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 투표가 필요한 이유 [데스크칼럼]

황인성 2024. 5. 3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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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법' 최종 부결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당선 결과에 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흔한 반응이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두 표결의 결과가 당원들의 생각과 달랐다는 게 국회 내에서의 모든 표결을 기명투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의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와 무기명 비밀투표로 표결에 부쳐지자 가결 표를 던진 이들을 찾아내겠다면서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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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명투표로 싹 바꿔야 해요. 그래야만 (수박들) 색출할 수 있어요’

△‘채상병 특검법’ 최종 부결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당선 결과에 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흔한 반응이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두 표결의 결과가 당원들의 생각과 달랐다는 게 국회 내에서의 모든 표결을 기명투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의 이유다.

기명투표는 누가 어떤 표를 행사했는지 드러내는 방식이고, 무기명 투표는 그 반대다. 누가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양심에 따라 소신 투표를 행사할 수 있다. 

강성 지지자들은 기명투표 주장의 이유로 ‘책임 정치’를 언급한다. 국회의원은 선거라는 공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권력으로 ‘공인(公人)’인 만큼 비밀투표의 영역에 있지 않다는 논리이다. 언뜻 보면 그럴싸한 주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무기명 비밀투표의 존재 이유를 간과한 것이다. 

무기명 투표는 거의 인사와 관련된 표결에 한하고 있다. 법안이나 정책 등에 대한 표결은 기명투표로 역사의 책임을 지게 하고 있지만 다소 민감한 인사권 영역에 대해서는 원활한 정치 활동을 위해 무기명 비밀투표를 채택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거와 국무총리·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감사원장·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동의안,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탄핵소추안,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대의제를 채택한 우리 헌법이 국회의원의 자유위임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는 점도 무기명 투표가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이자 근거가 된다. 국민과 대의기관 즉 국회의원과의 관계는 기속되는 명령적 위임 관계가 아니다. 선출된 국회의원이 당선 이후에는 누구에게도 기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자유위임 관계다. 이는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지위의 헌법기관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모든 표결의 기명투표 주장은 국민주권의 원리와 대의제 민주주의를 기본원리로 채택한 우리 헌법의 정신과 정면 대립한다. 

더 큰 문제는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편향적 목적을 위해 기명투표 전면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성 지지자 일명 ‘개딸’들은 지난해부터 기명투표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와 무기명 비밀투표로 표결에 부쳐지자 가결 표를 던진 이들을 찾아내겠다면서 엄포를 놨다. 이에 반응한 것인지 지난해 7월에는 김은경 혁신위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방식을 현행 무기명 투표에서 기명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혁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최근 이재명 당 대표가 간접적으로 밀었던 추미애 의원 대신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에 당선 사실을 두고도 국회의원들이 당심을 거슬렀다면서 색출해내겠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정작 책임 정치를 기명투표의 배경으로 주장하면서 양심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압박하는 용도로 악용하려는 게 명백해 보인다.

우리 헌법 구조상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일지라도 이들은 국민의 대리인이지 결코 정당 당원들의 대리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명제에 동의하더라도 국회의원들이 당의 당론과 무조건 같은 판단과 의사 표시만을 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비민주주의적이고 반헌법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황인성 정치부장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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