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VIP 격노설 캐묻자…김계환 "사령관이 대통령 언급 부적절"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이 두 차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연루된 ‘VIP 격노설’을 추궁받자 “해병대 사령관인 내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해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진술을 남긴 것으로 29일 파악됐다. 묵비권 행사의 이유를 설명하는 형식인데 앞서 2월 군사법정에서 VIP 격노설을 적극 부인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현직 사령관으로서 대통령의 격노를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결과로 풀이된다.
공수처 등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통화 녹음파일과 해병대 사령부 관계자 진술 등에 포위돼 격노설을 마냥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김 사령관은 대통령의 격노설을 줄곧 부인해왔지만 지난 4일 공수처의 첫 소환조사 당시 격노설과 관련된 증거를 제시하자 묵비권 행사로 방향을 틀었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 격노설’을 들었다”는 해병대 고위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한 데 이어 김 사령관 스스로 ‘VIP의 질책’을 언급한 휴대전화 통화 녹음파일이란 물증까지 확보해 김 사령관을 압박했다.
또 묵비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김 사령관이 국가안보실 관계자로부터 VIP 격노설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 및 기록 이첩, 회수가 벌어진 지난해 7월 말부터 나흘간 김 사령관과 용산 국가안보실 관계자들과의 통화기록이 대표적이다. 채 상병 사망사건 기록의 ‘국방부 장관 보고(지난해 7월 30일)→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7월 31일)→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 경찰 이첩(8월 2일)→국방부 검찰단의 기록 회수(8월 2일)’ 국면에서 김 사령관은 용산 국가안보실 관계자들과 총 16차례에 걸쳐 통화했다. 군 검찰의 수사결과 등에 따르면 그는 나흘간 임종득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과 3차례, 임기훈 국방비서관과 4차례, 국가안보실에 파견됐던 김형래 대령과는 총 9차례에 걸쳐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사건 조사 기록이 경찰에 이첩된 직후인 지난해 8월 2일 개인 휴대전화로 당시 우즈베키스탄을 출장 중이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 통화한 내역까지 공개됐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이 전 장관의 지난해 8월 통화 내역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일 오후 12시 7분, 43분, 57분 등 세 차례 걸쳐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대통령의 첫 통화 이후 1시간 사이에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을 당했고, 군은 경찰에 이첩된 사건을 회수해왔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통화한 8월 2일은 대통령이 공식 일정으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한 날이었다. 이 전 장관과의 통화 당시 윤 대통령은 개막 첫날부터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가 무더기 발생하며 대혼란이 일던 잼버리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해외출장 중이던 이 전 장관에게 3차례나 전화를 건 것은 빠른 대응을 필요로 하는 다급한 현안이 있었다는 의미다.
당시 한덕수 총리를 포함해 각료들도 부산하게 이 전 장관을 찾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8월 2일부터 6일까지 이 전 장관과 세 차례 통화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8월 4일부터 7일 사이 이 전 장관과 다섯 차례 통화와 세 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 같은 기간 이 전 장관은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과도 여덟 차례에 걸쳐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과 통화를 했다는 내역이 확인됐을 뿐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된 주요 국면에서 윤 대통령과 정부 각료가 출장 중인 이 전 장관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공수처의 수사가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을 비롯한 용산 대통령실로 향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를 검토 중이다. 이 전 장관 측은 “대통령과의 통화 내역 공개가 적법한지 의문이고, 통화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기되는 의혹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사실도, 대통령실 그 누구로부터도 ‘(이첩 대상에서) 사단장을 빼라’는 말을 들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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