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기생수와 민희진

이선애 2024. 5. 2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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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더 그레이'에 등장하는 기생수의 우두머리는 인간의 힘이 개인 자체로 있을 때보다 조직으로 있을 때 더 강하게 나온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기생수보다 강한 힘을 가진 이유를 조직으로 보는 시각이 인상 깊다고 느낀 찰나, 요즘 시장의 화제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의 분쟁을 '개인'과 '조직'의 관점에서 새롭게 곱씹어보게 됐다.

민희진(개인)과 하이브(조직)가 부딪친 이유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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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조직의 성과 분리하면 안돼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더 그레이'에 등장하는 기생수의 우두머리는 인간의 힘이 개인 자체로 있을 때보다 조직으로 있을 때 더 강하게 나온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기생수보다 강한 힘을 가진 이유를 조직으로 보는 시각이 인상 깊다고 느낀 찰나, 요즘 시장의 화제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의 분쟁을 '개인'과 '조직'의 관점에서 새롭게 곱씹어보게 됐다.

민 대표는 그동안 인터뷰 등에서 자신의 성취(뉴진스)는 업계 1위 하이브와는 무관한 '순수한 본인의 능력'이란 점을 강조했다.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민 대표의 능력은 출중하나, 성과(뉴진스)는 하이브의 인프라가 있었기에 더 빛났을 것으로 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이브의 주식 게시판에는 "하이브 없어도 (뉴진스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처럼 인터뷰해 버리면 서포트해준 직원들이나 주주가 뭐가 되나"라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직원 인증 마크를 단 이들은 커뮤니티에 하이브의 자본과 인프라가 뉴진스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조직의 성과를 개인 한 사람만의 능력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수많은 톱니바퀴가 맞물린 결과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혼자서 하기 어려운 일을 조직 속에서 성취할 수 있다. 개인과 조직의 목표지향이 맞으면 이상적인 발전적인 관계로 성장할 수 있다. 분쟁은 일어날 수 있다. 이들은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으면서 때로는 대립적 관계에 있기도 해서다. 이는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욕구가 별개로 존재해서다.

민희진(개인)과 하이브(조직)가 부딪친 이유도 마찬가지다. 민 대표가 뉴진스 성공 이후 나의 성과 100% 욕심에 더 큰 보상(풋옵션)을 바랐고, 하이브는 회사 이익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를 거절하면서 다툼이 시작됐다. 민 대표가 본인이 가진 어도어 지분의 풋옵션을 행사하면 하이브는 행사 시점 연도와 전년 평균 영업이익의 13배 가격에 민 대표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데, 이 금액이 현재 1000억원에 달한다. 민 대표는 13배인 풋옵션 배율을 30배로 늘려주고, 풋옵션이 걸려있지 않은 지분에도 풋옵션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 동의 없이 소유 주식을 매각할 수 없도록 한 계약조항 삭제도 요구했다. 하이브는 회사 몰래 주식을 양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양도제한 조항을 삭제하기 어렵고, 풋옵션 배율 인상도 거절했다. 나머지 주식 풋옵션은 부여 시점을 달리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협상은 불발됐고 하이브는 민 대표의 배임으로 맞섰다. 배임, 해임 등의 사유가 있을 때 하이브가 민 대표가 가진 주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되살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이 '주주간 계약'에 포함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분쟁은 본인의 성과 100%라는 자의식 과잉이 욕심으로 이어진 조직원과 이 같은 행위 일면에 경영권 탈취 시도가 숨어 있고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것으로 판단한 조직이 대립해 촉발된 것이다.

민 대표 스스로 뉴진스는 본인의 능력만으로 이뤄진 소(사)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개인의 성과와 조직의 성과를 분리해서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아티스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새끼들'이란 표현은 뉴진스를 철저한 기획에 불과한 아이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게 한다. 하이브는 '주술 경영' 등 대중을 자극하거나 쟁점과 상관없는 것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을 멈추고 '경영권 탈취'라는 사건의 본질을 가리며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선애 증권자본시장부장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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