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29) 백화를 사랑한들

2024. 5. 3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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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백화를 사랑한들
이세보(1832∼1895)

백화를 사랑한들 가는 춘풍 어이하며
근원이 지중한들 가는 임을 어이하랴
아이야 꾀꼬리 날려라 꿈결인가 하노라
-이세보 풍아별집 하권

시인은 떠나고 시는 남고

고려 시대에 시조가 생겨나 현대시조가 지어지기 직전까지 700여 년간의 고시조 시대, 시조를 가장 가장 많이 지은 인물은 누구일까? 순조 32년에 태어나 고종 32년에 사망한 문신 이세보(李世輔)이다. 그는 풍아(風雅), 시가(詩歌) 등의 시조집에 458편의 시조를 남겼다. 작품 수가 많은 만큼 주제도 다양해서 부정부패 비판, 유배, 애정, 도덕, 계절, 기행(紀行), 옛일에 대한 고찰 등을 두루 다루고 있다. 소개한 시조는 부질없는 사랑을 노래한다.

이 5월에 큰 시인 두 분이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 민중의 정서를 쉬운 언어로 깊이 있게 그려낸 신경림 시인과 상징주의의 영향을 받은 지적 서정을 노래한 성춘복 시인이다. 두 분의 빈소를 찾아 문상하며 시인의 육신은 떠나도 그가 남긴 시에 의해 제2의 삶을 산다는 생각을 했다. 이세보는 벼슬이 형조판서, 공조판서에 이르렀으나 그가 남긴 시조에 의해 영생의 문학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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