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국가와 첫 CEPA 체결…韓·UAE "미래지향적 경제파트너십 구축"(종합)
국방·에너지·경제투자 협력 확대
첫 국빈 방한에 '최고 예우'
60억달러 이상 투자 기회
중동 붐 새로운 모멘텀으로
중소벤처위원회 신설 맞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우리나라를 첫 국빈 방문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국방·에너지·경제 투자 등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한·UAE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 교역 자유화와 투자 확대를 포함한 포괄적 분야에서 양국 간 경제 파트너십을 강화한다. 한국이 아랍 국가와 CEPA를 체결한 것은 UAE가 최초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중동 국가들과의 활발한 정상외교를 통해 ‘새로운 중동 붐’ 모멘텀을 마련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20분 무함마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UAE 간 CEPA 체결로 관세 자유화, 의료·온라인 게임 등 서비스 분야 개방, 바이오·에너지 등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경제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윤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에 이어 무함마드 대통령이 국빈 방한하면서 약 1년4개월 만에 상호 국빈 방문이 성사됐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FTA는 상품·서비스·교역 자유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CEPA는 여기에 투자 분야가 추가되는 성격"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CEPA가 발효되면 한국과 UAE는 향후 10년에 걸쳐 상품 품목 수 기준 각각 92.5%, 91.2%의 시장을 서로 개방하게 된다.
무기류와 대형 전기차, 의료기기, 의약품, 화장품 등의 관세는 즉시 철폐되고 상당수 기계류는 5년 내, 자동차 및 부품, 가전제품 등도 최장 10년 내 관세가 없어진다. 이 경우 아직 UAE와 CEP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에 비해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방한은 UAE 대통령의 첫 국빈 방한이자 무함마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한이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2022년 5월 대통령에 취임했으며, 취임 전 왕세제 신분으로 5차례 방한했다. 무함마드 대통령 방한을 통해 양국 정상 간 각별한 유대 관계를 구심점으로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키는 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60억달러 이상의 투자 기회 검토"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경제·투자 ▲전통적 에너지·청정에너지 ▲평화적 원자력 에너지 ▲국방·국방 기술 4대 핵심 분야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손을 맞잡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UAE 순방을 통해 300억달러(약 4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에 대한 성과를 확인하는 한편 국내 기업의 투자 유치를 모색하는 논의에 나섰다. 현재 무바달라(운용 자산 규모가 2844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13위 국부펀드) 등 UAE 기관은 투자 협력 채널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60억달러 이상의 투자 기회를 검토 중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300억달러 투자 공약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데 만족감을 표했다"며 "이번에 UAE 측이 60억달러 이상 규모의 투자 기회 검토에 들어가는 등 투자 협력이 원활히 이뤄진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함마드 대통령은 UAE 국부펀드와 투자기관의 이러한 결정이 결국 UAE가 한국 경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전통적 에너지·청정 에너지 분야 협력도 확대한다.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와 우리 기업 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의향서’ 체결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최소 6척(약 15억달러 규모·추가발주 옵션 별도)의 LNG 선박을 수주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박 수석은 이와 관련해 "향후 추가 발주 옵션도 포함됐다"며 "최종 계약은 이르면 상반기 내 체결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400만배럴 수준의 양국 간 공동원유비축사업 확대 논의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양국 간 에너지 안보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수소 협력사업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 ‘LNG 활용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탄소포집저장(CCS) 협력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유망산업인 수소 분야에서의 협력을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중소벤처위원회 신설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양국 중소벤처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장관급 정례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의 중소벤처 분야 장관급 정례 협의체 설립은 UAE가 최초다. 이 밖에 중동IT지원센터 등을 통한 기업 파트너십 강화, 글로벌 AI 연구거점을 통한 공동 연구개발(R&D) 확대, 카이스트(KAIST)·자이드대학 간 듀얼 캠퍼스 조성 등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원자력 분야 협력과 관련해서는 바라카 원전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행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양 정상은 후속 원전 건설, 원자력 연료 공급망, 소형모듈원전(SMR) 등 원전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고, 국방 분야에서도 한국 무기체계의 지속적인 수출 확대 등 방산 파트너십을 더욱 심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용산어린이정원 도착 무함마드, 성대한 환영식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 공식 환영식을 하고 무함마드 대통령을 최고 수준으로 예우했다. 이날 환영식은 여타 국빈 방문과는 차별화될 정도로 성대하게 거행됐다. 이날 오전 10시50분께 용산 어린이 정원에 도착한 무함마드 대통령은 양측으로 도열한 아크부대원 400명가량의 영접을 받으며 차량으로 대통령실 정현관까지 이동했다. 전통의장대와 취타대 100명, 어린이 환영단 120여명이 방한을 환영했다. 대통령 공군 특수비행 팀 ‘블랙이글스’ 8대가 UAE 국기 색이 나는 연기를 내뿜으며 축하 비행을 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공식 환영식과 정상회담, 협정 및 업무협약(MOU) 체결식, 공식 오찬을 소화했다. 공식 환영식과 방명록 서명 및 기념 촬영에는 김건희 여사가 참석했다.
정상회담 일정을 마무리한 무함마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자택 방문은 UAE 측 요구로 성사됐으며, 두 사람의 인연은 2009년 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 시작됐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은 앞으로 수시로 소통하면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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