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모종 심고 방치? 그러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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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아 기자]
약 안 치고 농사 짓는다면 그걸 누가 믿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유기농, 무농약, 그거 다 거짓말이죠. 약 안 치고 절대 농사 안 돼요'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이다. 하지만 유기농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스스로 세우고 농사 짓는 사람들이 있다. 자연재배 또는 자연농법이라 부르는 방식으로 농사 짓는 사람들이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는 품이 넉넉한 자연농부 김연주(포비)님이 산다. 제주 토박이인 그는 젊은 시절에 절대 농부는 되지 말아야지 결심했다고 한다. 농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8년 전 농부가 되었고 자연농법이라는 고단한 길을 선택했다. 한 술 더 떠서 그는 수많은 농부들이 외면하는 토종씨앗을 이어가며 농사 짓는다. 그는 전국여성농민회와 토종씨드림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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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종교실 토종씨드림 제주가 주최한 토종교실이 열렸다. |
| ⓒ 류승아 |
토종교실에 모인 모두가 자신을 간단히 소개하였다.
포비 : "저의 보잘 것 없는 밭에 모여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귀농 8년차이고 전업농민이 된 지 5년 되었어요. 기후가 바뀌면서 농사 짓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원래는 봄에 보리콩(완두콩)으로 수익을 냈어야 하는데 올해는 단 한 알의 보리콩도 수확하지 못했어요. 겨울의 잦은 비 때문에 아래부터 썩기 시작해 죽은 것이 많았고 봄이 왔지만 밤 기온이 너무 낮아 보리콩이 거의 달리지 않았어요. 달린 콩도 수확할 만큼 자라지 못해 수확을 포기했어요."
윰 : "저는 서귀포시 화순에서 친구들과 소풍 겸 농사 겸 자파리(큰 욕심없이 즐기면서 한다는 뜻의 제주어 - 기자말)를 하고 있어요. 제가 친구들과 빌린 밭이 세모 모양이어서 발바닥 모양으로 두둑을 만들었어요. 옛이야기에는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의 꼭대기를 집어 던겨 산방산이 생겼으니 한라산과 산방산 사이에 있는 우리밭은 설문대할망이 한라산 꼭대기를 던질 때 디뎠던 그 자리가 되는 거죠."
순이 : "오조리에서 농부랍시고 농사를 짓고 있어요. 이것저것 별짓 다 하면서 혼자 나름 재미있게 농사짓는데 요즘 들어 생산물을 늘리고 싶다는 바람이 커졌어요. 올해는 이웃한 방치된 밭을 빌려 일구고 독새기 콩을 심을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영미 : "아이 셋을 키우니까 아직은 제 주체성은 엄마에요. 이백평 정도 농사를 짓고 있는데 방향을 아직 잡지 못했지만 자급을 위해 궁리하고 있어요. 저희 밭에도 놀러 오세요."
영인 : "수제 막걸리를 만들어 한살림과 자연그대로농민장터에서 소비자와 만나고 있어요. 대충 심고 나면 먹고 안 나면 말고 하는 식으로 텃밭농사를 짓고 있어요. 자급자족이씨라 부르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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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비의 보리밭 포비 김연주 님이 보리 사이에 심은 먹골참외를 살펴보고 있다. |
| ⓒ 류승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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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리밭에 심어진 먹골참외 언제 자라서 참외를 달지 궁금하다 |
| ⓒ 류승아 |
보리밭 한 켠에는 고구마 모종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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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비의 자연농밭 보리 옆에는 당근, 양배추, 고구마 모종등이 자라고 있다. |
| ⓒ 류승아 |
4년째 무경운으로 농사짓고 있는 양파밭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비 : "양파를 전문으로 심는 제가 아는 한 농민은 지난해 양파 세 가지를 심었는데 기후변화 때문에 한 가지는 결구가 되지 않아 전혀 수확하지 못했다고 해요. 개량종은 생육환경과 조건에 더 민감하고 그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양파는 토종이랄 것이 없지만 운 좋게 올해 제 양파는 잘 자라주었어요."
순이 : "올해 양파농사가 다들 잘 안 됐다고 하는데 포비님 양파는 정말 잘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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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파밭 토종교실 참가자들이 포비의 양파밭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
| ⓒ 류승아 |
포비의 비가림시설 채소밭으로 이동해 밭을 둘러 보았다.
"토마토 농사에 욕심이 있는데 토마토는 비가림시설 없이는 상품 가치 있게 길러내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비가림시설을 빌리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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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가림 채소밭 지난해부터 비가림 시설을 빌려 농사를 짓기 시작한 포비의 채소밭. 온갖 채소와 토마토 등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포비는 이날 토종교실 참가자에게 마음껏 채소를 뜯어갈 수 있게 했다. |
| ⓒ 류승아 |
수박 심기 전 포비의 설명이 이어졌다.
포비 : "관행농은 수박을 크게 키우고 달게 만들기 위해 인위적인 것을 해요. 자연농법으로 천천히 단단하게 키운 수박이 인위적으로 달게 만든 수박의 단맛을 따라잡지 못해요. 하지만 건강한 방식으로 생명력 넘치는 수박으로 키우고 있어요. 무투입으로 수박을 키울 때 중요한 것은 잎이에요. 수박 잎들이 충분히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풀 관리를 해주어야 해요.
수박은 순지르기가 중요해요. 원줄기는 잘라버리고 잎의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아들순을 키워 수박이 달리게 해요. 그런데 첫 번째, 두 번째 잎은 힘들게 나오느라 크기가 작죠. 그리고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모아서 키운 세 번째, 네 번째 잎은 크기가 훨씬 크게 잘 자라죠.
하나는 예비로 남겨두고, 그래서 수박은 처음 다섯 잎을 남기고 원줄기를 잘라버려요. 관행농 수박농사에서는 순지르기를 많이 한다고 알아요. 무투입으로 수박을 키울 때 중요한 것은 잎이에요. 그래서 저는 한 번만 순지르고 잎을 최대한 살려둡니다.
처음 심고 한 달간은 밭에 가보지 않아요. 가서 눈으로 보면 물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가보지 않아요. 하지만 수박은 스스로 이겨내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생명을 이어가죠. 그 자연의 생명력을 믿고 기다려주면 됩니다.
심은 뒤 한두 달은 풀 관리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면 태풍에 대비해 풀을 남겨두어야 해요. 물론 풀이 잎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관리는 해주어야 하지만. 풀이 없으면 태풍이 불었을 때 수박 잎이 다 날아가버리고 수박만 덩그러니 남게 되요. 그러면 수박은 자라지 못하고 그대로 썩어버립니다. 수박 잎이 풀에 기대어 땅에 단단히 고정될 수 있게 적당한 풀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면 그것들이 다 커지고 달게 익어줄 것 같지만 하나 이상을 키우게 되면 어느 하나도 상품성 있게 크지 못하고 파치가 되어 버려요. 그래서 솎아줄 때는 과감하게 솎아주어야 해요."
윰 : "수박모종 심을 때 어떻게 심으시나요?"
포비 : "대개 모종 심고 2~3일 뒤 비예보가 있을 때 심어요. 모종을 땅에 심은 뒤 뿌리는 눌리지 않게 하면서 모종 둘레 흙을 다져주는 것이 필요해요. 흙이 밀착되어 있어야 뿌리가 물을 찾아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영인 : "저는 날마다 수박에 물을 주고 있는데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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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박심기 토종교실 참가자들이 포비의 자연농밭에 흑수박모종을 아주심고 있다. |
| ⓒ 류승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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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종교실 마치고 함께 점심 이웃 식당, 바띠살롱에서 |
| ⓒ 류승아 |
덧붙이는 글 |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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