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중심에 '공중 보행로'…현대판 다빈치가 바꿀 노들섬 모습

한은화 2024. 5. 2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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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 글로벌 예술섬, 2027년 완공

서울 노들섬이 영국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이에 따라 20년간 지속해온 노들섬 개발 논쟁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2005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 때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한 데 이어 주말농장용 텃밭, 복합문화기지를 거쳐 쉼과 놀 거리가 있는 예술섬으로 거듭난다.

노들섬 글로벌 예술섬 당선작인 토마스 헤더윅의 '소리풍경' 남측 전경. 사진 서울시
63빌딩에서 바라본 노들섬. 연합뉴스

서울시는 노들 글로벌 예술섬 국제지명설계공모 최종 당선작으로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의 ‘소리풍경(SOUNDSCAPE)’을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베슬’과 ‘리틀 아일랜드’, 구글 신사옥 등을 지은 헤더윅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도 불린다.

노들섬은 서울시 첫 디자인 혁신 시범 사업으로 추진됐다. 지난해 국내외 7팀을 지명 초청해 노들섬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아이디어 안을 받았고, 지난 28일 공개심사발표회를 개최했다. 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심사발표회에는 시민ㆍ전문가 등 현장과 온라인을 통해 1000여명이 참석해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현장에서 오세훈 서울 시장은 “무려 2년에 걸쳐, 오늘 설계안이 나올 때까지 많은 분이 노력했다”며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들섬 야경. 사진 서울시


축구장 21개 크기 노들섬의 대변신


당선작인 ‘소리풍경’에 따르면 노들섬에 한국의 산 이미지를 형상화한 공중 보행로를 설치한다. 이 보행로는 한강대교 때문에 두 동강 난 섬을 하나로 잇는다. 건축가는 폭 1㎞인 한강 한가운데 있는 축구장 21개 크기의 여유 공간(15만㎡)인 노들섬 매력에 주목했다. 한강대교를 통해 하루 9만대의 자동차가 노들섬을 지나가지만, 존재감이 약했다. 헤더윅은 “시민에게 뭔가 특별한 곳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주면서 ‘이런 곳이 있었어?’라며 놀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화한 환경 속에서 더 외로워진 사람이 모이게 하는 공간으로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산을 형상화한 공중보행로의 모습. 사진 서울시
노들섬 기단부 모습. 사진 서울시

공중보행로는 반사되는 소재인, 스테인리스 커브 메탈로 제작돼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짓는 대성당 '사그리다 파밀리아' 프로젝트를 하는 세계적인 구조회사 아럽(Arup)이 구조설계를 맡는다. 방문객은 다양한 높이를 가진 보행로와 그 아래 공간을 걸어 다니며 한강을 조망하고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실내외 공연장도 설치된다. 한강과 연결되는 섬의 수변 지역에도 물놀이 공간 등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당선자와 오는 7월 설계 계약을 맺고, 기본·실시 설계를 한 뒤 내년 2월 착공, 2027년 완공할 계획이다.


노들섬, 뉴욕 맨해튼 ‘베슬’처럼 명소될까


공모전 심사위원장을 맡은 톰 메인 건축가(모포시스 대표)는 “굉장히 대담한 프로젝트이고,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인 정현태 뉴욕공과대 건축대학 교수는 “노들섬 프로젝트는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면서 한강을 활성화하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프로젝트였다”며 “헤더윅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심사위원 사이에서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토마스 헤더윅 . 사진 숨프로젝트

공개 심사발표회에서 예산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1차로 접수한 기획 아이디어 안에서 헤더윅의 ‘소리풍경’ 공사비가 2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책정한 실제 공사비는 3000억 원대다. 헤더윅은 “아이디어 안은 예산을 많이 초과해서, 아이디어 안보다 공중보행로 면적을 40%가량 줄이는 등 주어진 예산 범위 안에서 다시 계획하며 적정 면적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노들섬은 1916년 조선총독부가 한강인도교 건설 공사를 시작하면서 다리 지지 시설로 만든 인공섬이다. 당시 이름은 ‘중지도’였다. 광복 이후 1960년대 중반까지 이곳은 시민들이 찾는 유원지로 이용됐다. 1968년 한강개발계획이 시작되면서 노들섬 모래는 강변북로를 세우는 데 쓰였다. 이때 훼손된 모래밭에 강물이 들어오면서 섬이 됐다. 이듬해 한강개발관광(진흥기업)이 노들섬을 매입해 섬의 크기를 확장하면서 현재의 노들섬이 만들어졌다. 사유지였던 이곳을 2005년 서울시가 오페라 하우스 건립을 위해 매입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펼치던 오 시장은 본격적으로 노들섬 개발을 추진했다. 이후 오페라 하우스 건설을 두고 막대한 비용, 생태계 보전 등 문제가 대두되면서 논란이 됐다. 좌초를 거듭하던 개발 계획은 2011년 오 시장이 사퇴하면서 무산됐다. 박원순 시장은 2015년부터 공모를 시작해 2019년 ‘노들섬 복합문화공간’이 완공됐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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