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긴 일러, 가서 잘해" 앙금은 없었다, 박병호 "이강철 감독님 감사합니다" [IS 대구]
윤승재 2024. 5. 29. 17:54
"은퇴하긴 일러. (삼성 라이온즈) 가서 잘해."
트레이드가 결정된 28일 밤, 박병호(38)는 KT 위즈의 원정 경기가 있었던 서울 잠실구장 라커룸을 찾아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그에게 "은퇴하긴 이르다. (삼성) 가서 잘해라"는 격려로 제자를 떠나 보냈다.
KT와 삼성은 이날 오른손 거포 박병호와 왼손 장타자 오재일을 트레이드했다.
박병호는 2022년 KT가 30억원(계약 기간 3년)을 투자해 영입한 선수다. 2022년엔 35개의 아치를 그려내며 개인 6번째 홈런왕(2012~2015, 2019, 2022년)에 오르기도 했다. 쉽사리 트레이드 시장에 올릴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박병호가 간곡하게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올 시즌 44경기(선발 23경기)에서 타율 0.198(101타수 20안타) 3홈런 10타점 장타율 0.307로 부진한 그가 백업으로 밀리면서 변화를 쐬한 것.
박병호는 4월부터 구단에 이적을 요청했다. 먼저 은퇴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과 프런트는 그의 은퇴를 만류했다. 은퇴 대신 트레이드 등 이적 방안을 강구했다. 하지만 두 달째 진전은 없었고, 5월 말 박병호는 웨이버 공시까지 요청하는 데 이르렀다. 방출 후 다른 팀의 영입 제안을 기다리겠다는 뜻이었다.
이 과정에서 선수와 감독 및 구단간 날선 갈등이 있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박병호가 입을 열었다. "야구 커리어를 잘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올 시즌 (KT에서) 부진하고 경기에 잘 나가지 못하면서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은퇴를 먼저 생각하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울컥울컥한 면은 있었다. 그만두는 마당에 그러다가(이적을 요구하다가) 오해가 생긴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박병호의 완강한 모습에 마지막까지 그에게 잔류를 설득했던 KT도 결국 선수의 요구를 수용했다. 대신 방출 대신 이적을 모색했다. 나도현 KT 단장은 "수년간 팀을 위해 열심히 뛴 상징적인 선수다. 방출(웨이버 공시)이라는 안 좋은 모습으로 보낼 수 없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KT는 곧바로 여러 구단에 트레이드를 제안했고, 그 중 오재일 카드를 꺼낸 삼성과 빅딜에 성공했다.
트레이드가 결정되자 박병호는 선수단을 찾아가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이강철 감독과도 인사했다. 앙금은 없었다. 이 감독은 다시 한번 "너 은퇴하기는 너무 일러. 삼성 가서 마지막 야구 더 잘했으면 한다"는 뜻깊은 격려를 받고 대구로 내려갔다.
박병호에게 대구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현재 팀 상황은 박병호에게 호재다. 삼성의 주전 우타자는 포수 강민호와 내야수 데이비드 맥키넌이 전부. 왼손 타자가 많았던 삼성은 박병호 영입 덕분에 다양한 라인업 운용이 가능해졌다.
또 삼성은 타자 친화형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 구장으로 쓰면서도 장타력 부재로 고민하고 있다. '홈런왕 출신' 박병호의 영입으로 삼성은 고민을 덜었다. 박병호는 대구에서 통산 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153타수 46안타) 15홈런 36타점, 장타율 0.641의 좋은 성적을 낸 바 있다.
29일 삼성 유니폼을 입고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은 박병호는 "자신보다는 누구보다 더 노력하려고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한다는 생각으로,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KT 팬들을 향해서도 인사를 건넸다. 그는 "KT는 2년 전 나를 유일하게 찾아줬던 팀이다. 팬들에게 'KT에서 마지막까지 선수 생활을 하겠다'라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미안해하면서 "나도현 단장님도 이강철 감독님도 팀에서 나올 때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감사하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대구=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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