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촛불집회서 총파업 예고…韓 의료 심폐소생 퍼포먼스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30일 밤 전국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의사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날 각 대학이 의대 증원이 포함된 입시요강을 발표하자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오후 9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에서 “만약 정부가 계속 나라가 망하는 길로 가겠다면 의사들은 시민들과 함께 이들을 끌어내리는 선봉에 서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이 사태의 본질은 정부가 일으킨 의료 농단, 돌팔이 만들겠다는 교육 농단, 암 환자 고려장, 어르신들 돈 많이 드는 진료는 못 받게 해서 일찍 죽게 하겠다는 의료 고려장”이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이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100일이 넘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너무나 고생했다”며 “이제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만의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고 선배들이 가장 앞장서서 나서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교수님들이 의협과 한마음 한뜻으로 가주기로 결정했다. 개원의, 봉직의 선생님들도 환자를 살리는, 우리나라 의료를 살리는 외로운 싸움에 적극 나서주셔야 한다”고 했다.
의사 총파업이 실시되면 3개월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에 이어 개원의, 종합병원 봉직의, 대학병원 교수까지 파업에 나설 것이라는 게 의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파업 시기와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날 경찰에 신고된 대한문 앞 집회 규모는 600명이었으나, 주최 측은 약 2000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참가자들은 종이컵을 씌운 초 또는 전자 초를 손에 들고 가슴팍에 근조 배지를 달았다. 이들 일부는 ‘한국의료 사망’, ‘보건복지부 사망’이라고 쓰인 마스크를 쓰거나 ‘국민건강 사망. 의학교육 사망’, ‘고집불통 의대 증원 대한민국 의료 사망’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었다. 집회 말미에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환자 보호자의 호소 영상을 틀고, 대한민국 의료 심폐소생 퍼포먼스도 벌였다.
의협은 ‘국민과 의료계의 대화’ 시간을 갖고 그동안 콜센터를 통해 받은 국민 질의에 대한 답변도 내놨다. “현재 의사 인력이 부족하고,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데, 지금의 사태는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의협은 “우리나라처럼 의사 만나기 쉬운 나라가 어디 있냐”며 “의사 수가 늘면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이미 입증됐다”고 답했다.
의협은 같은 시각 서울 외에도 부산 해운대, 대구 동성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전주 전북도청 앞, 대전 보라매공원 등 전국 총 6곳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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