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검사시장 확 열린다"…레켐비 승인에 달뜬 의료진단업계
초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잡는 치매 치료제가 국내 승인을 받았다. 치매는 진단·치료에서 다양한 검사가 병행돼야 하고, 여기에 부작용 관찰, 조기 진단 등의 필요성도 커지면서 국내외 진단업계에서도 진단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본 에자이·미국 바이오젠이 공동개발한 치매 치료제 레켐비(레카네맙)를 최근 허가했다. 임상시험에서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27% 늦추는 효능을 입증했다. 국내 판매를 맡은 한국에자이는 올해 말 국내 공급이 목표다. 고가 약이라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면 매출 성장이 어려운데, 경도인지장애~경증 치매로 국한된 적응증을 고려하면 급여화 과정에서 ‘비용-효과성’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제약업계는 예상한다. 일본에선 연간 298만엔(약 2600만원)의 건강보험 약값이 매겨졌다.
국내외 진단업계는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첫 치매 원인 치료제인 레켐비 승인에 따라 진단 시장이 함께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치매 환자 수가 2050년 1억5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퓨처는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시장 규모가 지난해 45억달러에서 연평균 8.9% 성장해 2032년에는 88억달러(약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치매는 확진·치료 과정에서 다양한 진단 검사가 필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등 단백질이 뇌 속에서 엉켜 뇌세포에 손상을 입히면서 발병한다. 뇌척수액(CSF) 검사,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을 통해 이들 단백질의 수준을 평가해 치매 발병 여부, 치료 예후 등을 확인한다. 각 방법은 비용, 환자의 편의성, 의료기관의 장비 부담 등이 제각각이어서 통상 복합적으로 쓰인다. 레켐비도 PET 촬영을 통해 뇌 속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 환자가 처방 대상이다.
이 중 MRI는 레켐비 외에도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들이 본격 상용화하면 부작용 관찰을 위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다. 레켐비 등은 혈관에 붙어있던 아밀로이드를 떨어뜨리는데 이 과정에서 혈관 내 출혈, 뇌부종 등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뇌 MRI를 찍어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식약처도 치료 시작 전, 5·7·14차 투여 전에 MRI로 확인토록 했다. 만약 ARIA가 나타나면 투여를 보류하고, 이후에 다시 MRI를 찍어 치료 재개 여부를 판단한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뉴로핏은 치매 진단·치료 전 과정을 돕는 솔루션 아쿠아AD를 개발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종래에는 8시간 걸리던 PET 영상 분석을 15분에 끝내는 한편, MRI로 뇌 부위의 위축 등을 쉽게 확인하는 방식이다. 빈준길 뉴로핏 대표는 "다음 달 알츠하이머 국제 콘퍼런스(AAIC)에서 선보이고, 레켐비의 초기 처방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대학병원 위주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PET, MRI 등 다양한 촬영에 대해 치료제 처방부터 예후 관찰까지 모두 가능한 솔루션이 목표"라고 말했다. 뷰노도 MRI 기반의 퇴행성 뇌 질환 진단 솔루션 뷰노메드 딥브레인을 올해 안으로 미국 시장에 선보인다. MRI 이미지를 기반으로 각 영역의 위축 정도를 정량화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특화된 뷰노메드 딥브레인AD도 개발 중이다.
레켐비 등 치매 치료제 처방 대상이 초기 치매이다 보니 조기진단도 주목받고 있다. 아밀로이드가 너무 많이 쌓여 뇌세포가 이미 파괴되는 중증 치매 단계에서는 약효를 기대하기 힘들어 증상 초기에 발병 여부를 확인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핏속의 아밀로이드나 타우 농도를 분석해 뇌 속에 이들 단백질이 뭉친 정도를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미국 로슈진단은 치매 치료제 도나네맙을 개발하고 있는 일라이 릴리와 함께 타우단백질 측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국내에선 피플바이오, 퀀타매트릭스, 이모코그 등이 치매 혈액진단 기술을 개발 또는 판매 중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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