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유망주' 김휘집, 서울 떠나 창원서 새출발

양형석 2024. 5. 3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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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30일 트레이드를 통해 NC로 이적, 키움은 NC의 1,3라운드 지명권 수집

[양형석 기자]

NC와 넥센이 장타력을 갖춘 젊은 내야수 유망주가 포함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NC 다이노스 구단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넥센의 내야수 김휘집이 NC로 이적하고 NC의 2025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와 3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게 넘기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NC의 임선남 단장은 "김휘집 선수는 파워툴을 가지고 있는 내야수로 어린 나이에 비해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2루수, 유격수, 3루수 수비가 모두 가능해 내야진 운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영입이유를 밝혔다.

2021년 키움에 입단해 2년 차 시즌이었던 2022년부터 히어로즈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김휘집은 2022년 타율 .222 8홈런36타점40득점, 작년 타율 .249 8홈런51타점46득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타율 .230 5홈런25타점24득점으로 기대만큼 빠른 성장속도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여전히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는 대형 유망주임에 분명하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김휘집은 이번 트레이드로 프로 입단 4년 만에 서울을 떠나 창원에서 새출발을 한다.

최고의 '유격수 사관학교' 히어로즈

지난 2008년 해체한 현대 유니콘스 선수들을 중심으로 창단한 히어로즈는 모기업이 없는 쉽지 않은 구단 사정에도 작년까지 3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리그에 빠르게 적응했다. 특히 20년도 채 되지 않은 길지 않은 구단 역사에서 메이저리그 직행 선수를 무려 4명(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이나 배출했을 정도로 선수 육성을 잘 하는 구단으로 유명하다. 특히 유격수 육성에 관한 히어로즈의 노하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비록 은퇴과정은 명예롭지 못했지만 3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에 빛나는 강정호는 '평화왕'이라는 별명처럼 유격수 포지션을 평정한 선수다. 2010년 데뷔 첫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인정 받은 강정호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동 포지션에서 상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2014년에 기록한 타율 .356 40홈런117타점103득점은 유격수의 성적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

강정호는 2014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팀을 떠났고 히어로즈는 강정호의 후계자를 찾아야 할 숙제가 생겼다. 하지만 강정호의 후계자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2015년 넥센의 주전 유격수로 도약하며 타율 .290 19홈런73타점89득점22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 유격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등장한 것이다. 김하성 역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강정호의 뒤를 따랐다.

김하성이라는 확실한 대안이 생겼음에도 히어로즈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 등 내야 유망주들을 수집했다(이정후 역시 휘문고 시절까지는 우투좌타 유격수였다). 이정후는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외야수로 전향해 리그 최고의 교타자로 성장했지만 김혜성은 내야 유틸리티로 활용하면서 꾸준히 경험을 쌓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올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비한 것이다.

실제로 김하성은 2020 시즌이 끝나고 샌디에이고에 입단했고 김혜성은 2021년 키움의 새 주전 유격수가 됐다. 2021년 전 경기에 출전한 김혜성은 타율 .304 3홈런66타점99득점46도루의 성적으로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하지만 김혜성은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인정 받은 다음 해 2루수로 변신했다. 키움의 새로운 간판타자가 된 김혜성의 수비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또 다른 대형 유격수 유망주 김휘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휘집은 '입단동기' 김주원과 상생할 수 있을까

서울에서 태어나 신일고를 졸업한 김휘집은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 전체 9순위로 키움에 지명됐다. 키움은 180cm92kg의 단단한 체격을 가진 김휘집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고 김휘집은 루키시즌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며 34경기에 출전, 1군무대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2년 차가 되던 2022년 김혜성이 떠난 키움 유격수 자리의 새 주인이 되면서 일약 키움 내야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하지만 김휘집은 2015년의 김하성이 보여줬던 빠르고 비약적인 성장을 재현하진 못했다. 김휘집은 주전 도약 후 2년 동안 222경기에 출전했지만 16홈런87타점으로 거포 유격수로서 확실한 성장속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김휘집은 주전 3년 차가 된 올해도 여전히 만 22세에 불과한 젊은 선수지만 키움은 2년 동안 풀타임 유격수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김휘집을 NC가 제시한 2장의 상위순번 신인 지명권과 교환했다.

사실 키움의 신인 지명권 수집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키움은 지난 2022년에도 박동원(LG트윈스)을 KIA 타이거즈로 보내며 얻은 2라운드 지명권으로 청소년 대표 출신 포수 김동헌을 지명했다. 2023년에도 최원태를 LG로 보내면서 받은 1라운드 지명권으로 서울고 에이스 전준표를 지명했다. 키움은 주전 유격수 김휘집을 보내면서 NC의 1라운드와 3라운드 지명권을 받았고 이를 통해 미래전력을 도모할 예정이다.

사실 김휘집처럼 장타력을 갖춘 대형 내야수 유망주는 NC뿐 아니라 어느 구단에서나 탐낼 만한 자원이다. 문제는 현재 NC의 주전 유격수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문제까지 해결한 만 21세의 스위치히터 김주원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김주원과 김휘집은 2021년 신인 드래프트 동기로 29일까지 KBO리그의 차세대 유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사이였는데 이번 트레이드로 졸지에 팀 동료이자 포지션 경쟁자가 됐다.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김휘집을 2루나 3루로 보내려 해도 NC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민우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는 서호철이 있다. 그렇다고 장타 잠재력이 뛰어난 김휘집을 백업이나 플래툰으로 활용하는 것도 썩 바람직한 육성방법은 아니다. 과연 많은 야구팬들이 기대하는 거포 내야 유망주 김휘집은 새로 이적하게 된 '공룡군단'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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