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의 저열한 오물 풍선 도발, 대비 태세 문제없나
두엄 담아 260여 개 살포, “위해물질 포함” 우려도
북한의 비전투 분야 도발에도 종합 대책 만전을
북한이 어제 오전 서북 도서 지역을 향해 위성항법장치(GPS)를 교란하는 전파를 쐈다. 이로 인해 인천 해상을 오가는 여객선과 어선의 내비게이션이 한때 오작동을 반복했다. 북한의 전파 교란 공격은 평양 순안 일대에서 10여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직후 시작됐다. 북한은 그 전날에도 전파 교란을 했다. 다행히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항로를 잃은 선박이 북방한계선을 넘을 경우 남북 군의 대응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던 중대한 도발이다. 지난 28일 밤부터는 북한이 최소 260여 개의 오물을 담은 풍선을 한국으로 날리면서 당국이 서울·경기도 일대에 북한의 공습에 주의하라는 긴급 문자를 발송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북한의 동시다발성 도발이 지난 27일 밤 정찰위성 발사의 실패에 대한 ‘화풀이’라고만 보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북한이 한국을 국지적으로 공격하거나 서해상에서 충돌을 유인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북한은 지난 25일의 국방성 부상(차관) 담화에서 해상 충돌과 전단 살포를 예고했다. 북한군이 그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고한 내용으로, 이를 실행하려는 추가 도발 가능성도 예상된다. 특히 김 위원장의 입으로 불리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그제 오후 “계속계속 (오물 풍선을)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날려 보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장 북한은 이 오물 풍선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 자신들은 오물 풍선을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지만 설령 보복이라 하더라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라고 규정했다. 그렇게 남북관계가 국가 간의 외교라고 한다면 다수의 유엔 기구가 소재한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 위원장은 외교에서 상호주의의 개념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한국의 대북 전단에 거름과 쓰레기를 담은 풍선으로 대응하는 건 상식 이하 수준의 저열한 행동이란 국제사회의 비웃음과 고립만 초래할 뿐이다.
우리 정부 당국은 북한의 도발 빌미를 최소화하고, 오물 풍선 살포 등 북한의 비군사적, 비정형 방식의 도발 때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줄이도록 대비해야 한다. 수㎏이 넘는 오물 풍선이 그대로 육상에 떨어지거나 혹 풍선에 해로운 균이 들어 있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가 불가피하다. 2016년 1월 북한에서 날린 전단 뭉치가 경기도 고양시의 전원마을에 떨어져 주차해 있던 승용차 지붕이 크게 부서진 예도 있다. 당국이 자체적으로, 또는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공론화해 북한이 자성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능력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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