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갈등 속 만났지만 "책무 생각하라" vs "신뢰 없다"

황수연 2024. 5. 29. 17: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탕핑(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만이 대안인가. 책무에 대해서도 생각해봐달라.”(김한숙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정부가 약속을 지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정책 신뢰가 우선이다.”(채동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의료계와 정부 간 대치 국면이 100일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29일 서울대 의대가 주최한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 심포지엄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았지만, 이견만 재확인했다. 이날 자리는 서울대 의대가 마련한 것으로 이런 의료계 심포지엄에 복지부 인사가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29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한지아 당선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의료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2012년부터 의사가 1만명 부족하다는 추계가 있었지만, 의료계와 합의하지 못해 20년 넘게 증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지역의료 현장에서 힘들게 일했던 분들이 더는 견딜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의료개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의료계는 그러나 “국민 감성에만 호소하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는 “정상적인 정책 수립은 문제 파악과 과학적 근거를 위한 연구, 증거 확보, 연구의 진실성과 타당성 검증 등을 거치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은 이런 과정을 따른 게 아니다”라며 “증원은 국민 감성에 호소한 것으로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대형병원 쏠림, 병상 과잉 공급 이런 것들이 따져보면 국민만 바라보다 이렇게 된 게 아닌가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라고도 했다.

박종훈 고려대 의대 교수는 “전공의들이 나간 가장 큰 이유는 필수의료 패키지가 아닌 정원 문제”라며 “연간 2000명을 증원해야 할 만한 구체적인 보고서를 한번 보고 싶다. 그게 있다면 내가 정부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낼 텐데 아무리 뒤져봐도 그게 없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미복귀를 두고 안덕선 교수는 “파업을 합법화했으면 외국처럼 2주 전에 사전 고지하고 진행했을 것이고 전공의도 돌아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연스러운 집단행동을 불법화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조사한다. 구시대적인 조치를 제발 거둬주시라”면서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도 요구했다.

29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한지아 당선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은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전공의들은 필수의료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이들로 누구보다 환자를 돌보고 싶어한다”라며 “전공의들이 나쁘다고만 얘기하지 말아달라. 의료를 계속하고 싶기 때문에 정부에 바뀌어 달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한숙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그러나 “전공의 선생님들이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의사로서, 전문직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수련을 받았다”라며 책무를 언급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불신을 자초했다고도 지적했다. 채동영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는 “젊은 의사들이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는 건 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의료계 지원 등) 지금 보여주는 행동도 없는데 앞으로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정부가 신뢰를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한숙 과장은 “불신 문제는 성공 사례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사소한 것이라도 성공 사례를 찾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김한숙 과장은 의료계를 대표할 집단이 없는 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강희경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협이 있다. 정부가 다른 대화 채널을 찾으려는 게 황당하다”라고 했다.


정부 “복귀 여부 따라 차등 조치”


한편 이날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28일)까지 한 달간 복귀한 전공의는 122명에 그친다. 전체 전공의의 7%에 해당하는 699명이 현재 근무하고 있다. 정부는 복귀를 호소하면서도 복귀한 전공의와 그렇지 않은 전공의에 향후 조치에서 차이를 두겠다라며 압박했다. 또 “755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공보의와 군의관 파견 등 의료공백 대응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