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하더니 포도밭에 오물테러…北 '오물 풍선' 경남까지 날아갔다

김지혜 2024. 5. 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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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보낸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경기와 강원 등 접경지역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전 파주시에서 발견된 풍선 잔해. 연합뉴스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 오물 풍선'이 경기와 강원 등 접경지역은 물론 전국 전역에 걸쳐 150여개 발견됐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29일 "북한은 어제(28일) 야간부터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에서 150여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150여개 풍선 중 일부는 땅에 떨어졌고 나머지는 계속 비행 중이다.

합참은 "지상에 낙하한 풍선은 군의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 처리반(EOD)이 출동해 수거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오물과 쓰레기가 포함돼 있었으며, 관련 기관에서 정밀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북한의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북한 풍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으며, 북한의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또 "국토부·행안부·경찰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우리 국민의 안전대책을 강구할 것이며, 유엔사와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며 "미상 물체 식별 시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 또는 경찰에 신고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한은 지난 26일 국내 대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오물 풍선, 경상 지역까지 날아갔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28일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경기와 강원 등지에서 풍선 잔해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28일 오후 10시 17분쯤 동두천시에 있는 한 식당 건물에서 풍선 잔해로 보이는 물체와 매달린 두엄(거름) 주머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29일 오전에는 파주시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인근을 비롯해 성남시 수정구의 아파트, 평택시 사후동 저수지 나무 위 등 경기 북부와 남부에서 신고가 잇따랐다.

김포시에서도 대남 풍선이 서울과 일산 방향으로 날아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강원도에서도 오전 0시 12분 화천과 오전 1시 양구, 6시 13분 철원 2건 등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29일 오전 경남 거창에서 발견된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 연합뉴스


오물 풍선은 접경지를 넘어 전국 곳곳에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5시 30분쯤 경남 거창군의 한 논에 풍선 추정 물체가 떨어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약 5m 높이 풍선 두 개에 비닐 주머니가 매달린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위험 물질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군과 함께 수거했다.

29일 오전 경북 영천시 대전동 한 포도밭에서 발견된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 연합뉴스


접경지에서 직선거리로 250km 이상 떨어진 경북 영천에서도 대남 풍선 잔해가 발견됐다. 오전 7시 40분쯤 영천시 대전동 한 포도밭 주인은 경찰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오물로 보이는 쓰레기가 비닐하우스를 파손했다"고 신고했다.

밭 주인은 신고 약 10분 전 '쿵'하는 소리를 듣고 나갔다가 파손된 비닐하우스 옆에서 폐비닐 더미와 오물을 발견했다. 대남 전단(삐라)이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북한은 2016년에도 풍선에 오물을 실어 날려 보낸 적이 있다. 당시에도 이로 인해 차량과 주택 등이 파손됐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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