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이종섭 통화…당사자들의 해명 필요하다
━
박정훈 보직 해임에 대통령의 관여 개연성
용산, 공수처 수사 적극 협조해 진실 규명을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중요한 팩트가 새로 드러났다. 지난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보직해임 통보를 받은 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이 세 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항명 혐의로 군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단장 측이 입수한 통신사실 조회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일 12시7분과 12시43분, 12시57분 세 차례에 걸쳐 당시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던 이종섭 전 장관에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각각 4분5초, 13분43초, 52초간 이뤄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두 번째 통화가 이뤄지는 사이 박 전 단장은 보직해임을 통보받았다. 단정하긴 이르나 박 전 단장의 보직해임이 윤 대통령의 전화와 관련이 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뿐 아니라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31일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언론 브리핑이 취소되기 직전인 오전 11시54분쯤 대통령실에서 걸려온 유선전화를 받고 168초 동안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장관은 통화를 마치고 곧바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언론 브리핑 취소 및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당시 오전의 대통령실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크게 화내자 회의 직후 대통령실의 모 인사가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브리핑 취소 등을 요청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를 묻는 야당 측 질의에 “이 건과 관련해 통화한 게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당사자들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직접 해명을 내놔야 한다.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통화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고 밝혔으나 그대로 믿기엔 정황이 석연찮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어떤 성역도 없이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혀주길 바란다.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31일부터 8월 8일까지 대통령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 김용현 경호처장 등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채 상병 사건 수사에의 관련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실 역시 공수처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실이 수사를 회피하거나 팩트를 감추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여당 내부에서조차 특검 도입 여론이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다. 그러니 이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 정면 돌파하는 게 정도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연녀 10명 나라마다 있었다, 남편 ‘글로벌 불륜’의 비밀 | 중앙일보
- 남보라 "저 차 뽑았어요" 자랑에…'7000개 좋아요' 쏟아진 까닭 | 중앙일보
- "엄마, 식당 차리게 도와줘" 아들에 세금 없이 5억 주는 법 | 중앙일보
- 연금 말고도 월 100만원 나온다…4050 '평생 돈줄' 전략 | 중앙일보
- 태국 왕궁에 딸 소변 누게 한 부모…아빠 백팩 보니 중국인? | 중앙일보
- 초선들은 "무조건 충성"…쇄신 외치던 여당, 친윤·친한 반목만 | 중앙일보
- 성관계 무음 카메라로 몰카…아이돌 출신 래퍼 징역 3년 구형 | 중앙일보
- [단독] 최목사 "김여사 청탁 뒤, 대통령실 과장이 보훈부 연결" | 중앙일보
- [단독] 문다혜-靑직원 돈거래 의혹 증폭…檢 "노정연 판례 검토" | 중앙일보
- "성관계 문제로 짜증나서 장난"…'계곡살인' 이은해가 전한 그날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