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미안하다고"…'KT맨' 오재일 "난 운 좋은 사람, 우승 돕겠다" [현장 인터뷰]

최원영 기자 2024. 5.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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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로 트레이드 된 내야수 오재일이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적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긍정적인 마인드다.

29일 서울 잠실야구장. KT 위즈의 일원이 된 오재일이 첫선을 보였다.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KT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을 소화했다. 이후 취재진과 인터뷰에도 임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KT는 지난 28일 삼성 라이온즈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홈런왕 출신 1루수 박병호를 삼성으로 보내고, 거포 1루수 오재일을 새로이 품었다. 박병호는 부진에 따른 출전 기회 감소로 KT에 팀을 떠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자진해 방출을 요청했다. KT는 웨이버 공시 대신 트레이드를 추진해 삼성과 합의에 이르렀다.

오재일은 2005년 현대 유니콘스의 2차 3라운드 24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해 데뷔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를 거쳐 2012년부터 두산에 몸담았다. 두산 소속이던 2016년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2020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FA) 자격을 획득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계약 기간 4년, 최대총액 50억원에 사인했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 KT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됐다.

삼성에서 마지막 경기가 된 28일 대구 키움전, 오재일은 9회말 대타로 출격해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경기 종료 후 트레이드 소식을 접했다. 그는 "경기 끝나고 부랴부랴 짐을 싼 뒤 (서울로) 올라왔다. 그래도 홈런으로 삼성 팬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건넨 것 같아 좋다"며 "삼성 선수들과는 짐을 싸며 따로 이야기했다. 미팅을 통해 말할까 했는데 그러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 오재일은 "감독님이 내겐 기회일 수 있다고, 가서 열심히 해 잘하고 다치지 말라고 격려해 주셨다"고 밝혔다.

KT 위즈로 트레이드 된 내야수 오재일이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팀을 맞바꾸게 된 박병호와도 오랜 시간 통화했다. 둘은 1986년생으로 동갑내기이자 절친한 사이다. 오재일은 "(박)병호는 가장 친한 친구다. 우리끼리 트레이드 돼 웃긴다는 말을 나눴다"며 "병호가 미안하다고, 자기 때문에 나까지 팀을 옮기는 것 같다고 하더라. 괜찮으니 각자 자리에서 잘하자고 했다. 그러면 둘 다 잘 되는 것 아닌가"라고 미소 지었다.

현재 KT의 주전 1루수이자 4번 타자는 문상철이다. 오재일은 문상철의 뒤를 받칠 전망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우선 (문)상철이가 먼저다. (오)재일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며 "상철이는 첫 풀타임 시즌이라 혼자 다 할 수 없다. 재일이가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잘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재일이는 수비도 정말 잘한다. 상철이와 함께 시즌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재일은 "주전 생각보다는 그냥 하루하루, 한 타석 한 타석 내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이어지고, 그게 지속되면 경기에 많이 출전할 수 있을 것이다"며 "경기에 못 나가더라도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들이 있지 않나. 후배들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착하게 살았기 때문이다"며 "KT는 이제 올라갈 것이다. 우승해야 한다"고 수줍게 웃었다.

KT 위즈로 트레이드 된 내야수 오재일이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로 들어서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다음은 오재일과 일문일답.

-이적 소감부터 듣고 싶다.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다. 어제(28일) 경기 끝나고 저녁 늦게 (트레이드 사실을) 알았다. 짐 부랴부랴 싸고 오늘(29일) 아침에 올라왔다. 훈련까지 끝내고 인터뷰를 하는 중인데도 잘 모르겠다. 아직 정신이 안 돌아왔다.

-어제 경기 후 트레이드 사실을 알았나. 
▲그렇다. 홈런 치고 들어와서 옷 갈아입는데 알게 됐다. 그래도 홈런을 쳐 삼성 팬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건넨 것 같아 좋다.

-처음 소식 들었을 때 어땠나.
▲내 기분을 잘 몰랐다. 잘 가는 건가, 잘 된 건가 안 된 건가 싶었다. 그냥 아직 정신이 없다. 갑자기 오게 됐다.

-가족도 놀랐을 텐데.
▲가족이 가장 당황스러워했다. 계속 괜찮다고는 이야기해 준다. 잘 간 거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번 시리즈에서 인연이 깊은 두산을 만나게 됐다.
▲선수들을 많이, 다 만나지는 못했다. 짧게 (김)재호 형, (김)재환이만 만났는데 별 말 안 하더라. 평소와 같이 경기 왔을 때 안부 묻는 정도였다.

-KT 선수들과는 인사 나눴나.
▲그래도 친한 선수가 몇 명 있다. 처음 보는 선수도 있긴 하다. 야구장에서 오래 봤던 얼굴들이라 어색하진 않다. 옷(유니폼)이 어색하다. 옷 말고는 편한 것 같다.

-등번호 40번을 달게 됐다.
▲남은 번호가 몇 개 없어 (40번이) 그중 제일 낫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더 좋아하는 번호가 생기면 그때 다시 바꾸려 한다. 

KT 위즈로 트레이드 된 내야수 오재일이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적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박병호와도 이야기를 나눴나.
▲통화했다. 가장 친한 친구인데 우리끼리 트레이드 되니 웃긴다는 이야기를 했다. 병호가 미안하다고, 자기 때문에 내가 팀을 옮기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하더라. 괜찮다고 했다. 각자 자리에서 잘하면 둘 다 잘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통화를 길게 했다.

-팀이 바뀐 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방망이가) 안 맞고 있는 시기가 있었다. 환경이 바뀌면 더 잘하는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려 한다. 잘했으면 좋겠다.

-박진만 감독과도 마지막 인사를 나눴을 텐데.
▲내겐 기회일 수 있다고, 가서 열심히 해 잘하고 다치지 말라고 격려해 주셨다.

-삼성 선수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을 듯하다. 상대 전적에서 강했던 선발투수 원태인에겐 경고한 것 같더라.
▲(원)태인이에게 조심하라고, 얼마나 컸는지 보겠다고 했다. (구)자욱이, (강)민호 형, (오)승환이 형과 어제 짐 싸면서 많은 대화를 했다. 미팅해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너무 슬플 것 같아 개인적으로 조금씩 이야기했다. 선수들도 갑자기 게임 끝나고 모이라고 해 내가 떠난다고 하니 다들 많이 놀랐다. 그래도 가는 건 가는 것이다. 새로운 친구(박병호) 오니 잘 부탁한다고 했다.

-KT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잘 치고 싶다. 수원에서 기록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정확히 기록은 모르는데 괜찮았던 것 같다. *오재일은 수원 KT위즈파크에서 62경기를 소화해 타율 0.304(214타수 65안타) 12홈런 45타점, 장타율 0.519 등을 올렸다.

-주전에 대한 생각은 없나.
▲주전보다는 그냥 하루하루, 한 타석 한 타석 내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이어지고, 그게 지속되면 경기에 많이 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에 못 나가더라도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들이 있지 않나. 또, 난 야구를 무척 재밌게, 즐겁게 하는 사람이다. 표정이 밝은 편인데 최근 야구가 잘 안 돼 조금 처져 있었다. 팀이 바뀌었으니 더 재미있게 하려 한다. 후배들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열심히 하려 한다.

-최근 타격감이 올라오는 추세다. 무엇이 잘 됐나.
▲타격감이 나쁘지 않은 상태였다. 몸 관리 잘해 계속 연습하던 것, 준비해 오던 것을 꾸준히 한다면 KT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KT 위즈로 트레이드 된 내야수 오재일이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적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이강철 감독이 오재일의 합류가 좋은 흐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착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KT는 이제 올라갈 것이다. 우승해야 한다. 

-외부에서 본 KT라는 팀은 어떤 이미지였나.
▲투수력이 너무 좋다. 타선도 정말 좋지만 투수력이 무척 뛰어나다.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팀이었다. 잘 치는 선수들도 많다. 이상하게 수원에 가면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

-한 팀이 돼 다행인 투수가 있나.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다. 쿠에바스가 제일 싫었다. 몇 년째 보고 있는데 같은 팀이 돼 너무 좋다. 사실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도 되게 싫어했다. 벤자민에겐 이 이야기를 했는데 쿠에바스에겐 아직 못 했다. 같은 팀이 되니 든든하다. *오재일은 쿠에바스에게 타율 0.111(27타수 3안타), 벤자민에게 타율 0.143(7타수 1안타)로 무척 약했다.

-삼성, KT 팬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3년 전 처음 대구에 갔을 때부터 삼성 팬분들이 정말 많이 환영해 주셨다. 그동안 야구장 안팎에서 큰 관심과 응원을 주셨다. 삼성에서 떠나오는데도 아쉬워해 주셨다. 내 야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3년이었다. 항상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야구하겠다. KT에는 이제 합류했는데 팀이 우승하는 데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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