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그 후, 이강철 감독 "박병호 가서 잘했으면, 오재일도 잘해 좋은 트레이드 되길" [잠실 현장]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둘 다 잘했으면 좋겠어요."
KT 위즈는 28일 삼성 라이온즈와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구단에 방출을 요청한 1루수 박병호(38)를 내주고 1루수 오재일(38)을 영입했다. 이날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2-3으로 대승을 거둔 뒤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경기 후 잠시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박)병호가 (삼성에) 가서 기회를 많이 받아 잘했으면 좋겠다. (오)재일이도 우리 팀에 와 잘하길 바란다"며 "재일이의 활용 가치를 본 뒤 (문)상철이와 어떻게 조합해 쓸지 생각해 보려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 감독은 "병호와 달리 재일이는 좌타자다. (우타자인) 상철이가 피곤해할 때 재일이를 쓰는 등 번갈아 가며 활용하려 한다"며 "병호도 잘하고 재일이도 잘해 좋은 트레이드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나도현 KT 단장은 "오재일은 팀에 필요한 좌타 거포 유형의 자원이다. 영입을 통해 팀 라인업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선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8일 박병호의 방출 요청 소식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박병호는 올해 부진이 길어져 주전 자리를 잃었다. 출전 기회가 크게 줄어들자 아쉬움이 생겼다. 이강철 감독 및 구단 관계자들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결국 방출을 요구했다.
이강철 감독은 28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박병호의 이름이 나오자 "(기사) 그대로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선수가 방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외에는 더 진전된 게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구단에서 (여러 방안을) 생각 중인 상태다.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더 나온 이야기가 없어 진짜 드릴 말씀이 없다. 우선 경기부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선수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더라. 원래 강한 애들이다. 멘털도 좋다"고 귀띔했다.
KT 구단 관계자는 경기 전 "현재 구단에서 박병호와 대화하고 있다. 오늘(28일)도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방법을 찾는 중이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지난 26일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올 시즌 첫 말소였다. 표면적인 이유는 허리 통증이었지만 사실상 방출 요청 때문이었다. 이후 수도권 자택에 머물렀던 박병호는 짐을 싸 대구로 향하게 됐다.
2005년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은 박병호는 2011년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로 둥지를 옮겼다. 넥센에서의 첫해였던 2011년부터 꽃피우기 시작했다. 2021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FA) 신분이 돼 KT로 이적했다.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연봉 20억원·옵션 3억원)에 계약했다. KT는 당시 원소속구단이던 키움에 보상금 22억5000만원도 지불했다. 박병호를 위해 총 52억5000만원을 썼다. 계약 마지막 해 조금 일찍 헤어지게 됐다.
박병호는 거포 1루수로 이름을 날렸다. 통산 1614경기에 출전해 383홈런을 쌓았다. 역대 KBO리그 전체 타자를 통틀어 통산 홈런 3위다. 타율 0.276, 1454안타, 1151타점, 954득점, 장타율 0.543 등을 선보였다.
2012~2015년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2019년과 2022년에도 홈런 1위를 차지했다. 2014~2015년에는 2년 연속 50홈런을 뽐냈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2012~2013년 2년 연속 영예의 KBO MVP를 수상했다. 골든글러브는 6차례나 품었다. 2012~2014년과 2018~2019년, 2022년 1루수로 이름을 빛냈다. 지난해엔 새로 신설된 KBO 수비상의 1루수 부문 초대 수상자로 영광을 누렸다.
키움에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1년 타율 0.227(409타수 93안타) 20홈런 76타점으로 주춤했던 박병호는 KT 이적 첫해 멋지게 부활했다. 2022년 1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5(429타수 118안타) 35홈런 98타점을 빚었다. 지난 시즌에는 132경기서 타율 0.283(431타수 122안타) 18홈런 87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길고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44경기서 타율 0.198(101타수 20안타) 3홈런 10타점에 그쳤다. 3월 8경기서 타율 0.154(26타수 4안타)로 부진해 주전에서 밀려났다. 4월엔 주로 교체 출전해 21경기서 타율 0.229(35타수 8안타)에 머물렀다. 5월 초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으나 타격감은 끌어올리지 못했다. 15경기서 타율 0.200(40타수 8안타)로 아쉬움을 삼켰다. KT는 박병호 대신 문상철을 4번 타자 겸 주전 1루수로 활용했다.
삼성은 "박병호는 팀에 필요한 오른손 장타자다. 팀 타선의 좌우 밸런스를 공고하게 해줄 것이다"며 "펜스 거리가 짧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월등한 홈런 생산성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오재일도 거포 1루수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의 2차 3라운드 24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문했다. 이후 히어로즈를 거쳐 2012년부터 두산에 몸담았다. 2016년 주전으로 도약했다. 2020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삼성으로 이적했다. 4년간 계약금 24억원, 연봉 합계 22억원(6억원+6억원+5억원+5억원), 인센티브 합계 4억원(매해 1억원) 등 최대총액 50억원의 조건에 사인했다.
오재일은 삼성서 첫해였던 2021년 120경기서 타율 0.285(418타수 119안타) 25홈런 97타점을 만들었다. 2022년 135경기서 타율 0.268(470타수 126안타) 21홈런 94타점, 지난 시즌 106경기서 타율 0.203(315타수 64안타) 11홈런 54타점을 올렸다.
올해 1군과 2군을 오갔다. 지난 27일까지 21경기서 타율 0.222(63타수 14안타) 2홈런 7타점으로 고전했다. 다만 삼성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된 28일 대구 키움전에선 9회말 대타로 출격해 추격의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오재일의 통산 성적은 1408경기 타율 0.275, 1172안타, 207홈런, 836타점, 589득점, 장타율 0.485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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