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송영길에 100만원, 200만원 빼놓지 않고 보고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구속되기 전·후로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는 얘기를 꺼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허경무)는 29일 송 대표의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 15차 공판에 이 전 부총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 전 부총장은 이날 스스로 밝혔듯 “그 전부터 오랫동안 송영길을 지지했고 송영길의 측근”이자 ‘돈 봉투 사건’ 의혹을 풀어나갈 핵심 인물로 꼽힌다.
2021년 송 대표의 경선 캠프 조직본부장이었던 이 전 부총장은 당시 4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회의원 등에게 돈 봉투를 뿌린 게 사실이라고 밝히면서도, 송 대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겠다며 언급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 전 부총장은 “송영길 캠프에 돈 내는 사람은 송영길을 보고 돈을 내는 거고, 돈 내는 사람은 송영길에게 그 사실이 전해지길 바라냐”는 검사의 질문에 “당연하다”며 “100만원, 200만원도 빼놓지 않고 (송 대표에게) 보고했고, 후보(송 대표)의 반응을 (돈 낸 사람에게) 전달해줬다”고 말했다. 캠프에 돈을 내는 건 “일종의 보험을 드는 것”이라면서, 송 대표가 당선된 후 자녀 인사 청탁 등 “보험금 청구” 사례를 말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이 “이전에는 소극적으로 답했는데 오늘은 사실대로 진술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 전 부총장은 송 대표로부터 ‘나를 믿고 훗날을 도모하자’는 메시지를 받았단 얘기를 꺼냈다. 당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자신이 먼저 구속된 후, 남편이 연락을 피하는 송 대표를 찾아 출판기념회에 갔는데 책에 그런 글을 적어 보냈단 것이다. 이 전 부총장은 이에 대해 “압박처럼 느껴졌다” “회유라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장은 이날 증인신문에 나오기 전 ‘소나무당 사람’으로부터 송 대표의 메시지를 전달받았단 얘기도 했다. 자신의 민사 사건 변호사가 변호인 접견으로 오더니 사건 얘기를 마친 뒤에 송 대표의 편지를 꺼냈다고 한다. 이 전 부총장은 “(송 대표가) 제가 증인신문에 나와서 할 이야기들을 확인하려 했다”면서 “이런 상황이 되면 살려고 발버둥 치는 건 똑같구나, 25년 정치한 당대표나 뱃지 한 번 달아보지 못한 저나 마찬가지구나 하는 연민이 들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이 전 부총장에게 질문의 형식을 빌어 해명을 했다. 이 전 부총장 구속 후 남편의 연락을 피했던 것에 대해선 “왜 그런 마음이었겠느냐 저 때문에 수많은 사람 압수수색 당하고 한 사람은 죽기까지 했다. 위로의 말이나 전화 한 통화만 해도 증거인멸 우려라고 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훗날 도모 메시지에 대해선 “힘든 상황에서 격려하고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 측 변호사들은 이 전 부총장과 검찰의 관계를 의심하는 질문을 던졌다. “검찰이 증인에 대해 일부만 기소한 것을 아느냐” “면담할 때 구형량에 대해 얘기한 적 있냐” 등이다. 이 전 부총장은 “검찰이 저에게 3년을 구형한 것이 플리바게닝이라는 의혹인데 (사실이라면) 그 이후에 265쪽짜리 의견서를 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부총장이 답변하고 있는 중에 송 대표 측 변호사가 웃었다가 재판장으로부터 주의를 받고 사죄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전 부총장이 “그렇게 피식피식 비웃으면 제 답변을 저해하는 것이냐 저를 도발하는 것이냐”고 항의하자 앉은 자리에서 꾸벅이던 LKB 서재민 변호사는 “뭐 하시는 겁니까”라는 재판장의 말에 일어나 법대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재판장이 “저한테 하지 마시고 (증인에게 사과) 하라”고 하자 “증인께 사과드리겠다”며 이 전 부총장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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