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대구의사회 수석부회장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은 '3무 정책'"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수석부회장이 29일 오전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
ⓒ 아시아포럼21 |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수석부회장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 "과학적 합리성 결여, 절차적 정당성, 현실적 가능성도 없는 '3무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은 29일 오전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언론인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2000명이라는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늘리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의대 정원 증원은 '김사부 500명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돌팔이 5000명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것인가'의 문제"라며 "의사가 공무원인 나라에서는 의사의 생산성이 늘지 않지만 우리와 비슷한 일본이나 미국을 보면 우리는 과잉 공급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지속가능성은 낮아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다. 핵심 의료진의 고갈과 지원 부족으로 인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의대정원 증원에서 찾는다면 완전히 오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세월호라는 큰 아픔을 겪었는데 지금 대한민국의료는 4000명을 싣고 갈 수 있는 배인데 5000명을 싣고 가라는 것이라 위험하다"며 "의대 정원을 10%만 늘려도 인증 평가를 새로 받아야 되는데 전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의사 구인난, 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같은 상황을 들어 의사 수의 부족이라고 호도한다"며 "실제로는 의사 수와는 거리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는 응급의료 인력의 부족이 아니라 의료전달 체계의 문제이고 응급실 이용문화의 문제라고 했다. 여기에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 청구되는 징벌적 진료비 또한 실비보험에서 보장되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소아과 오픈런 역시 소아과 의사의 부족이 아니라 특정 시기,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소아과 응급환자의 치료가 안 되는 것은 소아과 전공의 부족 때문이고 이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저수가나 출생률의 저하로 인한 소아청소년과의 암울한 미래는 부가적인 문제"라며 "2000년 우리나라의 소아과 전문의는 3375명이었고 당시 15세 미만 소아청소년 인구는 987만 명이었다"며 "하지만 2022년 15세 미만 소아청소년 인구는 595만으로 줄었고 전문의 수는 6222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의사 구인난이 의사 수의 부족 때문이라는 논리에 대해서도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엔 누구나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지역의료가 그나마 잘 유지되어 왔던 이유는 공중보건의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과대학 여학생 비율의 증가, 군복무 기간 단축으로 인한 사병 복무 등으로 매년 500명에 달하던 공보의 수가 반 토막 났다"며 "군의관 부족 문제와 공중보건의 부족 문제는 정책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의 경우에도 "수술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부작용의 하나"라며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아주 세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정부의 의료정책에 책임을 돌렸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의료수가 결정권이 정부에 있다"며 "결국 늘어난 의사 수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이 훨씬 심해져서 총 의료비 지출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의대 정원을 늘리면 나타날 부작용으로 의학교육의 질 저하, 이공계의 몰락, 과다 경쟁으로 의료윤리의 붕괴, 의료비 급증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의료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라며 "의료 정보의 전문성, 비대칭성 때문에 환자는 의사에게 판단을 맡기는 경향이 강해서 수요를 창출하게 되어 있고 의사의 과잉공급은 결국 추가 수요를 창출해 총 의료비를 상승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연봉 3~4억 원을 줘도 지역에서는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울릉도에 산모가 10명 있다면 산부인과 의사 한 명이서 다 맡을 수 있는가"라며 "혼자서 한 지역을 맡을 수 없어 한 팀을 꾸릴 수 있는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10억 원을 줘도 못 간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 국민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정부에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이 아닌가"라며 "한 분(윤석열 대통령) 의지를 꺾기 위해 의사들의 입장을 잘 전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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