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서 잇단 ‘한반도 핵무장론’…“전술핵 재배치 모색”
미국 의회에서 한반도 핵무장론이 잇따라 분출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고도화되고 북·중·러 밀착 구도가 두드러지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나오는 목소리들이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29일(현지시간)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무기 공유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위커 의원은 이날 미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 예산을 550억 달러(약 76조원) 증액하는 내용의 ‘주요 국방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은 안을 제시했다.
위커 의원은 “북한 김정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며 “미국은 한반도에서 억지력이 약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정기적 한·미 군사훈련,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유지하고 인도태평양에서의 핵 공유 협정 및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새로운 옵션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커 의원은 현재 미 의회에서 심의하고 있는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국방수권법안은 미국의 국방 정책과 관련 예산안을 총괄하는 연례 법안이다. 위커 의원은 지난 15일 폭스뉴스 기고문에서도 1990년대 초 미국이 한국에서 전술핵을 철수한 뒤 오히려 한반도와 태평양 안보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하며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아시아 버전의 나토식 핵 공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의원도 지난 15일 ‘군비 통제와 억제력의 미래’ 청문회에서 “핵무기의 동아시아 복귀 옵션 모색을 금기시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동아시아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이 지역에 재배치하기 위한 옵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상원에서 국방·외교 정책을 감독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하는 양대 상임위인 군사위·외교위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이 잇따라 나온 것이다. 위커 의원과 리시 의원은 오는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점할 경우 각각 군사위원장, 외교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들이 펴는 핵 재배치론의 무게감은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동안 금기시되다시피 했던 한반도 핵무장론이 미 의회 핵심부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는 것은 이전과 달라진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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