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공무원’ 시대? 인력난 근로감독 수사…‘챗GPT 보좌관’ 검토

나상현 2024. 5. 3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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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고발인), B(사업체 총무), C(사업주)의 진술만으로는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B의 거래 내역을 철저히 검토해 임금이 근로자에게 정확히 전달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고용노동부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가상의 임금체불 사건 진술서를 입력해보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특정 거래 내역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또 진술서에 언급된 특정 날짜의 통화 녹취를 분석해 사업주가 실제로 임금을 변제하겠다고 밝혔는지 등을 확인하라는 조언이었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진술서의 내용 요약도 함께 이뤄졌다.

고용부는 29일 ‘노동의 미래’ 포럼을 통해 이같이 전국 근로감독관들의 수사 업무를 보조할 수 있는 자체적인 AI 서비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연 40만건에 달하는 노동법 위반 신고 사건을 3000여명의 근로감독관들이 처리해야 하는 구조다. 1인당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100건이 넘는 셈이다. 여기에 AI가 단순 요약뿐만 아니라 진술 내용의 모순점을 파악하고 추가 조치를 위한 조언해주는 역할까지 수행으로써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국민 노동법 상담 서비스도 AI를 통해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수백장에 달하는 복잡한 노동법 매뉴얼을 일일이 읽을 필요 없이 자연어로 질문하면 법령·매뉴얼·질의회신·판례 등을 학습한 AI가 근거 자료와 함께 답변 제공하는 방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초거대AI 기반 서비스개발 지원사업을 통한 예산과 지원이 확보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AI’ 시동…“질 떨어지고 보안 우려” 지적도

이처럼 정부 부처 전반적으로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업무보고에서 “대통령 신년사를 챗GPT가 써보게 했더니 정말 훌륭하더라”며 공직 사회에서 AI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도록 독려하면서다.

AI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언론 배포용 보도자료 제목을 챗GPT로 작성해 화제가 됐다. 부내 소모임에선 주제를 제시하면 AI가 명사형으로 끝나는 보고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보고선생’을 개발해 생성형AI 개발 대회에 출품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도 ‘챗GPT의 미래와 경제정책 시사점’ 특강을 열고 AI 활용 방안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다만 AI를 업무 전반적으로 활용하기엔 여전히 결과물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많다. 한 경제부처 사무관은 “시범 삼아 챗GPT로 보고서를 작성해봤는데, 손을 봐야 할 곳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업무 효율이 떨어졌다”며 “허위 내용도 많다고 해서 자료 조사용으로 활용하기에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보안 이슈도 큰 장벽이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챗GPT로 작성한 업무보고서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민감한 내부정보, 개인정보를 챗GPT상에 입력하는 경우 해당 내용을 저장·학습하게 되어 정보 유출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입력된 내용을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하는 특성상 상용되는 AI 서비스를 그대로 업무에 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는 정부 전용 AI 서비스 구축을 추진하는 한편, 최근엔 ‘공공부문 초거대AI 도입·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관계 기관들과 논의해 정부 망 보안정책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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