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시대…공격형 포수가 뜬다
프로야구에서 ‘안방마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포수는 그동안 수비를 중시하는 포지션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타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도입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 영향을 미쳤다.
포수는 투수가 던진 공을 받는 포지션이다. 그래서 수비수 중 가장 많이 공을 던지고 받는다. 그만큼 실수가 나오면 타격이 크다. 무엇보다 포수가 불안하면 투수가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없다. 그래서 포수는 수비 훈련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체력 소모가 큰 탓에 공격력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포수의 역할이 달라졌다. 여전히 수비는 중요하지만, 타격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공격형 포수’ 전성시대라 할만 하다. KT 위즈 강백호가 대표적이다. 강백호는 올 시즌 치른 55경기 중 15경기(30일 기준)에서 포수로 나섰다. 그 중 11경기는 선발로 출전했다. 서울고 시절 투수와 포수로 뛰었던 그는 2018년 프로 데뷔 이후에는 1루수와 외야수로 뛰었다. 하지만 올해는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1주일에 한 두 차례 포수 마스크를 쓴다.
포수의 역할이 바뀐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ABS 도입 때문이다. 과거엔 ‘미트질’이라 불렸던 프레이밍(미트를 움직여 투구를 스트라이크로 판정받게 하는 능력)이 중요했지만, AI 심판 도입 이후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제 어떻게 공을 잡든 상관없다. 공이 뒤로 빠지지 않게 블로킹을 잘하고, 송구 능력이 좋으면 된다”고 했다. 주전 포수 장성우의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체력 안배 차원에서 강백호가 도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계산이다.
포수로서 강백호의 능력은 전문 포수에 비해 떨어진다. 9이닝 당 폭투와 패스트볼은 0.9개로 꼴찌, 도루저지율도 12%로 최하위권이다. 투수를 리드하는 능력은 벤치에서 사인을 내거나 투수와의 대화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대신 강백호가 타석에 서면 기존 백업 포수가 나설 때보다 훨씬 좋은 공격력을 발휘한다. 강백호는 홈런(16개), 타점(51개) 1위다. 타율(0.322·9위)도 높고, OPS(장타율 출루율)도 리그 9위(0.942)다. 전문 포수 중 공격 기록이 가장 좋은 양의지(두산 베어스)도 강백호에게는 못 미친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는 포수 출신이기에 타석에서도 상대 배터리의 볼 배합을 잘 읽는다”고 했다.
다른 팀들도 포수를 기용하는 기준이 달라졌다. 공격력이 좋은 포수들이 예전보다 기회를 더 많이 얻는다. 대표적인 팀이 KIA 타이거즈다. KIA는 시즌 전부터 포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였다. 수비력이 뛰어난 김태군과 한승택이 있지만, 한준수는 타격 능력이 뛰어나다.
실제로 개막 이후 한준수는 김태군보다 더 많은 경기에서 안방마님으로 나섰다. 한준수는 타율 0.311, 2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김태군(타율 0.261, 3홈런 17타점)보다 수비력은 떨어지지만, 타격은 더 낫다.
두산 김기연도 대표적인 공격형 포수다. 2016년 LG에 입단한 그는 그동안 유강남·박동원 등에 밀려 주로 벤치를 지켰다. 더구나 수비가 뛰어난 허도환이 백업 포수를 맡고 있어 2년간 40경기(43타석) 출전에 그쳤다. 그러자 두산은 프레이밍은 약하지만, 공격력이 좋은 김기연을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했다.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기연은 올 시즌 주전포수 양의지와 함께 안방마님으로 활약 중이다. 올 시즌 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9, 2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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