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금인상 최대한 어렵게…트럼프 싱크탱크, 법으로 만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참여하는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ㆍAFPI)가 지방정부의 납세 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취지의 ‘지방 납세자 보호법’ 추진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AFPI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시 추진할 국정과제를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데다 트럼프의 일관된 철학인 감세 기조와도 맞물려 재집권시 정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FPI는 28일(현지시간) 공개한 ‘집 근처에서 시작되는 좋은 거버넌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식료품ㆍ가스ㆍ주택가격이 치솟고 중산층 월급으로는 생필품을 사기 어렵다”며 “미국 전역의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정부는 시민을 위해 좋은 거버넌스를 행사해야 하지만 상당수 지방정부는 주민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몇 가지 법제화가 필요한 정책을 제안했다.
AFPI는 우선 ‘지방 납세자 보호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법은 지방정부가 세금을 인상하기 전에 지방의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금 인상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는 ‘작은 정부론’을 펴는 공화당 당론에 부합하지만 ‘재정 확대론’을 펴는 민주당은 강하게 반대해 다툼이 예상되는 첨예한 사안이다. 지난해 11월 민주당세가 강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시의회는 “‘납세자 보호 법안’은 납세자들을 보호한다는 기만적인 기치를 내걸어 주민들에게 결과적으로 도로ㆍ물ㆍ공공안전 서비스에 돈을 더 내게 함으로써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부른다”며 ‘납세자 보호 법안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AFPI는 “지방정부 예산 회의 때 지역 주민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며 법안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AFPI는 ‘납세자 투명성 법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지방정부가 예산 지출 금액 등 기본 사항 외에도 ▶예산 프로그램의 목적 ▶예상되는 성과 ▶감사 결과 등 예산 관련 모든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내용이다. 공공 예산 회의의 실시간 공개도 포함된다. AFPI는 “납세자는 주의회의 입법 과정뿐만 아니라 자신이 낸 세금이 어떻게 지출되고 어떤 성과를 달성하게 됐는지에 대한 세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I는 ‘예산 절감 인센티브 프로그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AFPI는 보고서에서 “정부 기관의 오래된 문제 중 하나는 공무원들이 기관 예산 삭감을 두려워해 예산 절감 방안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예산 순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제안을 하는 공무원에게 직접적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에서 AFPI는 ‘노숙자 위기 완화법’도 제안했다. 지자체가 적절한 권한이나 자원 없이 불법 외국인이나 노숙자를 위한 임시 거주지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AFPI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 보안 의무를 포기해 미 전역의 도시들이 혼란을 겪게 했다”며 “국경 혼란의 위기는 이제 대도시에만 국한된 게 아니고 주변 지역 사회로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기 위한 국경 장벽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 구상과 일치한다.
AFPI는 트럼프 대선 캠프의 주요 공약을 마련하고 재집권시 곧바로 시행할 정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 단체가 최근 펴낸 정책 제언집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미국 우선주의 접근법』은 트럼프 재선 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로드맵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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