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꺾은 삭발 여전사…"물고기 같다" 조롱받던 그녀의 포효
액션 신성 안야 테일러 조이
운전면허 없이 사막 카체이싱
외팔이 전사 성장, 눈빛 연기
28살 할리우드 여전사가 7000만 배우 마동석의 흥행 독주를 꺾었다. 할리우드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이하 퓨리오사)’(감독 조지 밀러)의 주연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다.
호주 거장 조지 밀러(79) 감독의 이 5번째 ‘매드맥스’ 신작은 지난 22일 한국 개봉과 동시에 ‘범죄도시 4’를 밀어내고 극장가 정상에 올랐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28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65만명.
앞서 15일(현지 시간) ‘퓨리오사’가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된 프랑스 칸국제영화제(비경쟁부문)에선 8분간 기립박수가 터졌다. 2020년 넷플릭스 최고 흥행 시리즈 ‘퀸즈갬빗’ 속 깍쟁이 체스 신동 역에 이어, 올초 SF 화제작 ‘듄: 파트2’에서 사막 행성의 구원자 폴(티모시샬라메)의 여동생 역할로 ‘신스틸러’로 떠오른 그다. 첫 블록버스터 주연을 맡은 ‘퓨리오사’에선 더 지독한 모래폭풍에 뛰어들었다. 삭발 이마를 검은 기름때로 덮은 외팔이 전사의 모습이 전작들과 딴판이다.
성노예 구출 퓨리오사 "미투보다 앞선 캐릭터"
밀러 감독은 마초 스타 멜 깁슨 주연의 ‘매드맥스’ 3부작(1979~1985)을 30년 만에 재시동 건 전작에서 퓨리오사를 탄생시켰다. 4편에서 퓨리오사는 황폐화한 세상의 독재자 임모탄에게 감금 당한 여성 성노예들을 구출한다. 버라이어티 등 외신은 “2018년 세계적인 ‘미투’ 운동보다 3년 먼저 여성의 억압된 분노를 표출한 캐릭터”로 주목했다.
이번 신작에서 퓨리오사는 세상을 망가뜨린 폭군들의 어리석은 전쟁을 목도하며 처절한 응징을 준비한다. 마블 히어로 영화 ‘토르’의 근육질 스타 크리스 헴스워스가 맡은 디멘투스에게도 퓨리오사는 “지옥보다 깊은 무덤에서 기어 나온” 두려운 상대다.
조지 밀러 "입 다물고, 눈으로 말하라"
“입은 다물고, 감정 없이, 눈으로 말하라.” 촬영 당시 조지 밀러 감독이 안야 테일러 조이에게 수없이 강조했다는 주문이다.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조이가 직접 밝힌 내용이다. 상영시간 148분을 통틀어 퓨리오사의 대사는 단 30줄. 밀러 감독이 운전면허도 없는 그를 캐스팅한 것도 블랙홀 같은 커다란 눈이 한몫했다.
밀러 감독이 처음 그를 눈여겨본 건 공포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2021)에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에드거 라이트 감독은 밀러 감독에게 “안야 테일러 조이는 마를레네 디트리히, 그레타 가르보, 캐리 그랜트처럼 카메라 시선을 활용할 줄 안다”면서 “할리우드 고전 스타 같은 에너지가 있다”고 칭찬했다.
조이에 대해 “신비롭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느낌이 있다. 잘 훈련된 배우”라고 평가한 밀러 감독이 특히 주목한 점은 세 가지. 조이가 샤를리즈 테론처럼 10대 때 발레를 전문적으로 해 동작이 정확하고, 오토바이를 탈 줄 안다는 점. 그리고 미국 마이애미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영국 런던을 오가며 자란 그가 연기를 위해 어려서부터 집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퓨리오사처럼 말이다.
데뷔 초 SNS서 조롱받은 눈, 트레이드마크로
데뷔 초 미간이 넓은 편인 얼굴이 SNS에서 물고기 같다고 조롱받으면서 조이는 거울 기피증을 겪기도 했다. 오토바이 사고로 오랜 기간 트라우마에도 시달렸다. 그러나 ‘퓨리오사’는 이 모든 걸 극복하고 반드시 잡아야 할 기회였다. 지난달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는 ”성장할 수밖에 없는 극한의 상황에 놓이고 싶었고, 해냈다“며 ”나는 내가 지킬 수 없는 사람(퓨리오사)과 사랑에 빠졌다. 이 영화보다 더 외로웠던 현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감독 3개월간 설득해 얻어낸 퓨리오사의 포효
그러나 한 장면만큼은 조이도 물러서지 않았다. 퓨리오사가 분노에 차 포효하는 장면이다. 3개월에 걸쳐 감독을 설득해 얻어냈다. 뉴욕타임스를 통해 그는 “분노 표현에 대한 감독님과 내 생각이 좀 달랐다”며 여성의 고난을 섬세한 눈물 한 방울로 표현하는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에 이미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퓨리오사’가 북미 흥행 1위를 휩쓸면서 그도 몸값이 높아졌다. ‘듄’ 3편 출연도 점쳐진다.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듄’ 시리즈를 책임져온 드니 빌뇌브 감독은 “안야와 촬영하며 그의 관대함, 솔직함, 열정에 감동받았다. 그와 함께 아라키스(‘듄’ 행성)로 돌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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