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주 하락 후 반짝 반등? 서울 아파트값 오른다는데 우리만…
서울 아파트값이 9주 연속 상승하며 서울 대부분의 자치구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이런 온기를 이어받지 못한 채 최근 반년 가까이 집값이 하락세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데다 노후 아파트 재건축 가능성이 언급되며 한때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구매)’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지역이지만 지금은 재건축 기대감도, 아파트값 상승 기대감도 옅어진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둘째 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지난 5월 13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3%의 상승폭을 유지해 8주 연속 상승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노도강만 뺀 대부분 지역에서 보합(0%) 혹은 상승세를 보였다. 노원구과 강북구는 28주 연속, 도봉구는 26주 연속 내림세다. 5월 둘째 주 노원구는 0.01% 하락하면서 전주(-0.02%)보다 하락폭을 줄였다. 강북구도 전주(-0.02%) 대비 하락폭을 줄이며 0.01% 내렸다. 도봉구는 0.03% 하락하면서 전주(-0.01%)보다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짧게는 7주에서 길게는 1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하락세였던 종로구와 은평구, 서대문구 아파트값도 상승 전환한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노도강 지역은 2021~2022년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 중 하나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집값 상승기에 내집마련에 나선 20~30대 젊은 층이 몰리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상승률이 유독 높았다. 하지만 이후 주택 시장이 위축되고 대출 금리가 크게 뛰면서 이자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한 집주인의 급매물이 쏟아졌다. 매물은 쏟아지는 반면 사려는 사람은 충분하지 않아 집값이 하락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노도강 아파트값은 상승기 이전인 4~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부동산거래광장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 ‘중계금호타운’ 전용 59㎡는 지
난 4월 2일 4억9500만원(5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한 달여 전인 2월 27일 같은 층 매물이 5억2500만원에 실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시세가 3000만원가량 빠졌다. 이 아파트는 집값에 불이 붙었던 2021년 가을까지만 해도 6억4800만~6억9300만원에 연달아 거래됐던 아파트다. 2021년 12월 최고가(6억9300만원, 4층)를 마지막으로 1년 넘게 거래가 뚝 끊겼다가 지난해 3월부터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도봉구 쌍문동 ‘쌍문e편한세상(141가구)’에서는 전용 84㎡가 지난 4월 6억원(3층)에 직거래, 3월에는 6억3000만원(3층)에 중개거래됐다. 통상 직거래를 통한 매매가 상대적으로 싼값에 이뤄지기는 하지만,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2월 6억8800만원에도 팔렸던 아파트 시세가 5800만~8800만원 빠진 셈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21년 4월 7억7700만원에 신고가를 찍은 후 부침을 반복하다 시세가 6억원 초반대까지 내려앉았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2061가구)’ 전용 84㎡는 5월 들어 8억7000만원에 실거래 신고가 이뤄졌는데 2021년 10월 최고가(12억원) 대비 3억3000만원이 떨어졌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는 지난 4월 7억9900만원에 거래돼 2021년 8월 11억3000만원의 최고가 대비 3억3000만원 떨어졌다. 2001년 입주한 강북구 수유동 ‘수유래미안(690가구)’ 전용 84㎡는 지난해 5월 이후 거래가 뚝 끊겼다. 2021년 6월 8억6800만원(15층), 2022년 8억4500만원(14층)에도 팔렸던 아파트가 지난해에는 7억5000만원(10층)까지 떨어졌고, 그나마도 딱 한 차례 거래됐다.
수유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저층은 7억원 중후반, 로열층은 8억원 초반대에 매물로 내놓는데 이를 사겠다는 손님이 없다”며 “20평대인 전용 59㎡는 저가 매물을 위주로 간간이 소화되는데, 1년 전 시세와 비교하면 1억원 가까이 빠져 있다”고 들려줬다.
앞으로도 계속? 매수세가 안 받쳐줘
다행히(?) 하락 일로를 걷던 노도강 아파트값은 5월 셋째 주 잠시나마 하락세를 멈췄다. 서울에서는 노원구(-0.01% → 0%), 도봉구(-0.03% → 0%)가 지역·단지별 상승과 하락의 혼조세를 보이며 보합 전환했다. 강북구(0.01%)는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서울 전체 평균도 상승폭을 키우며 9주 연속 상승 기록을 세웠다. 이에 시장에서는 노도강 지역도 하락세를 멈추고 서울 주택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않겠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나마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아파트값 하락세가 멈추거나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가격 낮은 급매물부터 소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 추세적인 상승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시장에 나온 매물에 비해 매수세가 여전히 따라붙지 않고 있어서 대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5월 23일 기준 노원구 아파트 매물은 6038건으로 1년 전(4597건)에 비해 3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봉구(1981건 → 2344건)와 강북구(1138건 → 1357건) 역시 각각 18.3%, 19.2%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은 5.7%에 그쳤다.
수요도 문제다. 지난 4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노원구 88.3, 도봉구 85.1, 강북구 86.2를 기록했다. 지수가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인데 서울(94)은 물론 전국 평균(92.8)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노도강 아파트 매매 시장이 침체돼 있다는 뜻이다.
한때 노도강 아파트값 상승을 이끌었던 갭투자 역시 인기가 시들하다. 전세 가격이 오르는 중이라 갭투자를 할 만한 여건이 갖춰졌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탓이다. 아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노원구 갭투자는 34건이었는데, 지난해 4분기(10~12월) 65건에 비해 31건 줄었다. 도봉구는 21건에서 14건, 강북구는 9건에서 2건으로 하락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노도강 지역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계속되는 고금리 기조에 원리금 상환과 이자 부담을 느낀 영끌족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고, 투자 수요 위축으로 집값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1호 (2024.05.28~2024.06.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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