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노무사·세무사, 지원자 수 역대 최고

2024. 5. 2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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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자 10년 전보다 2.5배 증가
노무사 세무사도 최고치 갱신
“로스쿨보다 가성비 좋아”

법무사·노무사·세무사 등 법조인접직역의 시험 지원자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취업난과 고용 불안이 확산되면서 직업 안정성이 보장되는 전문직으로 수험생이 대거 몰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30 세대는 로스쿨에 입학해야만 응시가능한 변호사시험과 비교해 가성비가 좋다는 점에서, 4050 세대는 정년 없이 경제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크게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오는 8월 31일 실시되는 제30회 법무사시험 응시자는 8255명으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6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응시자 수는 10년 전보다 2.5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법무사시험 지원자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4413명 △2021년 4910명 △2022년 5647명 △2023년 7616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세무사·노무사 등의 시험 지원자 수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해 세무사 1차 시험 응시자 수는 2만3377명(경쟁률 33.4대1)으로 지난해보다 39% 증가했다. 세무사 시험 응시자 수는 △2020년 9506명 △2021년 1만348명 △2022년 1만2536명 △2023년 1만3768명으로 1만 명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처음 2만 명대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미지출처=법률신문]

올해 노무사 1차 시험 응시자도 1?만2685명(경쟁률 42.2대 1)으로 시험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노무사 시험 응시자 수는 △2020년 7549명 △2021년 7654명 △2022년 8261명으로 증가하다 지난해 1만225명으로 처음으로 1만 명을 돌파했다.

법무사·노무사·세무사 등 인기… 주된 이유는 ‘직업 안정성’

20·30대는 로스쿨을 졸업해야만 응시 가능한 변호사시험보다 특별한 지원자격 없이 시험만 합격하면 바로 취업이 가능한 노무사·세무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노무사·세무사 시험 합격자 중 90% 이상이 20·30대이다.

법학과 출신의 20대 노무사시험 준비생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LEET(법학적성시험) 준비, 로스쿨 3년, 변호사 시험 응시까지 드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할 때 노무사시험의 가성비가 더 좋다”며 “SKY 로스쿨 입시에 실패하면 대형 로펌 취업도 쉽지 않은 것 같아 노무사로 진로를 돌렸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기업에서 이과 출신 선호가 두드러지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진 문과 출신들이 대거 전문직에 도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인접직역 자격증을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 합격해 노무법인에 재직 중인 30대 노무사는 “문과의 경우 취업난이 심하다 보니 대기업 인사팀 입사를 위해 노무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며 “전문직 자격증은 유효 기간이 없어 일종의 보험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40대 이상은 주로 노후 준비를 위해 법무사 시험에 몰리고 있다.

지난해 법무사시험 합격자 167명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19~30세 16명(9.6%) △31~40세 37명(22.2%) △41~50세 75명(44.9%) △51세 이상 39명(23.4%)으로 40·50대가 70% 가까이 된다.

최옥환 법무사는 “직장인들은 노후 준비로 법조인접직역 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40대 이상은 현실적으로 로스쿨 입학이 어려워 법무사·세무사·노무사 등 전문직에 도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노무사 시험에 몰리는 이유는 노동 규제 강화 경향과도 관계가 깊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주 52시간제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 관련 규제가 늘었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주 52시간제 유연화, 노조 회계 투명성 등 노동 개혁이 추진됐다.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등 기존 해석을 뒤집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 법과 정책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것도 노무사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세무사 인기는 양도세나 증여세 등 세무 업무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영향이 크다.

최원석 에듀윌 세무사학원 원장은 “세무사 평균 취득 기간이 2년 6개월로 변호사, 회계사 같은 다른 전문 자격증에 비해 짧은 편”이라며 “40대 이후에도 취업이나 개업이 가능한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문직 평균 연봉은 △변호사·회계사 7770만 원 △감정평가사 6767만 원 △세무사 6750만 원 △법무사 6617만 원 △변리사 6508만 원 △관세사 5180만 원 △노무사 5076만 원 순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근로소득자 평균 연봉은 3165만 원에 그쳤다.

유창수 프라임법학원 차장은 “원하는 기업의 취업이 해마다 어려워져 대학 졸업 후 바로 전문직 시험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직장인들도 소득 불만과 고용 불안을 느껴 일을 병행하면서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인접직역과 달리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로 꼽혔던 공무원 시험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는 4749명을 선발하는데 10만3597명이 지원하면서 경쟁률 21.8 대 1을 기록했다. 2011년 93.3대 1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행정고시로 대표되는 5급 공무원 시험도 마찬가지다. 2021년 43.3 대 1이었던 5급 국가공무원 및 외교관 후보자 시험 경쟁률은 올해 35.1 대 1을 기록했다. 급수와 관계없이 공직 전반에 대한 인기가 식고 있다는 의미다.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공무원 시험 수요가 법무사·노무사·세무사 시험 등으로 옮겨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배로 들지만 직업 안정성이 보장되고 상대적으로 연봉도 높은 수준으로 받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인사혁신처는 저연차 공무원에 대한 처우를 추가로 개선하기 위해 올해 9급 초임(1호봉)을 지난해 대비 6% 인상했다. 그러나 추가 수당 등을 감안하면 2024년 9급 초임 보수는 연 3010만 원(월평균 251만원)에 불과하다.

안현, 이순규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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