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1천만명 훌쩍…‘1호’ 인터넷은행 [IPO 기업 대해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조 단위 몸값으로 평가받는 대어가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이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주인공이다. 시장 한파로 앞서 한 차례 상장을 철회했지만, 올해는 1분기 호실적 분위기를 이어가 연내 코스피 상장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다.
상반기 예비심사 청구
케이뱅크는 지난 1월 이사회를 열고 IPO 추진 안건을 의결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이어 2월에는 NH투자증권·KB증권·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며 속도를 냈다.
주관사 선정에서부터 케이뱅크의 상장 의지가 엿보인다. NH투자증권은 다수의 대형 IPO를 주관한 명실상부한 기업금융(IB) 강자로 꼽힌다. 지난 2022년 케이뱅크 상장 대표 주관사를 맡아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KB증권 역시 국내 금융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다. 특히 지난 2021년 카카오뱅크 상장 대표 주관 경험이 있어, 인터넷은행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부분이 강점으로 꼽힌다. BoA는 각국 국부펀드와 연기금 등 글로벌 핵심 투자자들에 대한 차별적 네트워크와 세일즈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21년 7월 케이뱅크가 인터넷은행 역대 최대인 1조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할 때 주관사를 맡은 곳이 바로 BoA다.
케이뱅크가 올해 상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이유는 한 차례 상장 철회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3개월여 만에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고심 끝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회사가 기대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022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IPO 시장은 ‘올라오기만 하면 대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활황을 누렸다. 단적인 예가 LG에너지솔루션이다. 2022년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기관 투자 수요예측에서 사상 최대 금액인 1경5203조원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2022년 들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하며 유동성을 거둬들였다. 이에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주식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을 계획한 업체들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에 다수 업체들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다. 케이뱅크도 그중 하나다. 침체된 시장 상황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 평가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향후 시장이 반등하면 그때 다시 상장을 노린다는 계획이었다.
케이뱅크 바람대로 지난해부터 IPO 시장은 점차 살아나는 분위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조 단위 대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두산로보틱스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이 조 단위 몸값으로 증시에 데뷔했고, 올해 첫 대어로 꼽힌 에이피알도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HD현대마린솔루션도 큰 관심 속 상장하며 IPO 시장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이처럼 IPO 시장이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내며, 케이뱅크도 연내 상장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잇는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6월 중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6~7월 중 심사에 들어가면 충분히 연내 상장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이미 상장예비심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며 “여러 기업이 밀려 있는 코스닥에 비해 유가증권 시장 상장예비심사는 일정이 여유 있는 편이라 비교적 짧은 기간에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쟁력 제고 과제
올 1분기 케이뱅크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케이뱅크는 올 1분기 당기순이익 507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전년 동기(104억원) 대비 5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128억원)과 비교해도 4배에 달하는 실적이다. 신규 고객도 증가세다. 올 1분기에만 80만명의 신규 고객이 유입되며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21년 2분기 이후 분기 기준 가장 큰 증가 규모다. 1분기 말 수신 잔액도 23조97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26% 늘었다. 여신 잔액은 14조7600억원으로 6% 증가했다.
다만 일회성 호재에서 비롯된 순이익 증가라는 평가가 나온다. 1분기 순이익 급증 배경에는 ‘대환대출 갈아타기’ 효과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올 1분기 신규 아파트담보대출 중 67%는 대환대출로 집계됐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상생금융 일환으로 금융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대출을 비교해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했다. 올해 초에는 주택담보대출·전월세보증금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 수혜를 케이뱅크가 제대로 본 셈이다.
당연히 일회성 요인이 없이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뱅크가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이지만 후발 주자인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보다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카카오뱅크는 1분기 순이익 1112억원을 올리며 인터넷은행 1위 자리를 굳히는 분위기다. 토스뱅크 역시 1분기 14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흑자전환한 후 상승 곡선을 그린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토스뱅크가 케이뱅크를 앞선다. 지난해 4분기 토스뱅크는 순이익 124억원을 기록한 반면, 케이뱅크는 2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코인 시장 분위기에 따라 급변하는 실적 변동성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역사적으로 코인 시장이 호황일 때마다 호실적을 올렸다. 지난 2020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덕분이다. 업비트 원화 거래 고객과 거래액이 증가할수록 케이뱅크 수신액과 고객도 확대되는 구조다. 코로나19 사태로 코인 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 케이뱅크가 급성장한 배경이다. 올해 1분기 신규 고객과 수신액이 늘어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하는 등 올 1분기 코인 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이에 케이뱅크의 실적도 덩달아 개선됐다는 진단이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케이뱅크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케이뱅크 순이익을 788억원으로 전망했다. 높은 대출 성장과 신사업 확대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과 소호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져 자산건전성 우려가 불거졌지만, 이 역시 최악의 시기는 지난 것으로 분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규제가 완화되고 주택담보대출 위주 성장으로 대출 포트폴리오가 다변화하는 중”이라며 “케이뱅크 신용평가모형(KSS) 고도화를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도 점진적으로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IPO를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추가 자본 여력을 확보해 중장기 성장동력이 제고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1호 (2024.05.28~2024.06.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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