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조3808억원 재산분할,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파장
재판부 “반성도 없고 혼인 보호 헌법 가치 무시”
경제적으로도 파문 불가피…기업 흔들려선 안 돼
법원이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2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가 20억원이고 나머지가 재산분할 금액이다. 역대 이혼소송 중 최대 규모다. 그런 만큼 판결에 담긴 의미와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서울고법 가사2부가 산정한 위자료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20배나 많다. 그간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최 회장이 공공연하게 현행법 체계를 무시한 행동을 해온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2015년 한 일간지에 보낸 편지를 통해 혼외자의 존재를 공개했다. 이후 법적으로 혼인관계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사실혼 관계에 있는 김모씨를 위해 재단을 만들고 전시관을 열어 배우자 역할을 공식화했다. 이를 포함해 김씨를 위해 들어간 비용이 최소 219억원에 이른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반성하는 모습도 없고, 헌법이 보호하는 혼인에 대한 존중 태도도 안 보인다”며 질타했다.
재산분할은 사회적으로 더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 노 관장은 소송 과정에서 위자료와 함께 최 회장의 SK 지분 50%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1990년대에 최 회장 선친인 최종현 전 회장에게 전달된 노태우 전 대통령(노 관장의 부친)의 비자금 340억여원이 증권사 인수, 1994년 SK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는 이유에서다. 재판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돈을 건네며 받은 약속어음 사본이 30년 만에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과 이후 추징금 환수 과정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며 재판부가 심증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의 SK텔레콤 인수 과정에 대해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보호막이나 방패막이로 인식하고 지극히 모험적 경영 활동을 감행해 성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단순히 한 가정의 혼인 문제를 넘어 소문으로만 떠돌던 최고 권력자와 재벌 간 돈과 이권의 거래가 소송을 통해 드러나면서 국민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상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어떻게 내릴지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 회장이 상당한 금액을 물어줘야 한다면 결국 자신의 그룹 지분을 처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판결 뒤 SK㈜의 주가가 9% 넘게 오른 것도 이 소송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민감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SK그룹은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경제 전쟁의 핵심인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대표적 기업으로 뛰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이혼 소송으로 회사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SK가 치열한 경제 전쟁의 전면에서 선도적 역할을 굳건히 해주길 기대하는 주주와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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