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의 골프모험] 가난한 사람을 위해 문을 연 골프장 엔조이골프클럽

이은경 2024. 5. 2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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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조이 골프클럽.    사진=엔조이 골프클럽 홈페이지 

지난주와 마찬가지이다. 질문으로 시작한다. 골프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인가? 대한민국에서 골프가 진짜 대중 스포츠이냐는 질문이다. 독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골프는 진짜 대중 스포츠인가? 아니면 아직 아닌가? 

뱁새 김용준 프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뱁새 김 프로는 진정한 대중 스포츠가 되기에는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뱁새가 보기에 대한민국에서 골프는 아직까지 ‘호사’이다. ‘호사를 누린다’고 말 할 때 그 ‘호사’ 말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일 년에 한 번 이상 필드에 나가서 라운드를 하는 골퍼가 수 백만 명이나 되지 않느냐고? 그 숫자를 알지만 답을 바꿀 생각은 없다. 일 년에 한 두 번 밖에 필드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까지 골프를 즐긴다고 꼽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라운드를 할 때 드는 비용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골퍼가 많은 이상 ‘대중 스포츠’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성급하다고 보고. 

대중제 골프장이 수 백 개나 문을 열었는데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그렇다. 대중제 골프장 대부분이 형식만 대중제이다. 그린피를 주변 회원제 골프장이 책정한 금액의 턱 밑까지 받고 있는 것이 단적으로 그 사실을 보여준다. 대중제와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 차이는 대중제 골프장에 세금을 감면에 준 만큼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대중제 골프장에 무슨 세제 혜택이 있는 지나 그린피 차액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 지 따위는 이번 주 주제가 아니다. 

이번 주에는 소설에나 나올법한 어느 대중제 골프장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대중제 골프장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경영을 해야 하는 지를 한 번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야기 속 골프장과 비슷한 철학을 가진 대한민국 골프장이 늘어나면 골프가 대중 스포츠에 한 발 다가설 것이라고 믿는다. 

독자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문을 연 골프장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골프를 치고 싶어도 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문을 연 골프장 말이다. 에이, 설마 그런 골프장이 어디에 있느냐고? 진짜로 있다. 아니, 진짜로 있었다.

미국 뉴욕주 엔디코트에 있는 엔조이골프클럽이 바로 그 곳이다. 영어로는 ‘En-Joei Golf Club’이라고 쓴다. 이 골프장은 지난 1927년에 문을 열었다.

엔조이 골프클럽을 만든 사람은 조지 조던이다. 그는 상당히 큰 사업을 하는 사업가였다. 그 지역에서 가장 큰 신발 공장을 운영했다. 엔디코트 슈 컴퍼니가 바로 그가 경영하던 회사이다. 

조지 조던은 골프를 사랑했다. 골프 실력도 뛰어났다. 조지 조던은 자신이 너무 좋아하고 즐기는 골프를 자기 회사 노동자는 즐기지 못하는 것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 시대에 골프는 막 부흥하기 시작했다. 고무로 만든 골프공이 세상에 막 나온 때이다. 그 고무 골프공을 ‘발라타’라고 불렀다. 들어본 적 있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발라타는 그 전까지 쓰던 러버 코어 볼(Rubber Core Ball)을 대체했다.

발라타는 러버 코어 볼 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났다. 다량으로 생산을 할 수 있어서 값도 훨씬 쌌다. 그 덕에 골프를 치는 사람이 급격이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평범한 사람에게 골프는 부담스러웠다. 골프 용품과 그린피가 비쌌기 때문이다. 

엔조이 골프클럽.    사진=엔조이 골프클럽 홈페이지 

조지 조던은 가난한 노동자를 위해 골프 코스를 문 열었다. 그 코스가 바로 엔조이골프클럽이다. 그는 노동자에게 그린피를 25센트 밖에 받지 않았다. 요즘으로 치면 18홀에 1만~2만원 정도밖에 안 되는 금액이다. 그래도 여전히 머뭇거리는 노동자를 위해 골프 용품도 몇 가지나 직접 제작해 거의 원가만 받고 팔았다. 골프백이 75센트였다고 한다.

그래도 가난한 사람에게는 여전히 부담이었다. 골프 클럽이야 한 번 사면 죽을 때까지 쓴다고 치자. 그렇지만 여차하면 잃어버리는 골프공은?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조지 조던은 코스 디자인을 세심하게 했다. 코스를 아름답고 도전할만한 곳으로 만드는 그런 세심함이 아니었다. 세심한 배려를 코스 전체에 담은 것이다. 

조지 조던은 엔조이골프클럽을 되도록 골프공을 잃어버리지 않는 코스로 만들었다. 엔조이골프클럽은 러프를 기르지 않았다. 심지어 나무도 거의 심지 않았다. 퍼팅 그린도 평평해서 쉽게 만들었다고 한다. 퍼팅 그린을 쉽게 만든 것이 골프공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상당히 날카로운 독자이다. 조지 조던은 한 사람이라도 더 라운드 할 수 있도록 쉽게 설계했다고 한다.

골프장 이름에도 그의 철학이 배어 있다. 엔조이골프클럽의 ‘En-Joei’는 ‘즐기다’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 ‘enjoy’에서 따온 것이 틀림 없다. 상표 등록을 위해 알파벳을 살짝 비틀었을 것이다. 

엔조이골프클럽은 문을 연 뒤로 무려 70년 넘게 조지 조던의 철학을 계승해 운영했다. 그러다가 지난 1998년에야 리모델링을 했다. 시대 변화를 영원히 거스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엔조이골프클럽은 리모델링을 하면서야 러프를 기르기 시작했다. 나무도 홀을 따라 심었다. 퍼팅 그린도 뜯어 고치면서 비로소 언듈레이션을 주었다고 한다.

엔조이골프클럽이야말로 대중제 골프장의 원조라고 뱁새는 생각한다. 그 코스를 만든 조지 조던은 진정으로 위대한 골퍼이고. 

엔조이골프클럽 같은 철학을 가진 아니 엔조이골프클럽과 비슷한 철학이라도 가진 골프 코스를 안다면 뱁새에게 꼭 귀띔을 해주기 바란다. 그 골프장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싶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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