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는 중남미 '의료 강국'… 천연 의약품·백신 개발 활발"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24. 5. 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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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톡톡] 알레이다 게바라 마치 박사
체 게바라 딸, 소아 알레르기 전문 의사
쿠바의 경쟁력은 의사… 해외 파견 적극
마을 주치의 제도 운영, 190 가구 건강 책임
폴리코사놀 등 천연 의약품 개발
코로나 백신 등도 자체 개발해 사용
체 게바라의 딸 알레이다 게바라 박사는 “쿠바 정부는 쿠바 국민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천연 의약품 개발 등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쿠바 혁명의 아버지'로 불리는 체 게바라의 딸 알레이다 게바라 마치(64) 박사가 제1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차 방한했다. 그녀는 아버지 체 게바라와 마찬가지로 의사다. 38년 동안 소아 알레르기 전문 의사 생활을 하다 은퇴했다. 그녀가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아버지의 영향도 있지만, 쿠바 국민에게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체 게바라 딸로서 국민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서 그 사랑을 돌려주고 싶은데, 가장 적합한 직업이 의사라고 생각했다. 알레이다 게바라 박사는 "38년 간 소아 알레르기 전문 의사로 환자들을 돌보면서 직업 선택을 너무나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며 "쿠바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풍부한 의료 인력을 가지고 있으며, 백신·천연 의약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중남미 의료 강국"이라고 말했다.

1차 의료의 천국… 마을 주치의 제도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쿠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8.2명으로 인구 대비 의사 수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의사가 많다 보니 전세계에 의료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때도 전세계 23개국에 의사를 파견했다. 사회주의 의료 시스템에서 풍부한 의료 인력은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쿠바는 '1차 의료의 천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1차 의료는 환자가 가장 먼저 만나는 의료 인력과 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게바라 박사는 "190 가구마다 의사 한 명을 배치하고, 학교·회사·공장마다 의무적으로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쿠바 전 지역에 '마을 주치의(패밀리 닥터)' 제도를 운영, 의사는 '콘술토리오'라는 자택 겸 의원에 살면서 190 가구의 주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마을 주치의는 질병 치료의 역할보다 병을 조기 발견하고 예방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가족 구성원의 건강 상태에 따라 4단계로 나눠 차트에 기록해둔다. 1단계는 건강한 사람, 2단계는 발병 위험이 있는 사람, 3단계는 병이 있는 사람, 4단계는 재활이 필요한 사람이다.

1∼2단계의 사람은 1년에 한 번 이상 주치의에게 건강 상태 점검을 받아야 한다. 3단계인 사람은 1년에 세번 이상 주치의를 만나야 한다. 주치의는 주민들의 만성질환(고혈압·당뇨병·비만 등)을 관리하고, 혈압을 재고, 금연·절주·운동을 권유하고, 식생활을 체크한다. 필요에 따라 백신 접종도 해준다. 그러나 의원 내 의료 장비가 없어 엑스레이나 초음파 등의 검사는 할 수 없다. 상처 치료 외에 수술 등은 하지 않는다. 검사나 수술 같은 처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2차 의료기관인 '폴리클리니코'에 갈 수 있도록 진료 의뢰서를 써준다. 폴리클리니코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는 3차 의료기관인 시·군·구의 병원에 보내고, 보다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뇌신경센터, 소화기센터 등 특정 장기만을 다루는 전문 센터(4차 의료기관)로 보낸다. 게바라 박사는 2차 의료기관인 폴리클리니코에서 근무했다.

천연 의약품·백신 개발 활발

쿠바는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성공 후 미국으로부터 경제 봉쇄를 당해 자생해야 했다. 이런 환경이 천연 의약품·백신을 자체 개발한 원동력이 됐다. 1987년에 B형 간염 백신, 뇌수막염 백신을 개발했으며,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B형간염·폐렴 등 5가지 질병을 한 번에 막는 백신도 만들었다. 이들 백신은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와 중국 등에 수출된다. 게바라 박사는 "현재 유방암, 전립선암, 폐암 백신 개발을 하고, 알츠하이머 백신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쿠바인의 건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의약품 개발도 적극적으로 했다. 게바라 박사는 "우리는 천연 물질에 기본적인 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천연 의약품 연구·개발을 활발히 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천연 의약품이 폴리코사놀이다. 폴리코사놀은 사탕수수 껍질의 왁스 성분에서 추출한 물질로, 쿠바를 비롯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고지혈증 치료제로 쓰인다. 폴리코사놀은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의 기능을 좋게 하며 산화된 LDL콜레스테롤은 줄이는 효능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혈압을 낮추는 효능도 입증됐다. 게바라 박사는 "쿠바 사람들은 지방이 많고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다보니 비만 인구가 많고 심혈관 질환이 흔하다"며 "고지혈증·고혈압에 좋은 폴리코사놀은 쿠바 국민한테는 밥처럼 가까운 약"이라고 했다. 그는 "물론 이런 약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이나 운동 같은 생활 습관 개선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폴리코사놀 외에 위염·관절염에 쓰는 비즈왁스알코올, 전립선 비대증에 쓰는 팔마나무 열매 추출물, 피부염에 쓰는 해바라기씨 오존 오일 등이 대표적인 천연 의약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념 달라도 문화 교류로 장벽 무너뜨려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최근에 이뤄졌지만, 쿠바인에게 한국은 낯선 곳이 아니다. 게바라 박사는 "쿠바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가 많아 한국이 친근하다"며 "내 동생은 한국 드라마 광팬이며 나도 '호텔 델루나'를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게바라 딸은 한국 화장품을 너무 좋아하고 쿠바로 돌아올 때 한국 컵라면을 사오라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문화적 교류가 양국을 가까워지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바라 박사는 "1997년 부터 쿠바와 오랫동안 교역을 했던 기업이 있었고, 그 기업이 쿠바의 천연 의약품을 한국, 호주, 일본 등에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쿠바가 코로나 팬데믹 때 굉장히 어려웠는데, 이 기업인이 백신 대량 생산에 필요한 자제를 구해서 쿠바에 보내줬고, 의료용 산소 발생기와 주사기, 마스크 등도 부족했는데 그것도 보내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쿠바 국민들은 비록 같은 이념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며 "국가적인, 이념적인 장벽을 무너뜨리는데, 문화를 비롯해 민간에서 큰 역할을 한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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