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산업망 협력” 日 “제안 거절”…공동선언문 두고 줄다리기

김현예 2024. 5. 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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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5개월 만에 이뤄진 한·일·중 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을 놓고 일본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였다고 2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공동선언문을 놓고 교섭하는 가운데 중국 측이 서플라이체인(공급망)에 더해 ‘산업망’ 협력 강화를 포함하자고 주장했지만, 일본의 반대로 담기지 않았다고 내용이다. 요미우리는 “중국은 북한 문제에 관한 내용에서는 양보를 거부했지만, 경제 안보 분야에서는 일본 측 주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산업망’ 용어에 반대한 일본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일본이 중국 제안에 반대한 것은 산업망이라는 단어가 갖는 뉘앙스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기자동차와 AI(인공지능) 분야에 대해 산업망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는데, 이 단어엔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원료와 소재부터 완성품 제조까지 모든 것을 중국 기업만으로 완결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와 같은 중요 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목적이 담겨있는 것으로 일본 측은 해석했다고 요미우리는 밝혔다.

시 주석은 실제로 지난 미국과의 무역 경쟁이 심화하던 2022년 “중국은 각국과 함께 새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의 새 기회를 포착해 공동으로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원활하고 효율적이며,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호혜·공영의 글로벌 산업망·공급망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길 원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3국 정상의 공동선언문에 ‘산업망’을 포함시키자는 중국 측 주장에 일본은 “중국 기업의 해외 전개를 허용해 과잉 생산으로 연결된다”며 거부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3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부분에서도 일본과 중국은 의견이 갈렸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중국은 ‘교섭 가속화’란 표현이 들어가길 요구했지만, 최종적으론 일본이 주장한 ‘논의를 지속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 밖에도 희토류 등 중국이 수출 규제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일본은 ‘혼란의 회피’라는 표현을 사용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7일 발표된 공동선언문엔 ‘시장 개방성을 유지하고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며 공급망 교란을 피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실리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9일 오전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론되는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협력부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차기 외교부장' 거론되는 류젠차오 방일

공동선언문을 놓고 양국이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일본과 중국 간 대화는 한·일·중 정상회담 이후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론되는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공산당 대외협력부장을 총리관저에서 접견했다. 기시다 총리는 면담에서 “과제 및 현안에 대해 대화를 더해, 호혜적 협력을 가속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 발언을 들은 류 부장은 “대화 확대에 공헌하고 싶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류 부장은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상을 만난 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간사장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와 면담을 갖는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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