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스승도 혀 내두른 ‘18세’ 양민혁…‘반짝’ 아닌 초특급 괴물의 등장
김희웅 2024. 5. 30. 18:34
“나도 이 정도까진 못했다.”
윤정환 강원FC 감독이 ‘18세’ 고교 신인 양민혁의 활약을 지켜본 뒤 내뱉은 말이다. 현역 시절 ‘천재 미드필더’로 불린 윤 감독도 양민혁의 재능에 혀를 내둘렀다.
지난 29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 전북 현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15라운드. 승자는 강원이었다. 김두현 전북 신임 감독의 데뷔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경기의 스포트라이트는 필드 위에서 가장 어린 양민혁이 독차지했다.
데뷔전을 앞둔 김두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양민혁’의 이름을 꺼내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실제 김 감독은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 양민혁의 통통 튀는 드리블과 빠른 발을 의식한 듯, 왼쪽 수비수인 김진수의 공격 가담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양민혁이 전북 골문을 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분이었다. 김대우가 중앙선 위에서 뿌린 패스가 절묘하게 전북 수비수 이재익과 김진수 사이로 향했고, 양민혁은 볼을 터치하지 않고 결을 살려 따라간 뒤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다소 슈팅 각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난도 높은 골이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왼쪽에 배치된 양민혁은 안현범과 대결에서도 앞섰다. 거듭 왼쪽 측면을 허물며 날카로운 크로스로 전북 후방을 초토화했다.
매일 훈련하며 제자의 자질을 충분히 아는 윤정환 감독도 입이 떡 벌어질 만한 활약이었다. 윤 감독은 “나는 저 나이 때 저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단하다고 이야기했다. 민혁이는 상대를 잘 캐치하고 돌파를 영리하게 한다. 더욱더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극찬했다.
2006년생인 양민혁은 프로 첫선부터 좌중을 놀라게 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프로 데뷔전에서 32초 만에 도움을 올렸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광주FC를 상대로 손흥민(토트넘)을 연상케 하는 감아차기로 데뷔골을 터뜨렸다.
‘반짝’이 아니었다. 스스로 “수비 한두 명 정도는 제칠 수 있다”고 자신할 정도로 빼어난 드리블 능력을 갖춘 양민혁은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지금까지 4골 2도움을 수확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번 시즌 강원이 치른 15경기에 모두 나섰고, 최근에는 종료 직전 교체된 것까지 포함해 사실상 6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대개 빼어난 재능을 갖춘 10대 선수들은 프로 무대에서 힘·체력 등이 부치는 일이 잦은데, 이런 약점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양민혁의 오른쪽 측면 파트너인 풀백 황문기도 “(양민혁은)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잘하고 있다. 같이 뛰다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내가 고등학생 때 이렇게 당돌하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도 하게 된다”고 경탄했다.
스스로 ‘초특급 괴물’의 등장을 알린 양민혁은 “(프로 데뷔 전에는) 당연히 (이만큼의 성장을) 상상하지 못했다. 데뷔전부터 기회를 받아서 잘 성장한 것 같다”고 짚었다. 윤정환 감독의 극찬을 들은 그는 “감독님을 만나서 운이 좋은 것 같다. 나를 잘 믿고 기용해 주셔서 영광”이라며 웃었다.
양민혁은 전북전 득점으로 올 시즌 목표로 잡은 공격포인트 5개를 넘어섰다. 그는 “다음 목표는 설정하지 않고 힘닿는 데까지 하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춘천=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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