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변, 원래 꿈이 목사였다면서요?”

장창일,박윤서 2024. 5. 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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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대 졸업→신대원→목사 안수’ 공식 깨지고 직장인 늘어
법조인부터 기자, 도슨트, 사진작가 등 다양한 직업으로 확대
신학대를 졸업했지만 목사가 되지 않고 사회로 진출하는 졸업생들이 최근 들어 늘고 있다. 사진은 한 변호사가 변론 전 기도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일터 사명’을 따라 직장으로 방향을 전환한 신학도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신학대를 졸업하면 신학대학원(신대원)에 입학한 뒤 목사 안수를 받는 기존의 공식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전국적인 신대원 정원미달현상도 ‘다른 길’을 개척하는 분위기를 확산하고 있다. 신학대도 ‘세상 속 일터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사회 선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정책적인 지원에 나섰다.

최근 장로회신학대(장신대·총장 김운용)와 총신대(총장 박성규)에서는 연이어 법조인이 배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장신대 기독교교육과 출신인 유순종(중랑경찰서 경감), 안인웅씨는 로스쿨을 졸업한 뒤 12회·13회 변호사 시험에 응시해 각각 합격한 뒤 변호사가 됐다.

공익법무관이 되기 위해 곧 입대하는 안 변호사는 2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유 선배가 앞서 로스쿨에 진학하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신학대 안에 로스쿨 진학 정보가 워낙 부족하다보니 입학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게 어려웠다”면서 “로스쿨 공부도 쉽지 않았고 변호사 시험 전 100일 동안은 깨어 있는 시간 빼고는 쉬지 않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합격률이 53%에 그친 13회 변호사 시험에 처음 도전해 합격했다.

그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중요한 건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따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세상 속에서도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찾을 용기가 있다면 신학대 출신도 얼마든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면서 “공익법무관으로 3년 근무를 하고 난 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변호사가 돼 ‘인간다움’에 대한 성찰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총신대 출신으로는 서청운 수원지방법원 판사가 대표적이다. 서 판사는 2012년 제1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로스쿨 1기로 3년간 법조 경력을 쌓은 뒤 2015년 로스쿨 출신 첫 경력 법관으로 임용됐다. 이 대학 신학과를 졸업한 방세현씨도 13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다.

이들 대학 출신 중에는 IPA 국제사진 공모전 올해의 에디토리얼 작가 홍우림 사진작가(장신대)나 대기업 직원, 민항사 파일럿, 기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졸업생이 적지 않다.

도슨트로 활동하는 이서준 여행미술관 대표는 감리교신학대(감신대) 신학과와 대학원에서 교회사를 전공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고등학생 때 교회에서 간 아프리카 봉사 때 만난 선교사로 목회의 꿈을 키웠다. 그는 “신학교 생활 2년 동안 이론 위주의 학교 수업에 회의감을 느꼈다”며 “신학생으로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군대를 갔다”고 말했다.

제대 후 떠난 유럽 여행에서 이 대표는 우연한 계기로 외국인들에게 여러 도움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해외 한국대사관을 돌며 외국인의 한국비자 발급 등을 돕는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여행가이드를 제공했다. 이 대표는 “여행가이드로 시작한 것이 좋은 기회들로 이어져 현재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신대 신대원 종교사를 전공한 그는 “사랑하는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신대원을 통해 배웠고 도슨트 활동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슨트로 일할 때 절대로 전도를 목적으로 두지는 않는다”면서도 “성직자와 선교사의 꿈을 이런 방향으로도 이끄실 수 있겠다는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신학대 진로코칭 분야에서 장신대는 오랜 경험이 있다.

이 대학은 학부 1~4학년까지 진료연계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신대는 언론문화미디어전문사역자 과정을 비롯해 청소년상담사 3급, 사회복지사 2급, 문화예술교육사, 외국어심화과정 등을 운영하며 졸업생에게 이수증(자격증)을 발급한다.

안정도 진로코칭 지도교수는 “우리 대학에서 진로코칭 수업은 필수 과목으로 모든 학부 학생이 수강해야 한다”면서 “목회자가 되기 위해 입학한 학생들이지만 다양한 인생 여정이 있다는 걸 배우면서 더욱 단단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목사가 아닌 다른 길을 걷는 동문과 만나게 해주고 실제 이 과정에서 진로를 바꾸고 자기 길을 개척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면서 “지역에서 이름을 날리는 학원 강사부터 헬스 트레이너, K-팝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졸업생들이 자기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다른 길을 택하는 이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장창일 박윤서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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