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죠, 배터리]리튬메탈 음극재 가로막는 장벽…'덴드라이트'가 뭐길래
분리막 훼손해 배터리 성능·수명↓
리튬메탈 표면 처리로 억제하는 기술 핵심
편집자주 - '보죠, 배터리'는 차세대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배터리 산업을 들여다보는 연재물입니다. 배터리 제조 생태계를 차지하려는 전 세계 정부·기업의 기민한 움직임과 전략, 갈등 관계를 살펴봅니다. 더 안전하고, 더 멀리 가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기술 경쟁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독자, 투자자들의 곁에서 배터리 산업의 이해를 보태고 돕는 '보조' 기능을 하려고 합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배터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배터리 음극재는 양극재와 비교해 소재가 한정적인데 지금까지 상용화된 소재는 흑연과 실리콘뿐이다. 그래서 리튬메탈 음극재는 흑연이나 실리콘에 이은 음극재 소재의 '최종 보스'격으로 여겨진다.
리튬메탈을 음극재로 사용한 배터리는 흑연을 사용한 배터리보다 가볍고 부피도 적다. 에너지 밀도 면에서도 우수하다. 흑연은 각 분자층 사이에 리튬을 저장하는 형태인데, 리튬메탈을 사용하면 더 많은 리튬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튬메탈 배터리를 상용화하려면 기술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덴드라이트(Dendrite)' 형성을 막아야 한다는 것. 덴드라이트는 리튬이 음극 표면에 쌓이면서 나타나는 나뭇가지 모양 결정체로,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리튬메탈 배터리를 연구하는 학계와 기업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뜨거운 연구 경쟁을 펼치고 있다.
덴드라이트는 왜 형성되는 것일까. 그 원인을 알기 위해선 리튬의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리튬은 다른 물질과 굉장히 쉽게 반응하는 물질이다. 리튬이온배터리의 고질적인 문제인 폭발 위험은 이러한 리튬의 높은 반응성과 발화성으로 인해 생겨난다.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리튬은 액체 전해질을 통해 양극과 음극을 오가는데, 이때 높은 반응성으로 인해 전해질이 닿는 순간 곧바로 반응한다. 반응의 결과물로 리튬메탈 표면에는 리튬 막이 형성되는데, 이 층을 'SEI(Solid Electrolyte Interphase)'라고 한다. 배터리가 사용되면서 이 SEI 층은 점점 두꺼워진다.
문제는 이 SEI 층이 매끈하게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SEI는 매우 다양한 성분들이 모자이크 형태로 표면에 나타난 불균일한 층이다. 이 때문에 리튬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특정 부분에서는 리튬이 빨리 도달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느리게 도달한다.
리튬이 빨리 이동하는 부분의 SEI 층은 두꺼워지고, 두꺼워진 만큼 물질이 더 빨리 쌓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그러다 인계점에 도달하면 이 위에 덴드라이트가 만들어진다.
덴드라이트 결정체가 커지면서 분리막을 훼손해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린다. 충·방전 과정 중 부피가 급격하게 바뀌면 전기적으로 음극과 연결되지 못하는 '데드 리튬(Dead Lithium)'을 만들어 수명이 짧아지고, 반대로 전류가 급격히 증가해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리튬메탈 배터리를 사용하려면 이 불균일한 SEI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는 리튬 메탈 표면에 인공적인 SEI 층을 만드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보통 SEI는 전해질에 닿자마자 불균일하게 생기는데, 전해질이 닿기 전에 미리 균일한 층을 만들어서 불균일하게 만들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대표적으로 스마트 광학솔루션 기업 아이엘사이언스가 선보인 덴드라이트 형성 억제 방안이 이 방식을 이용했다. 리튬메탈과 맞닿는 음극 집전체인 구리 집전체의 표면에 리튬 전이 금속 산화물을 코팅해 덴드라이트의 형성을 억제하거나 불균일하게 형성되는 빈도를 줄이는 기술이다.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 LG엔솔은 작년 12월 카이스트(KAIST) 공동 연구팀과 세계 최초로 리튬메탈 배터리에 붕산염-피란(Borate-Pyran) 기반 액체 전해액을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전해액은 SEI를 치밀한 구조로 재구성해 충·방전 효율을 유지하고, 전해액과 리튬메탈 간 반응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LG엔솔은 또 지난 1월 미국 차세대 배터리 벤처기업 사이온 파워(Sion Power)에 지분 투자를 하고, 차세대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에 나섰다. 사이온 파워는 리튬메탈 배터리 음극 보호층 관련 특허를 비롯해 470여개의 국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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