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개꿀" 아이 낳으면, 올림픽파크포레온서 20년 산다
장기전세주택 입주민이 아이를 1명만 낳아도 입주 계약 기간을 최대 20년까지 늘려준다. 또 거주하다가 2자녀 이상 낳으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수도 가능하고 자녀가 있는 가구에 넓은 형평의 주택을 공급한다.
서울시는 29일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한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신혼부부에게 3년간 공공주택 4396가구를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높은 주거비로 출산을 망설이는 신혼부부에게 아이를 낳아도 된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 확대방안
서울시는 무자녀 신혼부부는 물론 예비 부부가 입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Ⅱ’를 공급한다. ‘시프트(SHift)’로도 잘 알려진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 오 시장이 자치단체 최초로 도입했다. 17년 만에 새롭게 도입한 장기전세주택Ⅱ는 무주택 세대원으로 구성한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 모집공고일 기준 혼인 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 또는 6개월 이내 혼인신고 예정이면 신청할 수 있다.
중산층·실수요자를 위해 소득 기준도 완화했다. 전용면적 60㎡ 이하 공공임대주택 신청 대상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20% 이하(맞벌이 가구 180%), 전용면적 60㎡ 초과는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50% 이하(맞벌이 가구 200%)다. 소유부동산(2억550만원 이하)·자동차(3708만원 이하) 기준도 각각 충족해야 한다.
입주 후 혜택은 출산 자녀 수에 따라 달라진다. 아이를 1명 낳으면 최장 거주 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한다. 2명을 낳으면 20년 후 살던 집을 시세보다 10%, 3명을 낳으면 시세보다 20% 싸게 살 수 있다. 자녀를 낳으면 해당 임대 주택에서 넓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다. 빈집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도 가능하다.
서울시는 우선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해 올해 입주를 앞둔 올림픽파크포레온에 300가구를 공급한다. 7월 중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출산시 우선매수권…시세 이하로 매수 가능
신혼부부 반응은 뜨겁다. 강남권에 거주하다 2020년 결혼한 신혼부부 A씨는 “아내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인근 빌라 입주를 일단 보류하고 장기전세주택Ⅱ를 노릴 것”이라며 “원래 출산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당첨만 되면 20년 동안 집 걱정이 없어서 '개꿀'”이라고 말했다. 개꿀은 별다른 노력을 안 했어도 예기치 않게 큰 이득을 얻었을 때 사용하는 신조어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을 시작으로 서울시는 매년 상·하반기 장기전세주택Ⅱ 입주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2026년까지 총 2396가구를 공급한다. 다만 맞벌이 가구 소득 기준 완화와 자녀 출산 시 거주 기간 연장은 국토교통부 승인사항으로 현재 협의 중이다.
서울시는 또한 2026년까지 ‘신혼부부 안심주택’ 2000가구를 공급한다. 신혼부부 안심주택은 역세권 350m나 간선도로변 50m 이내에 짓는 주택이다. 70%는 임대주택(민간·공공), 30%는 분양주택이다. 민간 임대주택은 주변 시세의 70~85%, 공공임대주택은 주변 시세 50% 수준으로 공급한다. 임대주택도 출산 시 우선 양도권과 매수청구권을 준다.
가장 큰 특징은 신혼부부 맞춤형 주거공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신혼부부 특성을 반영해 알파룸·자녀방 등 다양한 구조·형태를 제공한다. 냉장고·세탁기·인덕션·에어컨 등 가전도 설치한다.
서울시는 용산구에 ‘신혼부부 안심주택 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한다. 다음 달 시범대상지를 모집하고 7월 중으로 조례·운영기준 등을 마련한 이후 행정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한국사회에서 저출생 문제는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범사회적 과제”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필요한 자원을 우선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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