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하수 분석해 '마약 지도' 발표… 코카인, 사용 증가

이슬비 기자 2024. 5. 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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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2020~2023년) 연속 조사된 하수처리장 34개소(왼쪽), 시도별 주요 마약류 검출 여부./사진=식약처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가 4년간 하수를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약 지도를 만들어 29일 발표했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부터 매년 '하수역학 기반 불법마약류 사용행태'를 조사해왔다. 하수역학은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하수유량과 하수 채집지역 내 인구수 등을 고려해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는 조사다. 사용되는 마약 종류까지 파악할 수 있어 호주와 유럽연합 등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조사기법이다. 다만 실제 사용량은 시료채취 시기, 하수로 폐기된 마약류 양, 허가된 의약품의 대사물질 등 영향으로 사용 추정량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현재 부산대 환경공학과 오정은 교수팀이 주관해 하수역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전국 17개 시‧도별 최소 1개소 이상,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포괄하되 산업·항만 지역 등을 추가 대표 하수처리장을 선정하고, 이곳에서 하수를 연간 분기별로 4회 채집해 주요 불법 마약류 성분인 필로폰(메트암페타민)·암페타민·엑스터시(MDMA)·코카인 등의 검출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불법마약류인 필로폰(메트암페타민)은 4년 연속으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됐다. 다만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은 2020년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24.16mg이 확인됐지만, 2023년에는 14.40mg이 검출됐다. 반면 코카인은 전국 평균 사용추정량이 증가했다. 그간 서울 지역에서 주로 나타났으나 23년에는 세종에서 처음으로 검출됐다. 국내 코카인의 사용추정량은 유럽·미국·호주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으로 사용이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과 관리가 요구된다.

지역별 사용추정량을 보면 필로폰(메트암페타민)은 경기 시화·인천이 높았으며, 암페타민은 청주·광주가 높았다. MDMA(엑스터시)는 경기 시화·목포, 코카인은 서울(난지)·세종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 사용추정량은 시료 채취 시기의 강수량, 이벤트(집회 등)나 하수처리 구역 내 유동 인구 등의 영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은 “마약류 폐해인식 실태조사 결과나 마약류 사범 수의 암수율(숨겨진 범죄 비율)을 고려할 때 이미 우리 사회의 불법 마약류 사용자가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카인 사용 추정량 증가를 보면) 국내 유통되는 마약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마약류 중독 확산의 위험성과 사회적 손실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에서의 예방, 교육·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향이 대구지부장은 "국내 마약류 사용행태는 더이상 특정 지역이나 특정 층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상자별 적절한 교육내용, 방식을 충분히 검토해 국내 실정에 맞는 교육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그간 실시해 오던 특정물질 위주의 분석과 대사체를 포함한 다빈도 검출 물질 분석을 병행해 필요시 임시마약류나 마약류로 지정하고 신종마약류를 탐지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관심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시‧도보건환경연구원과 협업해 하수역학 기반 마약류 실태조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수역학 기반 마약류 실태조사 결과 상세 데이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표 홈페이지 '정책정보 → 마약 정책정보 → 자료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식약처는 마약류 예방과 중독 재활을 돕기 위해 중독재활센터인 '함께한걸음센터'를 전국 17개소에서 운영하고 있다. 또 '용기한걸음센터(1342)'를 통해 24시간 전화 마약류 전화상담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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