진국 수준까지는 못가더라도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반반 정도는 되도록 해야 한다. 과도한 부채를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것이 노후대비 자산관리의 원칙이다. 집을 줄여서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형편이라면, 주택연금 활용을 권한다. 주택연금을 활용하면 평생 그 집에 살면서 일정액의 생활비를 받다가 사후에 정산하고 남는 금액은 상속을 할 수 있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