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삼성행 박병호 "야구 인생 이렇게 끝내기 싫었다"
“이렇게 야구 인생을 끝내기는 싫었습니다. 정말 은퇴까지 생각했습니다.”
전격적인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홈런왕 출신 박병호(38·삼성 라이온즈)의 이적 각오다. 아직은 어색한 푸른색 훈련복을 입고 새 동료들을 만난 베테랑 거포는 연신 “마지막”이란 단어를 강조하며 이적 과정에서 생긴 논란을 가감 없이 해명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여는 다짐도 함께 밝혔다.
지난 이틀간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박병호는 29일 자신의 새 안방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향했다. 전날 KT 위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오재일(38)과 유니폼을 맞바꾼 뒤 이날 곧장 출근해 1군 훈련을 소화했다. 이어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하며 삼성맨으로서의 첫 번째 발걸음을 뗐다.
통산 383홈런을 때려낸 KBO리그의 대표적인 거포 내야수 박병호는 올 시즌 출발이 좋지 못했다. 타격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으면서 후배 문상철에게 주전 1루수 자리를 내줬다. KT 이강철 감독에게 신임을 얻은 문상철은 점차 많은 출전 기회를 받았고, 반대로 박병호는 대수비나 대타로 나오는 경우가 늘어났다.
2022년 KT 이적 후 줄곧 중심타선을 지켰던 박병호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주전에서 밀려난 가운데 자기 자리를 되찾을 수 있는 돌파구도 쉽게 보이지 않자 여러 루트로 자신의 불만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박병호가 무상 트레이드나 조건 없는 방출을 원한다”는 소문이 지난 28일 퍼지면서 논란이 생겼다.
박병호의 불만을 이미 파악하고 있던 KT는 이강철 감독과 나도현 단장의 주도 아래 몇 차례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박병호는 은퇴도 불사한 채 KT에서 나오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구단은 2021년 12월 FA 계약 당시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을 투자했던 선수를 아무런 보상 없이 풀어줄 수 없다며 맞섰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던 찰나, 오른손 거포를 찾던 삼성과 트레이드 논의가 오갔고 KT도 마침 왼손 홈런타자가 필요한 상황이라 박병호와 오재일의 맞교환이 성사됐다. 오재일 역시 올 시즌 타격 부진으로 주전 1루수 자리를 데이비드 맥키넌에게 내준 터였다.
전날 저녁 잠실구장을 찾아 KT 선수단과 이강철 감독을 만난 뒤 곧장 대구로 내려왔다는 박병호는 “3시간 동안 운전을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트레이드 과정에서 이런저런 뒷말이 나와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이어 “개막 후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내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감독님을 찾아가 거취를 의논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대화는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박병호의 출전 시간은 더 줄어들었고, 지난 26일에는 허리 통증까지 생겨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최근 체중이 5㎏ 넘게 빠졌다는 박병호는 “시간이 흐르면서 트레이드가 쉽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은퇴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감독님께서 ‘벌써 그만두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만류하셨다”면서 “지금 알려지기로는 내가 경기를 뛰지 못해서 구단과 싸우고 헤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울컥한 감정이 생겼고, 대화 도중 나온 감정이 그런 소문으로 와전됐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렇게 성사된 트레이드는 삼성과 KT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박재홍 해설위원은 “박병호와 오재일 모두 실력은 검증된 선수들 아닌가. 환경이 바뀌면 과거의 기량이 돌아올 수도 있다. 다만 트레이드로 생긴 마음의 상처를 구단이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오재일과 1986년생 동갑내기로 절친한 사이인 박병호는 “(오)재일이와는 어릴 때부터 친구로 지냈다. 어제 통화를 하면서 ‘우리가 야구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새로운 곳에서 잘 마무리하자’고 서로 응원했다”고 말했다.
대구=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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