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역세권이 달라진다…지자체, 고밀복합개발에 팔걷은 까닭은?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역세권 고밀도 복합개발사업(MXD)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역세권은 교통·주거·상업·업무 등 모든 기능을 아우를 수 있어 도시의 핵심 입지로 통한다. 역세권을 고밀 개발할 경우 건설원가를 줄일 수 있고, 지구계획만 바꾸면 되는 절차상 이점도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기본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는 점에서 주거선호도 또한 높다.
30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자체들이 원도심(구도심) 재생 사업에 역세권 고밀도 복합개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수원시는 역세권 내 노후지역 고밀 복합개발을 포함한 도심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안산시도 초지역세권과 상록수역세권에 교통·주거·문화공연(아레나)·쇼핑이 원스톱으로 가능한 고밀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신도시 개발 등 도시 확장으로 인해 쇠퇴한 원도심의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의도다. 역세권 원도심의 발전을 가로막는 지상철도 지하화도 비슷한 맥락이다.
역세권 개발에 있어서 토지 소유주 등은 민간주도 개발 방식을 선호한다. 그러나 공공주도 사업이 유리한 경우도 있다. 민간주도 개발은 이해관계가 복잡해 소유주의 의견을 일치시키기 어려운 데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일부 지자체 역세권 원도심의 경우 민간 개발 지연으로 인해 빈집, 공실 등이 발생해 애를 먹고 있다. 또한 민간주도의 경우 대규모 복합사업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
공공주도 사업이 순항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 제물포역세권 개발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심각한 지역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역점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제물포역세권 개발 역시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한다. 제물포는 과거 인천의 중심축 중 하나였다. 인천대가 위치해 대학가 상권도 발달했다. 하지만 인천대가 송도신도시로 완전히 이전하고, 송도·청라·서구 등에 대규모 택지지구가 개발되면서 제물포는 낙후 원도심으로 전락했다. 개발 요구는 높았지만, 민간주도 사업이 가다 섰다를 반복하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게 됐다.
제물포역세권개발은 특이하게 도시재생(스테이션 제이)과 공공주택 복합사업(다이내믹 링커지 시티)이 결합한 형태로 진행된다. 사업시행자는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가 맡았다. 제물포역 동측(미추홀구 도화동 94-1번지 일원) 9만9000㎥는 2021년 5월 국토부의 ‘3080+ 공급대책’의 목적으로 진행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선도사업 지구에 선정됐다. 3687가구 규모 아파트 짓는 이 사업은 선도사업 지구 가운데 최초로 지난해 말 시공사 선정(현대건설·DL이앤씨)을 마무리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원활한 자금 조달 위해 공공주택 개발사업 최초로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투자자를 모집하고 개발 이익을 배당하는 형태다. 이 사업은 공공이 토지를 강제수용한 뒤 추후 아파트 입주권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동의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원주민의 개발의지가 높다는 게 인천도시공사 측의 설명이다. 인천시도 사업기간 단축을 위해 여러 심의 절차를 하나로 묶은 통합심의를 지원하고 있다.
제물포역 서측은 2021년 국토부로부터 도시재생지구로 선정됐다.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지상 10층 규모의 업무시설(영스퀘어)을 짓고,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담소 등)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노후주택 수리 지원, 스마트 플랫폼 구축 등 정주 환경 개선사업도 펼친다. 지자체 소유 토지를 활용해 청년·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업무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은 이전 도시재생사업과 차별화 포인트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고금리, 공사비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공공주도로 차질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공공주도 사업에서는 개발이익의 극대화보다는 공공성 확보가 우선”이라며 “역세권 개발을 통해 임대주택과 주민편의시설 등을 지어 주거복지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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