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마켓 나우] 경영과 투자에는 타이밍이 ‘신의 한 수’
구직자는 선망하는 기업에 들어가고자 사투를 벌인다. 입사 후에는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려 열정을 불태운다. 하지만 기업의 수명은 짧다. 거대기업이 포함된 S&P 500 기업의 평균수명은 20년 안팎에 불과하다. 기업 수명은 더욱 짧아지고 있다. 현재 잘나가는 기업의 상당수가 십 년 후에는 이름조차 희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 수명을 위협하는 것은 변화하는 환경이다. 기업은 한정된 자원을 투입해 최대치의 경영성과를 달성하려 한다. 매출 극대화와 이익 증가에 전력투구한다. 유망한 사업기회를 찾고 자금을 투입해 영업이익을 확보한다. 이를 통해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한, 기업은 존속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효율적 경영은 기업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좋은 사업 프로젝트를 찾아 효율적으로 자원을 투자한다 하더라도 생존은 보장되지 못한다. 환경 변화가 경영성과를 일순간 물거품으로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생존에는 투자 방향과 규모라는 벡터 차원의 결정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바로 위험 관리다. 최적의 리스크 관리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환경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고 예측해야 한다. 변화의 방향과 시점에 대한 예측이 모두 정확해야 한다. 방향이 틀리면 효율성을 확보할 수 없다. 시점이 틀리면 적절한 대응에 실패하게 된다.
역사는 리스크 관리의 승자와 희생양으로 나뉜다. 조선 선조는 당쟁의 와중에 임진왜란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해 엄청난 손실을 자초했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하지만 그는 일개 현감 자리에 있던 이순신을 전라좌수사로 임명했다. 군수보다 아래의 5급 관리를 사단장인 1급 관리관으로 파격 승진해 발령한 셈이다.
변방의 숨은 인재 이순신의 실력을 알아보고 발탁한 탁월한 안목에, 왜군의 내침 가능성이라는 방향까지 정확히 본 절묘한 리스크 관리였다. 그 타이밍은 신의 한 수였다. 이순신이 전라좌수사에 부임한 해는 임진왜란 발발 1년 전인 1591년이었다. 임명이 몇 년 빨랐다면 그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고 늦었다면 전란에 대비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과거 최고의 항공기 생산업체였던 보잉은 위험관리 실패의 반면교사다. 경영 효율성에만 매달리다 품질관리에 실패해 치명적 항공사고를 맞았다. 직원 내부 고발이 있었지만, 품질개선의 타이밍을 놓쳤다. 수차례 최고경영자가 교체됐고 기업가치는 5년 만에 반 토막 아래로 떨어졌다. 실추된 이미지로 인해 전망도 불투명하다.
최근에는 기업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유행이다. 방향이 맞을지라도 타이밍이 적절하지 못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페드시그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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